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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7. 2022

위저드 베이커리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

​  <위저드 베이커리>는 달콤하고 판타지적인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야말로 '선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바로 눈을 뜰까 말까부터 시작해서 점심 식사는 어떤 걸 먹을까, 하다 못해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도 31가지 맛 중에서 '선택'이란 걸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반대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에서 극 중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상대를 죽이기 전에 동전을 던져 죽일지 살릴지를 결정할 '선택'권을 주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의 보기는 우리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일지 살릴지 피해자 당사자가 선택하는 것처럼 표면적으로는 보이지만, 실은 안톤 쉬거가 무슨 권리로 누군가의 삶의 종결을 동전이라는 물건의 행방으로 결정한단 말인가.


  1. 죽는다

  2. 산다

  피해자가 자신이 정하지 않은 보기에서 선택을 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이 피해자의 보기에는 없다.​


  어쩜 우리가 사는 것도 가끔 그런 게 아닐까. 아침에 더 잘까, 바로 일어날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일어나긴 해야 한다. 뭐랄까, 삶이 정한 보기 내에서 답을 선택하는 객관식 같은 하루들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선택이 지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실은 사실 진정으로 선택한 건 몇 가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건 완벽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보기 중 가장 알맞은' 것을 고르는 게 아닐까. ​


  보통, 오답 노트의 필요성으로 많이들 하는 얘기가 '한 번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고민 고민하더라고 한 번 맞힌 문제는 다음번에도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은 같은 답을 고르고 맞는다. 당연히, 틀린 문제는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또 틀린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의 뒷 표지에서 권여선 소설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거의 선택으로 고통을 받는 당신, 기억을 지우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후회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드물게 후회하는 편이다. 선택하기 전에는 짧게 또는 길게 고민을 하지만, 일단 선택한 후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가정 자체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선택을 하든, 결국은 '지금의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굉장히 과거를 자주 아주 많이 회상하는 사람이지만 한 번도 과거로 회귀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무리 좋은 순간에도 '이 순간이 멈췄으면'하고 바랐던 적이 없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삶은 계속되고, 그래서 좋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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