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일기 : 15/05/24 ~ 21/05/24
사실 어제 Work BC 첫 방문 할 때 캐나다 구직 필수조건인 씬넘버를 놓고 가는 어이 없는 실수를 했다. 그래서 직원분께 허락 받고 동거인 계정으로 내 이력서는 딱 1장만 프린트할 수 있었기에 오늘 재방문해서 제한된 20장을 꽉꽉 채워 인쇄했다. 근데 집에 오는 길에 이력서 에러를 발견해서 버나비 공공 도서관으로 가 새로 프린트했다. 버나비 도서관 카드는 1개월에 5불씩 무료로 프린트비가 제공된다. 1장 당 0.2센트라서 10장 뽑아도 2불 쓰고 3불이 남는다.
이후에는 로히드몰 안에 있는 A&W버거에 방문했다. 캐나다 고유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인데 맛은 그저 그렇다. 어니언링은 겉은 크리스피하고 안은 촉촉했지만 시즈닝으로 뿌려진 향신료 가루가 너무 짜서 먹기 힘들었다. 그나마 감자튀김이 담백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대부분 인도인분들이 일하고 계신다.
원래 계획대로 여기 온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기간 안에 레쥬메 드랍을 해보았다. 우리의 워홀 목표는 문화체험보다 영주권이다 보니까 서비스잡보다 본업이나 오피스잡 구직에 더 힘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가볍게 하나씩만 하고 왔다. 어찌 됐든 목표 하나를 이뤘다.
개발자 이력서 문법을 검토하고 새로운 튜터를 만났다. 역대급으로 빠른 속도로 이야기하는 걸 다 알아들었다. 보람차다.
인디드 프로필 설정하고 Server 잡 좀 찾아봤다. 우선 서버잡이든 개발직이든 이력서를 한글로 작성해서 영어 번역하는 걸 마쳤다. 첨삭도 여러 번 받았고 서비스직 레쥬메는 더할 나위 없다니까 지원과 인터뷰 준비만 남았다. 트라이얼을 상상하면서 써먹을 영어 미리 공부 중이고, 개발직 알고리즘 공부도 즐겁게 진행 중이다. 단지, 캐나다 개발직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하메가 감사하게도 여러 팁을 말해주었는데 듣고 보니 개발직 레쥬메 형식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99% 완성 된 줄 알았는데 서비스잡이랑 다르게 조금 더 포말해야 하고 커버레터도 필요하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예능이나 보면서 깔깔대고 싶다. 4월 30일쯤에 한 번 쉬어준 이후로 처음이다. 요즘 달리긴 했나보다. 계속 이러면 번아웃 되니까 조만간 쉬어줘야겠다. 그래도 오늘은 인디드에서 서버잡을 첫 지원했다. 튜터 둘한테 이력서를 첨삭 받았다.
월마트에 방문했다. 센소다인 Rapid Relief 치약 한 개에 무려 한화 8,000원에 가깝다. 그래도 독일제 빨간색 치약이랑 프로폴리스 치약으로 영 개운하지 않다가 이거 쓰니까 드디어 입이 깔끔해서 좋다. 콜게이트는 호주에서 썼다가 잇몸 다 상했던 기억이 있어서 안 쓰려 한다.
캐나다 렌트카 어플인 이보(evo)에 인증을 신청했다. 차 몰려면 운전연수부터 다시 받아야하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해두었다.
범블 친구한테서 월요일에 women only potluck party 하자는 초대장이 왔다. 신난다. 앞으로 일요일은 VPL ESL, 월요일은 범블, 화요일은 밋업으로 매일 영어 쓸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취업도 이제 시작 단계니까 차차 되겠지~ 쓸데없는 불안 갖지 말고 하루하루 즐기자.
다운타운 퍼피 요가 스튜디오에 가서 동행인의 예약 시간을 변경했다. 원래는 변경이 안 되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1자리 남음>이라는 명시를 안 해줘서 우리가 동시에 결제를 시도했고 동행인이 몇 초 빨라서 그 혼자서만 성공했기 때문이다. 여긴 전화가 없다. 그래서 곧바로 문의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 직접 찾아갔다. 다행히 일정 변경에 성공해서 2주 뒤에 같이 퍼피요가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다음엔 잉글리시베이에 잠깐 가서 햇빛을 쐤다. 공기가 차가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원래 밴쿠버는 5월부터 여름이라는데 올해는 희한하게 5월 말까지도 비가 온다.
