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으앙, 너무 좋다. 좋다, 는 말 이외에 더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면치기 하듯 슉슉 읽히는데, 중간중간 콩콩하고 마음 노크도 해주고, 읽고 나서 뭐라도 적고 싶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하나하나의 변화가 다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서 어리둥절한 순간이 많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세금처럼 확실하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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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난 주말부터의 나를 글로 표현한 것만 같다. 병든 닭(어머니 표현을 빌려 쓰자면,)마냥 한나절 잠을 잤고, 화장실을 가다 쓰러져서 팔다리에 멍이 들었고, 내 기억으로는 내 인생 세 번째 토를 심지어 집이 아닌 곳에서 했고, 어머니표 소고기죽으로 기운을 차렸고, 앞으로는 정말 '건강'이라는 걸 유념하며 지내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Annyeonghaseyo? Are you in peace?
안녕히 계세요. Annyeonhi Gyeseyo. Stay in peace.
안녕히 가세요. Annyeonghi Gaseyo. Go in peace.
뜻을 다 쓰기도 전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과 함께 동요가 일었다. 몇몇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는 더 꼬여 혀끝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질문했던 학생이 말했다.
“그런 말을 일상에서 한다고요?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할 것 같은 말인데. ‘평안하냐?”
반쯤 누운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던 그가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아 유 인 피스?’라고 발음하자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웃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 학생들에게 내 번역이 얼마나 황당하게 들릴지를 희미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틀린 건 아니었다. ‘안녕’을 달리 어떻게 번역할 수 있단 말인가?
“하이나 헬로처럼 단순한 건 없나요?”
다른 학생이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있지요 하고 답했다.
“안녕. Peace.”
학생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고, 내 얼굴은 마침내 완전히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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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취미로 '언어'만큼 좋은 게 있을까. 배움의 끝이 없기도 하고, 언어 하나에 담긴 문화, 사회, 가치관, 시대상, 그 모든 것들. 매일 말하는 '안녕하세요'가 이렇게나 좋다. Are you in PEACE? 나는 이제 정말 진심으로 모두의 안녕을 바라며 인사를 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나는 안녕합니다. 당신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옆방, 그러니까 734호에는 첸 샤오라는 중국인 시니어 렉처러가 있었다. Q 선생은 그녀가 중국에서 소설을 다섯 권이나 낸 작가이며, 뉴욕에서 25년째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간만 나면 연구실에서 글을 쓴다고 했다.
“유명한가요?”
내가 묻자, Q 선생은 안경 속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명한 게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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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유명한가요?"라는 질문에 "유명한 게 중요한가요?"라는 대답. 진정한 우문현답. 유명하면 좋겠지만, 유명한 게 다는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드는 게 중요하다. 내가 좋아야 정말 좋다.
새로 좋아하게 된 것들의 목록
1. 고타로 오시오 <You&Me>
2. We’ll see, 라는 표현
3. PEACE, 덩달아 이너피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