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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Nov 30. 2021

2부-엑셀로 부를 설계하다/첫 칸을 채우다

한 달 소비 금액으로 본 나의 부자 기준

엑셀을 화면에 띄워놓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한 달에 얼마를 쓸 수 있어야 부자라고 느낄 수 있을까?’


나의 부자 계획 시작은 내가 부자라고 느낄 수 있는 한 달 생활비용을 넣는 것이었다. 물론 한 달에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클수록 부자라고 느낄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강남 아파트에 살며 한 달 소비로 천만 원, 2천만 원을 넣을 수는 없었다. 허황된 금액을 쫒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부자라고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다음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현실과 타협한 부자’


어쩌면 좀스러워 보이고 구차해 보인다. '부자면 부자지 현실과 타협한 부자는 뭐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실과 타협한 부자’라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금융자산 30억, 50억 혹은 강남 아파트를 쫒는 것보다 나를 한 발자국 더 부자의 길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였고, 투자에 대한 심리적인 안정과 함께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였다. 


‘현실과 타협한 부자’의 생각이 정립되기 전, 그 첫걸음으로 나는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부자라고 느낄 수 있는 씀씀이나 기준은 사람마다 틀리다. 따라서 절대적인 금액이 아닌 ‘나’에 대해서 알고 나의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하며, 부자로서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가계부를 따로 쓰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아껴 쓰는 습관이 몸이 배어있어 씀씀이가 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현재의 씀씀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 부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우선 현재의 카드 사용 내역 및 현금 흐름을 보면서 한 달 평균 소비 금액을 살펴보았다. 적어도 평소 금액 이상은 소비를 할 수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최소한의 부자의 기준이 정해졌다. 


최소한의 부자 = 현재 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


현재의 소비 금액에서 내가 부자라고 느낄 수 있는 금액이 추가되어야 했다. 그 금액을 넣기 위해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소비의 형태와 그러한 소비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해 항목별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자동차 구매비용

나는 현재 8년 정도 된 비교적 저렴한 SUV를 타고 있다. 만약 좋은 차로 바꿨을 경우, 내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큰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20대와 30대 초반까지 뚜벅이 생활을 즐겼으며, 브라질 주재원 시절 회사에서 구매해준 차를 제외하고 내 돈으로 차를 구매한 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차가 처음이다. 차에 대해 근본적으로 소유욕이 없다. 만약 새로운 차를 구매해야 한다면 차 구매를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신차 구매의 기쁨과 차 구매를 위해 회사생활을 더 해야 하는 스트레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는 차 구매의 기쁨을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더 좋은 차를 사야 한다면 더 많은 회사 생활이 필요했고 내가 계획한 부자의 꿈은 한발 더 늦춰진다. 사실 회사생활 없이도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자본이 있다고 해도 나로서는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차는 나에게 부자의 기준이 전혀 아니었다. 


음식, 음주 및 외식비용 

나는 와인을 즐겨마시는 편이다. 마트에서 1만 원~2만 원짜리 Malbec 와인을 주로 사서 마시지만 그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만약 10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면 부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브라질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주로 고급 와인을 마셨다. 그때 먹었던 값비싼 와인과 2만 원짜리 와인을 눈을 감고 맛보고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아마도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아무거나 선택할 것이다. 비싼 술이 나에게는 행복의 기준이 전혀 아니었다. 나는 단지 와인잔에 담긴 와인의 향과 분위기를 좋아할 뿐이다. 그 행복은 만 원짜리 와인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나의 이 저렴한 입맛은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주로 9시 이후 대형 마트에 가서 할인하는 해산물이나 고기 등을 주로 구매한다. 50% 할인되는 딱지가 붙은 해산물을 구매하면서 득템을 한 것 같은 행복을 느낀다. 비싼 음식 구매가 이 득템의 행복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외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값비싼 음식점: 음식이 맛이 없을 경우 스트레스 > 값싼 음식점: 음식이 맛이 없을 경우 스트레스'

'값비싼 음식점: 음식이 맛있을 경우 행복 < 값싼 음식점: 음식이 맛있을 경우 행복(가성비)'

값비싼 곳에서의 외식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가성비가 높은 음식점에서의 식사가 나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나는 값비싼 음식점에 갈 이유가 별로 없다. 


여행비용

가끔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주로 다니지만, 비싼 숙소나 비싼 비용을 들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무인텔이나 저렴한 펜션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관광지에서의 Activity나 외식도 최대한 아껴 쓰는 방향으로 여행 계획을 짜 왔다. 그렇지만 요즘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비용은 아깝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만약 부자라면 여행비용은 아마도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그 비용은 크지 않다. 현재의 여행 비용에서 1년 200만 원 정도만 추가된다면 아마도 부자라고 느낄 것이다. 


주택비용

주식투자를 위해 반전세를 살던 때인 2018년 집주인이 내가 살고 있던 집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나는 집을 구매할 계획이 없었다. 집주인이 갑작스레 집을 내놓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무주택자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계획에 없었던 집 구매는 나에겐 천운이었다. 현재 집을 팔아도 서울이나 판교, 분당 등 주요 지역의 전세로도 가기 어렵지만, 현재의 폭등한 주택시장에서 용인의 조용한 동네라도 집을 소유한 것과 소유하지 않은 것은 심리적인 차이가 너무나 컸다. 나는 현재 일명 말하는 더 좋은 급지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이 없다. 어쩌면 이건 현실적으로 결정한 나의 부자 계획에 대한 타협점이다. 더 좋은 지역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모든 금융자산을 정리하고, 기한 없는 회사생활을 상상하니 그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터널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따라서 현재 나의 부자 계획에 추가로 들어가는 주택비용은 없다. 


사교육비

나는 사교육비가 부모와 아이를 경제적 자유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존 리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렇지만 공감과 현실은 약간의 괴리가 있다. 다행히 아이들의 주요 과목들을 와이프가 봐주고 있어서 남들보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사교육비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아마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투자로 전환한다면 그 돈은 아이의 미래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사교육비는 언제나 나의 부자 계획에 최대 고민거리이다. 아마도 내가 부자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교육비 지출은 감당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사교육비 수준은 보통의 대한민국 부모들이 생각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취미 활동 비용

나는 비싼 돈이 들어가는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필라테스를 일주일에 1-2번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 려 독서를 하는 정도가 전부이다. 브라질 주재원 생활 동안 골프를 치긴 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고 지금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 부자가 되었을 때 추가로 취미활동을 가질 수는 있지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를 가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주요한 취미는 독서와 글 쓰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계획상 취미활동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아들 결혼자금

나는 아들에게 결혼자금으로 주택 구매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줄 계획이 전혀 없다. 그 비용들은 그대로 나의 주식투자 비용으로 들어가 상황에 따라 먼 훗날 주식으로 물려줄 수 있다.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 올바른 ‘돈’ 공부를 한다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없어도 시간이라는 무기가 부자의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할 교육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현재 소비하는 금액에서 크게 증가하는 항목이 없다. 다행히도 나는 경제관념이 나와 비슷한 와이프를 만나서 살고 있다. 우리는 꾸준히 부자의 기준에 대해 또는 노후의 ‘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나의 부자의 기준이 와이프의 기준과 같을 수는 없지만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2020년 어느 여름날, 이로써 나는 나의 부자 계획을 위한 엑셀의 첫 칸을 채울 수 있었다. 

나의 부자 기준 한 달 소비 금액

= 현재 한 달 소비금액 + 여행 경비 증가 금액 + 아들의 중학생 이후 사교육비

나의 부자 기준은 이제 명확해졌다. 


나의 부자 기준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고 한 달 소비 비용이 충족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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