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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May 14. 2024

아파트 뷰가 호텔뷰야

3주차 일기 : 01/05/24 ~ 07/05/24

5/1(수)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아무 때나 이사할 수 없다. 매달 1일이나 15일에만 이사가 가능하다. 우리는 오늘 하우스의 베이스먼트에서 고층 콘도로 이사가게 됐다. 풍경이 뛰어나서 매일 아침 호텔에서 일어나는 기분으로 기상한다.

베이스먼트에서는 방충망이 촘촘해서 벌레 들어올 구석이 없는데도 동행인이 회갈색의 거미를 잡아준 적이 있다. 이후에 나도 재활용 쓰레기 비우면서 그보다는 작다는 검은색 거미 한 번, 화장실 환풍기에서 내려오는 아주 작은 것도 한 번 본 적이 있다. 고층이라 여긴 벌레는 없겠다. (아니다. 이렇게 고층인데도 파리나 날벌레가 쉽게 들어온다. 근데 자기들도 아차 싶은지 바로 베란다 찾아 나간다.) 나는 석양에서 야경까지, 와인 한 잔이 기대 된다. (와인 한 잔은 못 마셨다. 이제는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고 사교나 기념의 경우에만 가볍게 마시니, 첫 취업 하게 되면 그때를 노려보아야겠다.)


우버 불렀다. 약 15분 동안 이동하게 됐다. 나는 일정 데시벨 밑은 잘 못 듣는 귀를 가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남성 택시기사였는데 쭝얼쭝얼 말하는 데다가 목소리가 높아서 아는 단어 말고는 더 잘 안 들렸다. 처음에 못 들어서 "Excuse me?" 했더니 본인을 꼽주는 줄 알았나보다. 말하고 있는데 끊지를 않나, 갑자기 노래를 엄청 크게 귀 아플 정도로 틀지를 않나. 동행인한테만 웃고 내가 말할 때마다 쎄한 표정으로 조용해지지를 않나. 내 목소리 다 듣고도 동행인한테 Your brother이라고 표현해서 "No, I'm sister!"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gorgeous하다고 하지를 않나.


월마트 셀프계산대에서 추가로 자동계산됐는데 뭔지 모르겠던 항목들이 있다. 찾아보니 아래와 같았다.

BC crf - container recycling fee : 음료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수료

BC deposit - 주 세금. 추후 반환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



그리고 밴쿠버 물이 맛있다는 말이 있던데, 지금까지 탭워터 마시면서는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불쾌했었다. 오늘 브리타정수기로 거른 물 처음 마셔봤는데 확실히 무척 깨끗하다. 냄새가 하나도 없다. 나중에 친구가 그랬는데 알고 보니까 브리타로 한 번 거른 물이 맛있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5/2(목)


오늘은 컴패스카드 1존 먼슬리로 구입하고 10불씩 충전해뒀다. 여기 교통카드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 복잡하다. 밴쿠버는 1존, 2존, 3존으로 나뉘고 같은 숫자의 존에서만 이동하는 경우가 많으면 1존 무제한, 뺐을 때 1이면 2존, 2면 3존 무제한을 하면 된다.



친구 둘을 만났다. 처음엔 음료 테이크아웃 해서 브런치 먹고 공원 산책하면서 청설모 실컷 보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먹었다. 나머지는 베트남음식점 가고 쇼핑몰에 앉아서 떠들었다.

여러 팁을 알게 됐다. 에이시안 식당 같은 경우에는 팁 최저가 여전히 15%지만 몇 달 전부터 물가가 올라서 로컬 식당은 최저가 18% 라고 했다. 저녁에 방문한 베트남 식당은 최저가 12%였다. 스탠리파크 렌탈바이크샵은 최저가 10%였다. 그리고 캐나다는 팁 문화임에도 관광객들이 팁을 안 주는 경우도 꽤 있는데, 에이시안들도 그렇고 유러피안들도 그렇고 특히 라티노가 심하다고 했다.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무척 피곤하지만 기분 좋다. 동행인도 장난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서 재밌어보였다. 집 올 때는 실핏줄이 다 터져서 눈이 빨갛던데도 행복해보였다. 


5/3(금)


방에서 바깥 풍경을 내다 보다가 아이 러브 캐나다 라는 소리가 나왔다. 설산이랑 강이랑 너무 예쁘고 인구밀도 없는 이곳에서 평생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것 같다. 비록 1년 중 8개월 동안 비가 오더라도 나는 날씨에 영향 크게 안 받으니 괜찮다.

