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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19. 2022

도서관 런웨이

사랑 이후의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

  세상 모든 불확실성에 의문을 갖는 시대. "안심하고 결혼하십시오"라고 호언장담하는 보험이 나온다 해도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보험약관집을 들고 사랑에 나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결혼 보험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진 않다. 제목에 나온 도서관 런웨이를 일장연설하고 싶다가도 그게 전부는 아닌데, 하고 고개를 젓는다. 모든 것을 담은 작고 예쁜 것을 내놓을 자신이 없어 오늘도 흙만 털어놓은 채 나란히 내놓는다.



​  언젠가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안나는 핼리팩스도서관 이야기를 오래 했다. 지그재그 형태로 뻗은 도서관 내부 통로가 몹시 인상적이었다고. 그때 아마도 ‘도서관 런데이’란 표현이 처음 등장했을 것이다. 안나는 그 흔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두었다. 도서관의 현판, 옥상정원, 가지런한 책상과 의자, 반납 통로나 몇몇 청구기호, 안나가 말한 내부 통로 어디쯤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안나는 사진 아래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어떤 통로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이건 뭐랄까. 누군가의 혈관 하나에 매료되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는 거야. 그 도서관 내부 통로 하나 때문에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핼리팩스를 그리워하게 되니까.”
  걷는 동안 비스듬히 들어오던 햇빛의 각도, 낮은 소음, 누군가의 시선, 작가들의 데뷔작만 모아놓은 코너, 자신을 향해 셔터를 누르던 남자……. 그중 어떤 것이 안나를 사로잡은 것인지는 안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안나는 그 도서관에 찾아간 시간이 오전 열 시쯤이었는데 오후 네 시에 갔다면 느낌이 달랐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 통로와 사랑에 빠진 배경엔 시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안나가 도서관에서 나왔을 때 시계는 이미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나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서둘러 그 도시의 해양박물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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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런웨이. 찾아보면 어디선가 실천하고 있을 것만 같아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니, 책스타그램이 한창이다. 그리고 작품 속 도서관 런웨이 같은 사진을 발견하고 클릭해보니, 웬일! 도서관 런웨이의 저자 윤고은 작가님께서 #도서관런웨이 라고 해시태그 하나와 올린 정말로 '핼리팩스도서관'에서 찍은 게시물을 발견했다. 기회를 만들어 나도 핼리팩스 도서관에 오전 열 시쯤 가서 어떤 통로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


그렇게까지 당신에게 반한 건 아니라고 말했던 남자는 축축한 새벽 도로를 달리는 동안 ‘만약’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만약 어제 안나를 본 뒤 그날 저녁에 바로 귀국하는 스케줄이었다면 어떻게든 뒤로 미뤘을 거라고. 만약 일주일 후에 귀국하는 스케줄이었다면 안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주는 길, 얼떨결에 같이 한국으로 갔을 거라고. “얼떨결에?” 안나가 되묻자 남자는 그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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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보다 놓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타이밍을.”
  “그렇죠.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실제로 놓친 적은 없는 듯? 감이 오거든요. 아주 확실한 감.”
  “주식 말입니까?”
  “연애요. 주식은 많이 놓쳤죠.”
  “운이 좋으셨네요. 타이밍도 운인데.”
  “그보다는 본능적인 거죠. 뛰어들어야 할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알 것만 같거든요.”
  조는 조금 전까지 만만하게만 보였던 신정우가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위험하게 보인다는 것을 느끼고 놀랐다. 위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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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라던 황당하도록 낭만적인 남자는 뛰어들어야 할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알 것만 같다던 무서운 남자다. 낭만과 무서움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안 어울린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예전에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지라고 상심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상반적이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항상 너무 단순하다. 깊이가 없는 안목.


