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준 선물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때입니다”
유투버 신사임당 님이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돈 벌기 가장 쉬운 때인 지금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의 월급으로만 돈을 모아 나갈 수 있을까? 주식 및 부동산을 10년 전부터 수많은 책을 보며 공부를 해왔는데, 왜 아직 부자가 되어 있질 못하고 있는지 고민을 했었다.
2019년, 그 고민들은 나를 바꿔 놓고 있었다. 성급한 투자에서 차츰 느긋한 투자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변화의 과정 중에도 해외선물, 원유 레버리지 ETF 등 불나방 투자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나의 대부분의 금융 자산이었던 퇴직금은 IRP 통장에서 느긋한 주식(ETF) 투자로 금액을 불려 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전 직장에서 한국 연구소를 철수할 때 퇴직금과 함께 위로금을 직원들의 근속연수에 따라 주었고 그 돈은 금융자산 증식의 든든한 밑천이 되었다. 아마도 2019년 나의 투자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그 돈을 이미 해외선물에 투자(도박)를 하고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손실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2019년은 나의 마음 안에서 불나방 같은 기질과 느긋한 투자가 서로 누가 이기나 경쟁을 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발생했다.
퇴직연금 IRP 계좌 및 해외주식 계좌 모두 하루가 멀다 하고 폭락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2020년 4월 불나방 투자의 마침표를 찍은 원유 레버리지 ETF까지 손해가 나면서 손해액은 너무나 커져가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주식을 볼 시간은 더 많아졌지만 주식계좌의 손해가 오히려 강제 존버 및 주식계좌를 보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주식 매매를 하지 않게 되니 남는 시간이 많아졌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나의 삶에 대해, 나의 투자에 대해 고민을 하고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였다. 그 질문 중 가장 답이 없는 것은 다음 질문이었다.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워런 버핏은 본인이 부자가 되는 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워런 버핏과 달리 나는 매일 나를 의심했다. 로또라도 맞지 않는 이상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부자가 될 수 있을지에 고민을 하던 중 중요한 전제가 빠졌다는 것이 생각났다.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한국 부자 보고서를 찾게 되었다.
다음은 2020년 KB금융 한국 부자 보고서 내용이다.
‘한국에서 부자라면 얼마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총 자산 100억 원 이상이라는 응답 이 가장 많았다. 부자들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총자산 기준 금액은 30억 원, 50억 원, 100억 원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숫자가 주로 꼽혔다. 이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는 금액은 ‘100억 원’으로 부자들 중 26.5%가 꼽고 있고, 다 음은 ‘50억 원’(18.0%), ‘30억 원’(9.3%)의 순이다. 부자의 기준으로 총 자산 50억 원 미만을 선택한 부자는 전체의 11.5%이고, 100억 원 초과를 선택한 부자가 17.0% 로 대부분의 부자들(71.5%)은 부자의 기준으로 총자산 ‘30억 원~100억 원’을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0억 원에서 100억 원은 있어야만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사실 흠칫 놀랐다. 그럼 실제로도 사람들은 그렇게 돈이 많을까?
다음은 202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이다.
2020년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평균 3억 6천만 원, 중앙값은 2억이다. 부자에게 자산이 편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평균값보다는 중앙값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에 대한 자산 기대치는 높지만 가지고 있는 자산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이렇게 보니 이미 나는 평균을 넘는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부자라고 판단하는 30억, 50억, 100억은 도저히 벌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부자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자산으로 부자의 기준을 세워보려고 했지만 자산만으로 도저히 나의 부자의 기준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잣대로의 부자의 기준이 필요했다.
우선 내가 하기 싫은 일부터 적어보았다.
'싫어하는 사람과 억지로 밥(술) 먹기'
'아침 일찍 일어나 로봇처럼 출근하기'
'내 시간을 남을 위해 쓰기'
'무의식 중에 남과 비교하며 짜증 느끼기'
이것들을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일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느낀 감정들이었다. 적어놓고 보니 부자의 기준이 명확해졌다.
나의 부자 기준 : 회사 때려칠 수 있는 순간
기준은 명확해졌지만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어 회사를 때려칠 수가 없었다. 또 한 번 실망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부자가 되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 부자가 아니라면 언제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예상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예상을 위해 화면에 업무용으로 띄워놓은 엑셀이 보였다. 그 순간 그 '엑셀'은 그 이후의 나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복리의 무서움과 투자에 대한 생각,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코로나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고 한다. 나 또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코로나는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그것은 바로 ‘나’에 대한 고민의 시간과 함께 엑셀로 보았던 부의 설계 및 실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