캐쉬를 뽑으려고 TD뱅크에 다녀왔다. 은행인데 카페처럼 Jason Mraz 의 I’m yours가 나오고 있어서 좀 웃겼다. 동행인이 현금봉투를 얻기 위해서 거침없이 업무 줄을 섰는데 백인 금발 할머니 직원분께서 봉투 얻는 건 줄 안서고 그냥 바로 요청 해도 된다고 그랬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건네주신 봉투가 조금 짧고 귀엽게 생겨서 동행인이 당황했는데 it’s for money라고 확인 사살까지 해 주셨다고 한다. 여기가 코리아타운이라서 아무래도 이런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어쨌든 티디뱅크는 카드도 ATM에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넣어야 한다. 이런 건 처음 봤다. 그리고 원하는 지폐권을 선택할 수 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집에 식기세척기가 있어서 행복하다. 식세기를 사용하면 직접 설거지를 할 때보다 물과 세제 낭비도 적고 시간도 벌 수 있다. 빨래 건조기와 식세기는 없어도 충분하지만 있으면 삶의 질이 꽤 은은하고 잔잔하게 올라가는 가전인 것 같다.


5/4(토)



노스밴쿠버에 갔다. Honey Doughnuts & Goodies 에서 유명한 허니도넛을 먹었다. 수많은 평들처럼 음료 없이는 먹기 힘든 맛이었으나, 기름기와 단맛에도 꽤 괜찮았다. 호불호가 강한데 나는 의외로 호에 가까웠다. Quarry Rock Hike 따라서 하이킹했다.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면 개들 오프리쉬가 가능하다. 강아지들이 무척 자유로워보였다.



이후에는 다양한 세계음식 가정식을 판매하는 Joey shipyards 에서 맛있는 밥 먹고, 론즈데일 키 마켓에 잠깐 들렀다가 시버스(Sea bus) 타고 다운타운으로 건너왔다. 작고 평화로운 조지 웨인본 공원과 캐나다구스의 변 때문에 앉아도 되는 잔디는 거의 없지만 항구를 앞에 둔 벤치가 많은 데이비드 램 공원을 거닐다가 빗방울이 떨어져서 집에 돌아왔다.


5/5(일)



다진마늘 1kg을 사왔다. Best before가 2025년 3월 30일이었다. 너무 수상쩍었다. 방부제 안 들어 갔다면서 도대체 왜 내년까지 먹을 수 있는 거지? 한국에서는 다진 마늘을 냉장고에놔 두면 일이주 안에 상한다. 무조건 냉동 해야 한다. 그래서 혹시 모르니 아이스 큐브에 3/4 정도를 얼려 두었다. 나머지 1/4은 요리할 때 다다음주 안에 쓰면 되겠다. 보람차다.

오늘은 5월 계획표를 짰다. 오랜만에 초등학생 때처럼 시간대별로 할 일들을 나눠두었다. 짐Gym 가서 스트레칭 개운하게 하고 상체 약간과 사이클을 했다. 이후에는 쉬고 청소하고 영어필사 시작하고 잤다.


5/6(월)



이번달 계획표를 처음 시행하는 날이다. 첫날이라 피곤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수월하게 계획대로 잘 수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서로에게 선영향을 주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의 잘은 대학생 때까지의 나라면 '완벽히' 해야 하는 거겠지만, 지금의 나는 오차범위가 있어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저녁 개발공부 시간에는 자스 알고리즘 책 서문 읽고 깃블로그 포스팅 할 vscode 설치하고 git for macOS 다운받았다. (Homebrew 선설치가 필요했음) 시간 잘 간다. 목표 100%까지 단번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고 24시간을 알차게 쓰고 열심히 살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애초에 웬만한 건 하루만에 완성하는 게 어불성설이니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히 해야겠다.

우리 아파트에 딸린 짐Gym에는 탁구대가 두 개 있다. 테이블테니스(탁구) 도구는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여기에 비치돼있었다. 정말 좋다. 10분 정도 쳐봤는데 우리가 최대로 많이 친 건 핑퐁 5번이다. 처음이니까 이거라도 어디야 싶다. 왕초보들의 만남이라 이 정도에도 공 주우러 다니느라 땀이 났다.


5/7(화)



우리 집에는 와이파이가 두 개 설치돼있다. 집주인분이 둘 중 하나를 곧 정지할 예정이라며 속도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Google에 Internet Speed Test라고 치면 와이파이 속도를 알 수 있다. 와이파이 회사 다니는 하메 피셜, 밴쿠버 평균 와이파이 속도가 900이라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proOminis는 29고 TELUS[텔러스]는 270이었다. 이 숫자도 웃기긴 하지만 훨씬 나은 것 같다. 텔러스로 와이파이 연결을 바꾸었는데 한국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꽤 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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