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간에 갇히는 순간.
정신이 혼미하게
아주 푸르고 깨끗한 하늘을
시간이 멈춘듯 바라본다.
멍하니 바라보면서
눈에 맺힌 옅은 빛을 서서히 지운다.
흰 도화지에 검은 점조차 남기지 않으려
찬란한 색이 오기 전
새까만 눈동자를 감아버린다.
완전한 암흑 속에 움크려
고개를 파묻고
태초의 안정감을 찾으려 애쓴다.
어느 누구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채
아주 고요히.
울컥울컥 올라오는
옅은 빛은 무시한 채
귀 먹은 소리와 내 심장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벗어날 수 없는 블랙홀 속을
유영하며 다니노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지금도
살아갈만하다 느낀다.
점점 검은색물로 차오르는 이곳은
낙원이다.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