  “나 아직도 외우고 있다. 직계혈족과 3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뇌출혈, 심혈관계질환과 암, 치매 등 치명적 질환, 중증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이거였어.”
  “소원이 구체적이어야 접수처에서도 빠른 처리를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돌아보면 그 문장에 헐렁한 구멍이 많아. ‘뇌출혈’ 말고 ‘뇌졸중’으로 적어야 그 소원이 포함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는 건데. ‘치명적 질환’이니 ‘중증’이니 하는 것도 허술하고.”
  “내가 쓴 걸 보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방만한 태도로 소원을 빌었는지 반성했다니까. 이젠 보름달을 보거나 별똥별을 만나도 보험약관처럼 소원을 빈다고.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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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관처럼 구체적인 소원이 접수처에서 처리하기에는 수월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두루뭉술하게 "세상 사람 모두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이유는 방만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 어느 하나 빼먹지 않고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  “너희 집 몇 층이야?”
  “2층.”
  “그래서 다르구나. 2층 빗소리랑 9층 빗소리랑 다르다, 너희 집 빗소리는 꼭 장작 타는 소리 같아. 모닥불 소리. 우리 집 빗소리도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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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그 애가 아닌가봐.”
  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다가 거기에 한마디를 보탰다.
  “날마다 다른 모형이 온단 얘기야?”
  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두 3교대인 걸 몰랐느냐고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말도 안 되게 불어났다. 이 상어 모형은 모두 3교대인데 밤의 고요한 수족관에서 교대식이 이루어진다고. 그리고 안나 말에 의하면 어제 애는 9등분, 내 말에 의하면 어제 애는 8등분이었다. 우리는 거의 바닥에 주저앉아 웃었다. 그리고 둘 다 조금씩 양보해서 8.5개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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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너는 어리지 않았어. 잘못이 뭔지 아는 나이였고, 알아야 하는 나이였어.”
  우리는 그날 가슴 깊은 곳에 있던 비밀을 돌다리 놓듯 털어놓다가 거기까지 도달한 거였는데, 굉장히 심각한 안나의 반응 때문에 나는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한강공원이고 저만치 다리 위를 통과하는 지하철 한 대와 다음 지하철 한 대 사이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비밀 털어놓기를 하다가 갑자기 현실의 모서리 같은 걸 인지하게 되었다는 말인데, 누구나 접어두고 싶은 모서리를 갖게 마련이고 그때 중요한 건 모서리를 접었다는 행위이지 접힌 페이지 속의 내용을 다시 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나의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안나는 기꺼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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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이 급하구나. 그림자들이.”
  “아니, 마음이 너무 넉넉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거야. 그래서 빨리 만나지. 내 이야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이 말하지, 우리 그럼 눈이 녹기 전에 끌어안읍시다. 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한 것처럼 서둘러 끌어안읍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거야. 그럽시다.”
  그리고 둘은 세상에 오롯한 것이란 지금 이 순간뿐인 것처럼 뜨겁게 포옹하는 거라고, 안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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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서 듣는 빗소리와 9층에서 듣는 빗소리는 당연히 다를 거다.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안나는 근사하다. 안나는 빗소리를 사랑할 거다. 세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소설계의 전태일 열사랄까. 수족관 속 상어 모형에게도 3교대를 지켜주는 안나는 신박하다. “아니야, 너는 어리지 않았어. 잘못이 뭔지 아는 나이였고, 알아야 하는 나이였어.”라고 말할 수 있는 안나. 중요한 건 모서리를 접었다는 행위이지 접힌 페이지 속의 내용을 다시 보는 게 아닌, 누구나 접어두고 싶은 그 모서리를 기꺼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려고 한, 거기에 말을 보탤 수 있는 안나는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성격이 급하구나. 그림자들이.”라고 말하면  “아니, 마음이 너무 넉넉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거야."라고 대답하는 안나는 환상적이다.



  이런 과정의 반복이 내게 몇 가지 의심을 품게 하는데, 이를테면 내가 애초에 진동 흡수용으로 이것과 저것 사이에 끼워진 부품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의자의 중심축에 있는 스프링이나 댐퍼 같은 것.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닳고 지치고 더 빨리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아닐까 하는 것. 언젠가 내가 팀장과의 면담이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자 팀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스프링이나 댐퍼라고 해서 더 빨리 교체해야 되고 그런 건 아닌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닳거든. 애초에 좀 강한 소재를 고르니까.”
  애초에 좀 강한 소재라……, 위안이 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내 의심을 덜어준 건 아니었다. 다만 팀장은 자신이 스프링이나 댐퍼가 아니라고 믿는 것 같아서, 그래서 마치 ‘다 그런 시절이 있어요.’ 하는 것 같아서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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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의외로 스프링이나 댐퍼일지도 몰라. 의외가 아닐지도 모르고.


  “언니 성격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언니는 너무 다정한 사람인데 모든 방을 보여주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닫힌 문을 억지로 두드리고 열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언니가 열어준 방에서만 머물렀어요. 그런데 지금 언니가 그 방에 없네요. 제가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미안해 죽겠어요. 정말 아시는 게 없으세요? 혹시 안나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그렇게 말하는 미정의 눈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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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는 너무 다정한 사람인데 모든 방을 보여주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이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말을 하던 미정의 붉어진 두 눈에 담긴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본인도 상대방에게 모든 방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룸이라거나 본인도 모르던 비밀의 방이면 어쩌려고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까. 사람은 참 다양하구나 깨닫는 게, 나는 초대해준 것만도 기쁠 것 같은데, 꼭 모든 방을 보여줘야 하나 싶고. 그냥 열어준 방에만 머무르면 안 되는 거야?

