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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Oct 24. 2021

1부-나는 불나방이었다/레버리지 ETF,불나방을 태우다

원유 레버리지 ETF, 불나방을 태우다

해외 선물을 손절하고 나는 불나방 투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이 빨리 가난해지는 지름길로 안내하고 있었다. 해외선물을 손절한 달러는 환전하지 않고 대부분 미국 주식에 투자되었다. 몇 개월 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다. 


2020년 3월, 원유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해외선물로 한창 투자했던 때, 60불 하던 원유 가격이 20불까지 내려와 있었다. 원유 가격이 너무나 싸 보였다. 70% 할인 딱지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미 성급한 투자 기질이 많이 사라졌지만, 바닥에서 아직 꿈틀대는 불나방 기질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미 나와 같은 불나방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원유 ETN (레버리지, 인버스 2X) 상품에 투자를 하고 한때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나도 그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차 강하게 올라왔다. 8배 레버리지도 경험했던 나는 나름 조심스러운 투자라고 생각했던 2배 해외  레버리지 ETF(UCO)를 투자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유가는 역사적인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게 된다.       

WTI(원유) 선물 가격

내 생에 다시 볼지 모를 마이너스 유가는 금방 회복되었다. 일주일 뒤에는 내가 ETF를 구매했던 가격인 20불까지 회복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투자했던 원유 레버리지 ETF(UCO)는 -80% 손해를 기록하고 있었다. 2000만 원의 원금이 400만 원이 되어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 돈 잃고 공부한다'


도대체 상품(원유)의 가격은 내가 투자했던 때의 가격으로 회복을 했는데, 내 투자금은 -80%라는 기록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까?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심정으로 투자 상품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였다. 상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2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던 것이다. 


첫 번째 가격 하락의 원인은 '롤오버'라는 원유 선물 투자의 특성 때문이었다. 원유 선물은 만기가 있고, 월마다 원유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현재 가격이 20불이더라도 다음 달 원유를 살 수 있는 권리는 30불에 거래될 수 있다. 20불 만기가 끝나고 다음 달이 되었을 때, 원유 가격은 30불로 바뀌지만 나의 투자이익은 없다. 또한 원유 ETF는 비중에 따라 만기가 짧은 근월물, 만기가 긴 원월물을 일정한 비율로 구성하여 투자하는데, 원유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때, 원유 ETF 회사는 ETF 구성종목을 근월물에서 원월물로 바꿔버렸다. 쉽게 말해서, 나는 20불에 투자를 했지만, 나의 투자 가격은 40불로 바뀐 것이다. 도둑놈 같은 투자상품 아닌가? 이미 소를 잃어서 할 수 있는 건 후회밖에 없었다. 


두 번째 원인은 ‘레버리지’라는 특성 때문이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기초가 되는 상품 가격의 변동성이 심할 때 레버리지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실제로 계산을 해보는 투자자는 드물다. 나 또한 레버리지의 특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단지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나의 이익은 2배가 되고,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나의 손해는 2배가 된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상품의 가격이 폭락을 했다가, 다시 원가격으로 회복하면 나의 투자 원금은 그대로일까?      

기초 상품 가격과 레버리지 투자상품 가격

상품 가격이 1000원에서 폭락 후 다시 1000원으로 회복하였는데, 나의 투자 원금은 468원이 되었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하게 거듭된다면 레버리지에 투자한 나의 투자 원금은 어떻게 될까?  

투자상품 가격은 1000원 에서 600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최종 가격은 1000원으로 변함이 없으나 나의 투자원금은 0에 수렴해 간다. 


이 단순한 계산을 그때는 하지 않았었고 나의 투자원금이 -80%가 되는 순간에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몇 달을 더 기다려서 원유 가격이 45불이 되었을 때 원유 레버리지 ETF를 매도하였다. 내가 ETF를 매수할 때의 가격이 22불 있고, 기초 상품 가격인 원유는 두배가 되었으니 이론적으로 나의 레버리지 투자 금액은 4배가 되었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50% 손해'


원유 레버리지 ETF 인 UCO의 2019년 이후의 차트이다. 투자 상품인 원유 가격은 2019년 50~60불이었고, 2021년 10월 현재 80불까지 상승하였다. 인버스도 아닌 레버리지 ETF인  UCO 가격은 600불에서 30불로 95% 폭락한 가격이 되어있다. 원유 가격이 폭락하던 때 원유 레버리지 3X ETF는 '줄상폐'를 당하기도 했다.

원유 레버리지 ETF(UCO) 차트

레버리지, 인버스 2X와 같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상품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내가 투자의 신이거나 점쟁이 같은 능력이 있어서 단기간의 방향을 맞출 수 있을 때 투자해야 한다. 나는 투자의 신도 아니었고 점쟁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레버리지 ETF의 투자 실패를 계기로 나의 불나방 날개는 완전히 타버렸다.  나는 언제나 화끈한 투자에 달려드는 불나방이었다. 그 불나방 기질은 나를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나를 부의 길로 이끌지는 못했다. 불나방 투자는 흥미진진하고 투자의 손맛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아마도 도박중독과 같은 그 불나방 투자에서 벗어나질 못 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투자 경험과 실패가 나를 불나방 투자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면 나를 돈을 버는 투자의 길로 안내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엑셀’로 부를 설계한 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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