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May 17. 2022

뉴턴의 아틀리에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아는 만큼 안 보이기도 한다

계급의 후각화, 후각의 시각화.”


2019 여름,  획을 그은 영화 <기생충> 보고  , 왓챠에 적은 관람평이다. 위대한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갈  있는 기쁨을 느낄  있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사회학을 전공한 봉준호 감독님이나 철학을 전공한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이 그렇듯, 전공을 살려 다른 분야로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일인지 감탄  감탄했다.​


2020 봄에 출간된 『뉴턴의 아틀리에』를 읽으면서 재작년 <기생충> 떠올랐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있다시피 미술관에서 과학을 보는 김상욱 물리학자와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유지원 타이포그래퍼가 함께 소통한 인문 교양서적이다. 밀란 쿤데라와 마그리트, 바흐 작품을 보면서 감탄하는 물리학자와 유머 감각이 깃든 진지한 글자체를 좋아하는 타이포그래퍼의 만남이라니.​


교양서적 (敎養書籍)

[명사]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책.

교양서적의 정의를 찾아보면 위와 같다. 『뉴턴의 아틀리에』를 통해 우리는 두 저자가 거르고 고른 미술, 음악, 과학, 예술 작품을 통해 독자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자연스럽다’를 비롯한 일상 언어의 폭력성에 대하여, 물리학 같은 작품과 생각지도 못했던 일상 과학을 만난다.


단순히 정보 제공과 교양을 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읽으며 독자는 스스로의 마음과 사고를 돌아보게 된다. 머리를 채우려고 읽다가 넘쳐흐르는 마음을 보게 되는 책이다. 아래 인용 구절을 보면 가히 '교양서적의 모습을 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한다. 타당한 통찰이다. 그런데 일단 알게 된다는 것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알기 전과는 나의 의식이 비가역적으로 달라진다. 그러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한다.
p.30

대부분의 추상명사들이 그렇듯이 ‘자연스럽다 단어도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다. 억지스럽지 않거나 이상하지 않다, 혹은 순리에 맞거나 당연하다는 정도로 표현할  있을 뿐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  옳지 못한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기형아는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죽임 당하거나 버려졌다. 누가 자연스러운 것을 결정하는 것일까? 자연스럽다는 단어는 폭력적이다.
p.125​


보이는  다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다는 아니다. 미술 작품들을 보여주려면  자체의 크기를  크게 만들거나 물리학을 어려워할 독자를 생각하면 주석을  많이 붙여 페이지가  늘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도의 크기에  정도의 무게감으로 독자들에게 모습을 비춘 『뉴턴의 아틀리에』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김치도 참치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데 매번 소울푸드로 참치 김치볶음밥을 꼽는 친구가 있다. 과학도 예술도 나는 모르겠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독자들에게도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물리학을 보려다가 미술을 보고, 음악을 들으려다 과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감적이고 간학문적인 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두 개가 만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방향성! 속도나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면 둘은 만나고야 말 테니까.

일찍이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는데, 나는 좋은 책이라면 무릇 『사랑의 기술』의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만일 내가 참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말할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자신도 사랑한다 말할  있어야 한다 구절을 떠올린다. 『뉴턴의 아틀리에』는 이런 점에서 탁월한 책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과학을 사랑할  있고, 예술을 사랑할  있고, 나아가 세계를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할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 동물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