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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Oct 23. 2021

1부-나는 불나방이었다/'퀀트' 돈 버는 기계를 꿈꾸다

'퀀트' 돈 버는 기계를 꿈꾸다

“우리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수학 모델로 나타낸 뒤, 프로그램화하여 컴퓨터가 투자하게 해요”


한때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을 꿈꾸었다. 10년 동안 2478%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퀀트 투자의 대가 제임스 사이먼. 비록 그렇게 거창한 투자 모델을 개발하거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자동으로 매매를 하며 돈을 버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 


'묻지마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식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때의 투자 실패가 사람의 감정으로 인해 매도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감정을 배제한 투자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식투자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가던 중,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내가 일하고 있는 한국 연구소의 철수였다. 그 루머는 한 달 만에 사실이 되었다. 2017년 2월, 회사는 한국 연구소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동료 2명과 함께 주식 투자방법 및 종목발굴에 대해 활발히 의견교환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 철수 소식이 들릴 때쯤 동료 한 명이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하였다. 마음이 맞았던 우리는 회사 철수 전까지 사전조사를 시작하였다. 거창하게는 퀀트, 소박하게는 주식 자동매매라 칭하며, 프로그램 개발 및 개발 환경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회사에서의 리서치가 부족하면 퇴근 이후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계획을 세우며, 그 꿈에 한 발작 더 전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보내고 나니, 마지막 출근일이 되었다. 오전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만감이 교차하였지만,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자동매매의 꿈을 꾸던 동료 2명과 함께 작은 사무실을 계약하러 일찍 회사에서 나왔다. 사무실은 3명의 동료들의 중간 위치인, 용인 동백 근처로 계약을 하였다. 삼국지의 도원결의처럼, 용인의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우린 꿈을 꾸고 있었다.


'돈 버는 기계를 만들어 보자'


사전조사를 통해 우린 키움 증권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키움 API를 이용해 개발을 진행했던 블로그를 참조할 수도 있었고, 매매 수수료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개발 언어는 파이썬이 선택되었다. 회사에서 주로 C언어로 개발을 진행하였었기 때문에 파이썬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나마 우리 3명 중 가장 파이썬을 가장 잘 다루는 동료가 주 개발을 맡았고, 나는 보조개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취업준비와 함께 자동매매 개발이라는 꿈에 부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아침 8시 반, 장이 열리기 전에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길가의 벚꽃들이 나를 반기고, 봄 하늘의 청량함이 사무실로 향하는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 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달리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개발한 코드를 돌려볼 시간이 되었다. 


첫 투자금액은 500만 원이었다. 장이 시작되고 약 30분이 경과되었을 때 투자이익은 60만 원이 되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우린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미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회사는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레었던 첫날 장이 종료되었다. 


'첫날 수익 -30만 원'


시작과 달리 하루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이 가득했다. 버그를 수정해 나가고 적용 가능한 전략에 대해 활발히 토의를 했다. 장이 종료되면 사고 판 내역을 보면서 전략을 변경해 나갔다. 볼린저 밴드, 거래량, MACD.. 등등 여러 조건들을 적용하여 당일 매수, 당일 매도 방법으로 실제 금액을 투입해 테스트를 했었다. 그중에 수익이 나는 조건들도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을 정도로 수익이 좋은 조건을 찾지 못했다. 컴퓨터가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 방식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회전율로 세금/수수료가 하루 몇만 원에서 몇 십만 원이 발생하였다. 그렇게 약 2개월이 더 지나자 자동매매 수익으로는 도저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다시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바쁜 회사생활 속에서 자동매매에 대한 꿈을 접지는 않았다. 다만 매매방식을 초단타 매매에서 스윙으로 바꿨다. 1년 반 정도가 지났을 때, 자동매매에 대한 수익률을 계산해 보았다. 주로 규모가 작은 종목들을 매매했는데, 코스닥 스몰 지수와 수익률 차이가 없었다. 초단타 매매처럼 세금/수수료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키움증권에 꼬박꼬박 수수료를 납부하며 키움증권 배만 불려주고 있었다. 


그 이후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했던 동료는 코인 자동매매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투자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자동매매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자연스럽게 개발한 프로그램은 컴퓨터 어딘 가에 저장되어 방치되었다. 그리고 키움증권 계좌에는 그 당시 매수했다가 거래정지가 되어 팔지도 못하는 3개의 종목이 훈장처럼 남아있다.


자동매매 매수후 거래정지 종목


돈 버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꿈은 그렇게 접혔다. 


자동매매를 통한 전체 수익은 +를 기록하긴 했다. 

동매매 기간 동안 코스닥 스몰 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처음 기대와 달리 퀀트나 자동매매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물론 퀀트로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목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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