이번 주 진짜 1분도 안 쉬고 구직활동 위주로 열심히 살았다. 원래 오늘도 ESL 가려고 했는데, 시간계산 착오로 이미 지각 예정(잘해봐야 정시 도착)이라 그냥 놀러나가기로 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 갔다. 지인이 추천해준 클램차우더를 먹고, 피쉬앤칩스랑 랍스타롤, 젤라또 등으로 입이 행복했다. 차력쇼와 각종 버스킹, 다양한 강아지들 구경으로 눈도 즐거웠다. 약 5시간 가량 그랜빌아일랜드를 다섯 바퀴 정도 돌았던 것 같다.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려는 페리를 타려다가 핸드폰을 바다에 빠트렸다. 왼쪽 주머니에 핸드폰이랑 보배를 연결해서 넣어놨는데 손잡인지 뭔지, 뭔가에 연결선이 걸려서 빠진 것 같다. 선이랑 폰이 바다에 빠지고 보배만 남았다. 사람이 많았는데 너무 순식간이라 주인인 나만 그 장면을 봤다. 슬로우모션처럼까지는 아니어도 정확히 내 핸드폰이라는 인식을 한 상태였다.
다운타운 애플스토어에 가서 핸드폰을 구입했다. 케이스를 씌워야 하는데 정품은 비싸기도 하고 내구성이 더 좋은 걸 원해서 전문 가게를 찾아보았다. 동행인이 오후 7시가 넘어도 운영하는 두 개의 가게를 찾아주었다. 그 중에 하나는 메인 스트리트에 있었다. 밴쿠버에서 가장 우범지대라는 이스트 헤이스팅스 거리를 아는가? 마약한 사람들이 구십도로 꺾여서 굳어있거나 바닥에 늘어져있고 소매치기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스트 헤이스팅스에는 발도 들이지 말고, 실수로 잘못 들어갔다면 곧바로 나오고, 버스를 탈 거면 메인 스트리트 정류장만 피해라.'라는 말이 유명하다. 다행히 우리는 메인 스트리트 정류장의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래도 우범지대라서 가게들이 철창으로 보호되고 있었고 대마 냄새가 가득했고(사실 대마는 캐나다에서 담배보다 캐쥬얼하긴 함) 마약한 인간들이 비틀거렸다. 우리 말고도 버스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그나마 안심했다.
가게는 연휴라서 닫혀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하메가 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빌려주어서 핸드폰 케이스와 액정보호강화유리, 카메라 보호 렌즈를 구입했다. 캐나다도 택배 배송이 무척 빠르다. 바로 다음날, 쉬는 날인데도 바로 받아볼 수 있었다.
원래는 Potluck Party에 가려고 했는데 새 핸드폰 케이스 없이 나갔다가 부술까봐 그냥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있기로 했다. 마침 집에서 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루 집에서 재정비 했다고 내일부터 다시 무언가를 해볼 힘이 난다. 자정 전에 엄청 졸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핸드폰 관련된 걸 했다. 번아웃이 올랑말랑 할 때 그랜빌아일랜드에서 햇볕 실컷 받고 음악 듣고 먹으면서 이겨냈고, 사랑하는 사람들, 같이 울어주는 동행인, 같이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해주는 모부님 덕분에 상심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
신한은행 코퀴틀람 지점에 갔다. 창구 은행원분이 바로 인사 해주셨다. 모바일OTP 발급 하고 싶다니까 한국 건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신한은행 측에서 안내 받은 해외지사로 결국 국제전화 걸어야 했다. 다행히 감사한 직원분 덕분에 발급에 성공했다.
하나은행 로히드 지점에 갔는데 트래블로그 balance inquiry를 눌러도 잔액조회가 안 됐다. 기계에서도 안 보이고 영수증에도 안 나왔다. Vancity에 갔다. 지난번에 300불씩 두 번은 무료, 이후부터 수수료가 붙었는데 이번은 주말고 공휴일도 아닌데 처음에 300불 뽑을 때 수수료 6불, 200불 뽑을 때 4불이 붙었다. 지난번에는 점점 수수료가 비싸졌는데 이번엔 오히려 줄었다. 두 번 다 똑같이 6불씩 나간 적도 있다. 무슨 수수료가 이렇게 랜덤인 건지. 기가 막힌다.
이후 TD뱅크에 갔더니 여기도 밴시티처럼 ATM기에는 수수료 얼마라는 말 없는데 51불 중 50불 뽑으려니까 출금이 거절 됐다. 수수료는 아마도 1불을 넘었으리라고 본다.
동행인이 머리를 커트해주었다. 한 달만에 가벼워졌다. 비록 어제오늘 다 약속은 취소했지만 백수라고 밥도 안 챙겨먹을 순 없다. 우버이츠에 TD카드 등록했더니 배달비 무료혜택 주는 Uber One에 6개월 동안 공짜 가입 되었다. 야호. 저녁에는 인디드에서 서버잡을 지원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한인잡을 하나 지원했고 내일 면접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