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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8. 2023

언더스토리

문학은 숨바꼭질이 아니라 보물찾기

1986년 대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국어국문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민음사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 걸까.

언제 어디서 태어나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일하면 이렇게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는 걸까.

그러니까 1986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대 국문과 졸업 후 2011년부터 민음사에서 일하고 계신 바로 박혜진 편집자님 바로 당신 말입니다!!!!!


혜진 평론가님께서는 문학이 적은 빛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환대하는 집인 “언더스토리(understorey)“요,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절실하고 애틋한 심층의 연결 ”언더스토리(understory)”라고 말씀하셨지만,

내게는 혜진 평론가님이 바로 그늘진 중간층에서 생성되는 심층의 이야기 ”언더스토리“다.


”문학은 숨바꼭질이 아니라 보물찾기“라고, ”찾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영원히 종료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게임“이라고 말씀하시는 혜진 평론가님.


<언더스토리>를 읽으면서 징검다리 건너듯 하나하나씩 훌륭한 작품들과 멋진 비평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 혜진 평론가님께서 집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보물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통일성을 위해 무조건 한 작가의 한 작품이라는 틀을 두거나 문학 비평이기에 문학에만 울타리를 치지 않아 주셨다는 점.


어떤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작품보다는 단편집을 펼쳐 함께 밑줄을 그어야 알 수 있는 작가가 있고,

어떤 작가분들은 각 챕터보다는 함께 묶어 비교의 형식을 취하면 이해하기 더 효과적일 수가 있고,

어떤 시인은 본인의 작품보다 더 본인 같은 타 창작자의 작품으로 환기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작품들은 두 발을 제대로 땅에 붙인 채로 읽으면 더 와닿는 작품들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나가보지 않아 출구는 모르겠지만, 한 작품에도 이렇게나 여러 개의 입구가 있다는 게 참 설렌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의 눈빛이 좋다든가 스타일이 좋다든가 걸음걸이가 좋다든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시작이 이다지도 다양한데, 문학을 포함한 모든 창작물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니까, 나와 같은 곳에서 숨을 고르기에, 나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빛과 그늘의 사이를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왔다 갔다 해서 등등.


누군가 왜 마음이 가느냐고 묻는다면 ‘그냥’이요 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 어느 날에는 혜진 평론가님의 평론처럼 이렇게 멋드러지게 말하고 싶다.


얼마나 근사하게 말씀하시냐고 묻는다면, 작년에 다녀온 미술관에 다시 갈 계획을 만들고, 로댕의 발가락이나 자코메티의 그림자가 궁금해지고, 아침저녁 뉴스를 챙겨보게 되고,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역대급으로 책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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