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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Oct 22. 2021

1부-나는 불나방이었다/나는 회사의 자산인가?

나는 회사의 자산인가?


“여러분은 회사의 자산입니다”

광고나 CEO의 신년 메시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회사는 진정으로 나를 자산으로 여길까?


‘나는 대체로 운이 좋은 편이다’라고 믿었었다. 

대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아마도 요즘 시대에 졸업을 하였다면 대기업은커녕 취업조차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엔지니어로 사원, 대리를 보내고 있을 무렵 회사는 나에게 브라질에서의 2년~3년 기술 주재원이라는 기회를 주었다. 브라질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던 나는 값비싼 와인을 마시며 쥐뿔도 없는 내가 마치 뭐라도 된 듯한 착각으로 해외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느 CEO의 말처럼 회사는 나를 진정으로 자산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회사이고 회사가 나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그렇게 브라질에서 1년을 보냈다. 


'회사는 내가 속한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하였다'



일주일 동안 멍한 상태로 보냈다. 멍한 상태는 일주일 뒤 회사에 대한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나의 그런 감정들과는 상관없이 사업부 매각 절차는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원들에게 다른 사업부로의 전출이라는 기회를 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영업 조직에서 기술 주재원으로 있었던 터라 이미 과장 진급이 누락된 상태였다. 다른 사업부에서 단기간에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고과를 받고 진급을 할 만큼 능력자가 아니었다. 반 강제적으로 사업부를 매각한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외국계 회사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그 덕분에 좋은 고과와 함께 연봉 인상이라는 달콤한 결실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난 운이 대체로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회사는 한국 연구소를 철수했다'


다시 한번 멍한 상태가 되었다. 첫 번째 멍한 상태와 다른 점은 '회사'라는 조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입사했던 대기업에서 사업부 매각 시에 다른 부서로의 전출을 선택한 부장님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두 번째 회사의 한국 연구소 철수 이후 통닭집, 부동산 중개업을 차리는 회사 동료를 볼 때, 회사와 직원인 '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회사는 나를 포함한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가 말하는 사탕발림 같은 말들 말고 '나'는 회사의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진실된 답이 필요했다. 그 답은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공부하면서 '나'는 회사의 어떤 존재인지 답을 찾았다. 


회사의 재무상태표이다. 직원은 회사의 자산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회사의 재무상태표에서 '나'(직원)을 찾을 수 없었다. 회사의 자산인 '나'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재무상태표

'나'를 찾은 곳은 손익계산서이다. 


손익 계산서

'나'는 회사의 당기 순이익을 깎는 '비용'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 내(나의 월급)가 작을수록 순이익이 커진다. 그리고 그 순이익은 회사의 이익잉여금에 포함되어 회사의 자산이 된다. 


“여러분은 회사의 자산입니다” 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회사의 비용입니다”


이렇게 보니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을 버린 것이 좀 이해가 된다. 

내 의도와는 달리 회사를 몇 번 옮기고 나니, 회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는 나를 부의 길로 이끌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 생각은 나를 주식에 집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방법은 더욱 뚜렷해졌다. 


“주식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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