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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4. 2022

2022년 08월 04일

옥 여사와 당일치기 서울

2022년 8월 4일 목요일 ☀ (이카로스 날개가 왜 녹았는지 태양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날씨)


김포공항 도착하자마자 어머니 신용카드가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지 확인했다.

지하철 타고 명동역 내려서 주변 꽃집을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행히 두 번째로 가까운 꽃집이 전화를 받았다.

영업중이라고 하셔서 호딱 방문 후 분홍색 꽃 화분을 샀다.


어머니 사진 선생님 전시장에 들러 관람하고, 명동에 왔으니 명동교자를 먹어보자며 금방 점심을 정했다.

어머니는 칼국수, 나는 콩국수, 명색이 명동'교자'니까 만두도 시켰다.


회전율이 높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왜 그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2인이라고 말씀드리니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셨는데, 진짜 사람들이 복닥했다.

오손도손 얘기 나누며 먹기에는 소란스러웠지만 어머니랑 나는 꿋꿋하게 부른 배를 통통거릴 때까지 잘 먹고 나왔다.


어머니와 당일치기 서울행이 정해지고 내 원픽은 무조건 창경궁이었다.

그치만 어머니께서 손수건으로 계속 땀을 훔치실 정도로 너무 더워하셔서 다음 행선지는 실내로 정했다.

MMCA 서울관에 가서 영상 위주로 꾸며진 이번 전시를 관람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도 알려드렸다. 히히.


그러고 나서 드디어 창경궁에 갔다.

창경궁은 입구 횡단보도까지 어쩜 이렇게 녹음이 가득한지! 그야말로 여름 그 잡채!!!!!

처음에 사진으로 창경궁 대온실 보여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시큰둥하셨었는데, 막상 실제로 들어가니까 사방이 녹음이라서 어머니께서 더 좋아하셨다.

땡뼡에 취약한 우리 어무이께서는 자판기를 보자마자 옥수수 수염차와 포카리 스웨트를 사셨다.

더워하면서도 예쁘다고 가을에 또 오자고 하시는 어머니를 옆에 두고 걸으며 뿌듯하고 즐거웠다.


대온실 가는 길, 오리도 보고 점박이 고양이도 보고, 뭔가 이싱한 나라에 진입한 앨리스가 된 기분..!

고온 현상으로 녹조가 낀 호수인데도 어머니는 오래오래 눈에 담으셨다.


대온실 앞에서 만난 모녀분들과 사이좋겍 각자 모녀의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대온실 안은 생각보다 많은 식물들이 있었고, 다정큼나무를 보면서 다정보스를 떠올리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도 궁금해서 가보자 했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어머니랑 근처 설빙으로 갔다.

선택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반반 메뉴가 있길래 시켜서 먹으면서 더위를 식혔다.


공항에 돌아갈 때는 지하철 말고 버스를 타보자고 601 버스를 탔다.

도착 예정 시간 07:03 이었는데,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7시 30분 비행기라서 10까지는 들어갔어야 했는데, 항공사 전화받고 호도독 뛰어갔다.

다행히 우리가 마지막 타자는 아니었지만, 어머니랑 마지막까지 미션 임파서블 영화 찍는 느낌으루다가 가슴이 말발굽마냥 다닥다닥 거렸다.


비행기를 탔는데, 반쯤 지나자 하늘이 난리났다.

어머니께 사진 찍어주셨는데, 너무나도 인물 중심 사진이라서 사진 속 풍경 지분이 처참하고ㅋㅋ

하늘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터무니가 없는 사진에 조금 웃다가 어두워져 풍경이 사라지기 전 셀카로 남겼다.

실제로 봐본 적도 없는 세기말 하늘이 저런 게 아닐까, 지구가 둥글긴 둥글구나, 구름이라는 게 진짜 크구나, 내가 보는 게 다가 아니구나, 내가 보는 부분이 아주 큰 하나일 수도 있겠구나, 내 시야 밖에는 참 많은 게 있을 텐데 잘은 모르지만 그것들이 참 근사한 것들이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멋진 것들을 경험하고 싶기도 하고, 조바심도 나고 설레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들.




나는 온갖 걸 주머니에 담고 보는 사람이다.

그러다가도 어떤 날은 모든 주머니를 뒤집어 꺼내 다니고 싶어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기록하고 찍고 싶다가도

오롯이 나만 꺼내 볼 수 있는 오르골처럼 남겨두고 싶기도 하다.


계속된 만남에 쉬고 싶다가도 사람들 보면 또 좋고

종종 혼자를 누리는 일에 조금은 인색해져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상대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모든 좋은 수식 다 갖다 붙이고 싶을 때가 있고

상대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구태여 그 말을 하지 않은 날이 있다.


새롭고만 싶을 때가 많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자주 고맙다.

ㅏㅔㅣㅗㅜ로만 가득찬 허밍을 흥얼거리는 8월 8일 팔땡데이 오늘~~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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