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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08. 2022

2022년 06월 06일

미래에서 온 편지 (내년 봄 축사 초안)

3월이면 봄이 오고, 선풍기 꺼내면 여름 오고, 하늘이 높아질 때쯤 가을 오고, 밤이 길어지면 겨울 오는  알았습니다.


22 유월 여름, 합정역  카페에서 까눌레와 소금 초코 라테에 감탄하는 저를 앞에 두고 결혼식 축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야  모든 계절이 이와 함께 오고 갔다는  깨달았습니다.

ㅈ이 생일을 챙겨야 비로소 봄이고, 함께 파랑과 초록을 누벼야 여름이고,  생일을 핑계 삼아 안부를 주고받으면 가을이고, 서로의 새해 복을 주고받고 나서야 그제서야 겨울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ㅁㅈ이는 저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네요.


앞으로 저보다  빼곡하게 ㅈ이와 사계절을 동고동락할 눈앞의 새신랑과 ㅁㅈ이에게 영원한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여름방학을 마친 아홉 에 전학을 가서 처음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90살까지 산다면 이 친구는 저의 열에아홉입니다.

사물함에는 항상 우유에 타 먹는 제티를 맛별로 상비하고 친구들이 모르는  곧잘 가르쳐주던 초등학교 시절, 교내 도서관 사서를 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에 데려가 피아노도 쳐주던 중학교 시절, 모의고사 날이면 만나 멀지 않은 미래를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 초대해 맛있는  대접해줬던 대학교 시절, 나고 자란 곳이 아닌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서의 시공간도 함께   있게  지금까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알알이 탐스럽고 복됩니다. ㅈ이 덕분에 어느  하나에도 추억할 것이 이리 많아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하고 안도할  있습니다.


언제 어느 시기를 돌아봐도 또래보다 똑똑하고 야무지던  친구 ㅈ이는 스스로에게는 무던하게 넘어갈 줄을 알고 자기 사람에게는 부단하게 노력하는 천성이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아는  마음을 지닌 이가 커다란 행복에 웃을 일이 많을  있게, 알아서 배려할 아이니까  마음까지도 헤아려서 서로 사랑하고 의지가 되어주시기를 제 친구를 신부로 맞은 신랑님께 바라고 바랍니다.


각자 살아온 삶보다 함께 살아갈 삶이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기를. 과거품어주고, 현재함께하고, 미래를 꿈꾸는 것만으로 이미 소원 성취 같아서 그 밖의 여남은 것들은 욕심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저 둘만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며 축사 마칩니다.


ㅈ아, 조금  같은 챕터 안에 우리로 남기를 바라던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네가 결혼 소식을 전하며 웃을  반짝반짝 빛이 나서 나도 너를 따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용기가 생겼어. 언제나처럼  삶으로 깨달음을 줘서 고마워. 마음으로부터 축하할  있어 누구보다 기쁘다, 정말.

ㅁㅈ아, 진심으로 결혼 축하해. 오늘은 사월  가장 기쁜 날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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