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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Oct 23. 2021

1부-나는 불나방이었다/'묻지마 투자'의 최후

'묻지마 투자'의 최후

묻지마 투자
정확한 정보나 체계적인 시장분석도 없이 주식에 마구 투자하는 일


내가 속했던 사업부를 매각한 대기업을 떠나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를 하던 때이다. 브라질에서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나는 귀국과 동시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근무를 하였다. 한국에 들어와 주식 투자는 계속하였지만, 큰 금액으로 투자를 했었던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로 옮기면서 당시 전 재산이었던 전세금 1억을 미래에셋 랩어카운트에 맡겼지만 수익이 나질 않았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다시 전셋집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었다. 


주식투자와 회사생활에 매진하면서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비교적 높은 연봉, 우리 부부의 절약하는 생활 패턴, 주식투자에서의 소소한 성공 등으로 자산을 계속 불려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주식 / 펀드 투자에서 재미를 보던 중 인맥이 넓은 회사의 동료와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 역시 주식 및 다양한 투자에 관심이 많았고,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기업에 대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고 그 '정보'를 토대로 주식투자를 하였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 친구가 말한 종목들이 대폭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묻지마 투자'는 시작되었다. 


그 친구가 말하는 정보들은 주로 M&A 관련된 정보나 M&A 를 위한 기업분석에서 나오는 보통 사람들이 알기 힘든 정보였다. 홍콩에서 M&A를 담당하는 친구에게서 나오는 정보라고 하였다.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보통의 찌라시와는 다르다'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하였다. '정보'에 의한 투자가 1-2번의 성공으로 이어지자 나는 확신이 들었고 몰빵 투자를 하게 되었다. 몰빵 투자를 하게 되니 당연히 수익금도 커졌다. 그렇게 2014년 말에서 2015년 상반기 나의 주식투자 역사상 최대 수익을 내게 된다. 연봉에 가까운 수익이 나면서 회사일이 우습게 보였고, 이쯤 되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내게 자본금이 좀 더 많았다면…'


이때쯤 4년 정도 살던 집이 전세 계약 만료가 되면서 다른 전셋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자본금 부족으로 더 큰 수익을 놓쳤다는 아쉬움 때문에 자본금 확충을 위해 새로운 집은 반전세로 옮기게 된다.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정보'와 함께 추가 자본금이라는 무기를 장착함으로써 부의 길로 가는 가장 빠른 적토마를 탄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그 적토마는 어느 순간부터 잘 달리질 못했다. 그 친구가 준 정보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큰 수익이 나질 않았고, 어떤 종목은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였다. '한방'만을 노리던 나는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나는 이때 주식투자를 이렇게 생각했다.


'정보를 모르는 개미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게 간절히 남이 모를 것 같은 정보를 찾아 나서던 중, 다른 지인이 가볍게 던진 어떤 종목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된다. 만약 묻지마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그냥 흘려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정보'의 달콤한 맛을 본 나는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종목에 대해 엄청난 검색을 하게 된다. 이때 내가 한 것은 분석이 아닌 검색이었다. 그리고 그 종목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양하이타오(현 에프앤리퍼블릭)'


당시 주식시장은 중국 대상의 화장품 제조/유통 회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었고, 화장품 유통을 하던 한양 하이타오라는 회사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광군제에서의 매출 기사, 화장품 사업으로 진출 등 내가 검색을 하면 할수록 그 종목은 나의 운명의 상대라는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 종목을 10,000원에서 12,000원에 집중 매수를 하게 된다.  그 뒤 그 종목은 16,000원까지 직행하였고, 지인의 지인에 의하면 20,000원까지 갈 거라는 소식은 나의 투자에 확신을 주었다.


그 소식 이후 주가는 직하강을 시작하였다.

한양하이타오(현 에프앤리퍼블릭) 주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매도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단지 희망을 담은 그 “정보”만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묻지마 투자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과정 중에 다양한 심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타인에 대한 원망부터 들고 마음속에는 분노가 인다. 나는 운전을 하고 가다 그냥 앞차를 박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 원망은 나에 대한 자책으로 바뀐다. 나에 대한 끊임없는 자책을 하다가 결국 현실을 부정하게 되고 모든 걸 포기하게 되는 좌절과 포기상태가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가는 거의 1/10토막이 되어 있었다.


나는 손실금액을 정확히 따져보지 않았다. 그 금액을 정확히 계산해 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2~3년 연봉 정도의 금액이었다. 묻지마 투자로 처음 벌었던 금액을 제외하면 1~2년 정도의 연봉을 한순간에 날린 것이다.


이 정도면 주식을 포기할 만도 하지만 불나방이었던 나는 주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후로 어떠한 달콤한 소문이나 단지 희망으로만 투자를 하지 않는다. 묻지마 투자 실패 이후로도 나는 많은 투자 실패를 경험하였다. 그렇지만 처음 실패의 강열한 인상은 나를 그 이후의 투자 실패 금액을 줄여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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