  장기하와 얼굴들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내가 당신을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지만 어쩌면 당신은 단지 대수롭지 않을 뿐일지도 몰라. 아무리 들어보려 해도 내가 문을 두드리기 전엔 아무 소리도 나질 않네."라는 가사를 듣고 마음이 저렸다. 누군가 두드리기 전에 내가 먼저 오라고 하지 않아서 다치게 한 사람이 없었나 무서워졌는데, 이제 나는 내가 모든 방을 보여주지 않은 것 같아 혹시나 누가 외로웠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나는 레일을 옮기듯이 계속 휴대폰 속의 사진을 넘겨 보았다. 그러다 우리 둘이 함께 찍은 그 여행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길의 절반은 그늘, 절반은 햇빛이 차지하고 있는 사진. 마치 2색 국기처럼 둘로 나뉜 그 여름의 어느 길을 우리 둘이 나란히 걷고 있었고, 우리 둘 사이에는 사람 둘이 더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간격이 멀었다. 안나는 햇빛이 비치는 하얀 길을, 나는 그늘을 걷고 있었다. 나는 햇빛이 비치는 길로만 걷는 안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안나는 자기 그림자를 데리고 걸을 기회를 버리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둘인데 마치 세 사람처럼 걸었다. 나, 안나, 그리고 안나의 그림자. 우리가 통과한 그 구간은 오래전에 바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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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막차다.” 나는 그 시절에 우리가 많이 했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안나가 “기억나.” 했다. 그때 우리는 막차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조금 더 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어 했다. 특히 지금 같은 여름밤에는. 저만치 지나가는 지하철이 시곗바늘처럼 느껴졌고, 그것에 무뎌질 때쯤엔 어느 한쪽이 “막차다.”라고 했다.
  “막차는 이게 막차라고 말해주던가? 지하철 말이야.” 안나가 지하철이 지나간 다리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닐걸.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 그땐 시간을 아예 외우고 있었고 요즘엔 어플을 보니까.”
  “친절한 기관사들은 말해주기도 했던 것 같아. 그런 적이 있어. 분명히.”
  우리는 세상에 그렇게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미리 보내오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 막차인지 뒤에 무엇이 또 있는지 알 수 없는 세계가 대부분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안나가 말했다.
  “아무 신호가 없다는 게 위안이 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불행의 신호를 미리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그리 많지도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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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안나에게 말해주었다. 그가 너에게 한 말들은 다 진실이었을 거라고. 우리는 때로 미래형으로 진실을 말하니까. 누군가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 무리할 때도 있지만, 소리내는 동안 내 마음을 어떤 말 위에 살짝 올려두는 거니까. 어디선가 몰랐던 바람이 불어와 이 말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심정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 우리가 본 것이 동일한 것인지 어떤지 매 순간에 맞춰볼 수는 없어도, 그 말을 따라 함께 몇 걸음이라도 옮겨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최선이라고.
  “그렇다면”하고 안나는 말했다.
  “나는 살아야겠네, 더 열심히.”
  어느 밤의 도로에서 정우가 해준 말 위를 이제 안나는 흘러간다. 그 말은 겨우 한 문장 정도였지만 자꾸 불어나고 불어나 안나를 든든하게 채운다. 삶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알아. 먹구름에 가려 일몰을 볼 수 없는 날도 생기고, 애써 준비한 마음이 오해되고 버려지는 경우도 생기겠고, 삶의 타이밍이 늘 한 발 늦을 수 있고, 내 경우엔 미련도 품을 수 없을 만큼 열 발쯤 늦을 때가 많고. 시간 낭비 같은 산책도 많지. 회복 불가능한 정도의 일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세계가 훼손되고 내 속도가 흔들릴 때도 울지 않을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는데. 그렇지만 무언가를 누군가를 아주 좋아한 힘이라는 건 당시에도 강렬하지만 모든 게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아. 잔열이, 그 온기가 힘들 때도 분명히 지지대가 될 거야.
_257~259

내가 감독이나 연출을 업으로 삼았다면 무조건 손수 만들고 싶은 장면. 아름다워라!

자기 그림자를 데리고 걸을 줄 아는 안나도,

우리는 때로 미래형으로 진실을 말한다고 요란하지 않지만 제대로 위안을 줄 줄 아는 유리도,

그리고  나도, "그렇다면,  살아야겠네, 더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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