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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n 03. 2024

스시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는 중입니다

6주차 일기 : 22/05/24 ~ 28/05/24

5/22(수)


오늘이 벌써 6주차의 시작이라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6주밖에 안 됐다고 생각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느끼는 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한인잡 스시 레스토랑 서버 면접날이다. 가기 전에 혹시나 바로 트라이얼 할 수도 있으니 서버가 쓰는 영어를 공부해갔다 스시집 서버는 오더, 전화오더, 서빙, 패키징, 테이블 청소를 하는구나. 화장실 청소는 안 하고 싶은데 한인잡이라 또 모르겠다. 점바점이니까 로컬잡도 하려나?

로히드역에서 경찰이 여럿 서있고 백인 남자 하나가 가운데에 잡혀있었다. 뭔가 했는데 컬럼비아역에서도 경찰 둘이서 사람들 컴패스카드를 검사하고 있었다. 컴패스카드 주면 카드리더기에 찍는다. 그럼 뭔가가 나오나보다. 동행인을 맡은 분은 아시안 남성 경찰이었는데 서로 아무 말도 없었댔다. 나는 "Hello."하니까 백인 남성 경찰이 "Hello. How are you?"라고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컬럼비아역에서 경찰들이 또 있었다. 내 앞에 있던 인도인분이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들을 보자마자 다시 뒤쪽으로 올라가셨다. 도망치는 느낌이었다. 교통카드가 없으셨는데 무임승차하셨던 건가? 진실은 알 수 없으니 추측만 해본다.



써리 라이브러리는 다른 지역 도서관보다 경비원이 많았다. 다음날 하메가 그랬는데 써리는 위험한 지역이라서 그쪽 SFU 캠퍼스 학생들은 시큐리티한테 역까지 데려다달라는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써리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구글링 해보니까 정말 캐나다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막상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는 말들을 한다는데, 일단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딱히 위험한 느낌이 없었다.

써리에서 메트로타운으로 넘어가서 동행인이 레쥬메 드랍하는 걸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매장에 직접 들어가서 이력서를 낸다는 거 자체가 한국과는 다른 문화이므로 엄청난 용기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한인마트 중 하나인 아씨마켓에 가서 자체제작 김치를 샀다. 확실히 공장에서 나온 김치보다는 맛이 좋았다. 집에 와서 할 일들을 좀 하다가 잔 날이다.


5/23(목)



원서를 1시간 읽고, OTT로 영자막 미국 드라마를 보았다. 피곤했는지 낮잠을 1시간 30분 이상 잤고 자고 일어나서는 링크드인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인들은 증명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캐나다에서는 그런 사진보다 자연스럽게 웃는 사진이 더 좋다고 한다. 심지어 여기는 마스크 쓴 사진도 상관 없다고 해서 놀랐다. 저녁에는 한국인 셋이서 한국식 치킨 먹으러 갔다. 양념치킨을 Secret Sauce Chicken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엔 한국에 있는 자매와 영상통화를 하고 드라마를 조금 더 보다가 푹 잤다. 쉴 때는 푹 쉬어야 한다.


5/24(금)



일어나자마자 유튜브 영상 3개 편집하고 버나비 도서관 ESL이 벌써 6월 것까지 다 차있어서 7월 초 걸 신청해두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한(국)인들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다운타운 못지 않게 이벤트 신청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문득, 이대로 한국 돌아가면 캐나다 사진 볼 때마다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과 걱정은 감정의 일환일 뿐이다. 조기귀국? 음, 아직까지는 할 생각 없다. 최대한 여기서 취업을 위한 노력을 해볼 예정이다.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 업무를 조금 하고 장 보고 왔다. 한인마트에 갈 때마다 먹고 싶었던 식혜가 있는데 그동안 서너 번 집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다가 오늘 드디어 사먹어보았다. 맛보다 향이 강했지만 그래도 감지덕지였다.


5/25(토)


아침에 일어나서 링크드인 세팅했다. 가볍게 하는데 의외로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후 차이나타운에 있는 캣카페 Catfe로 출발한다. 입양 중심 기관이고, 1시간 예약제이다. 55분이 되니까 칼같이 나갈 준비 하라고 했다. 캐내디언들도 고양이를 거침없이 만진다. 대신 막 만지지 않고 매너 좋게 고양이 녀석들 코에 손가락 먼저 가져다댄다.



캣페에서 나와서 선셋비치를 잠깐 30여 분 걸었다. 지난번 스탠리파크에선 아기구스 봤는데 오늘은 청소년구스를 봤다. 어른구스가 주변에 사람이 오면 보기만 하는데 개가 오면 그 개는 자기한테 관심 없어도 하악질 하느라 바빴다.

캐나다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살 수 없다. 주가 공인한 술 상점을 가거나 사설 술 상점을 가야 한다. 우리는 BC주가 공인한 술 상점인 BCLIQUOR Northgate에 들러서 말리부랑 사이다 6캔들이를 샀다. 다른 인종 경호원들이 우리가 어린 애들인 줄 알고 처음에 엄청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아시안은 원래 좀 어려보인답니다. 말리부에 섞어마실 음료를 위하여 캐나다 마트 중 하나인 Save on Foods를 처음으로 가봤는데 되게 깔끔한 느낌이었다.


5/26(일)


일어나서 언제나 그렇듯이 집안일로 하루의 시작을 가볍게 하고 (식세기 돌린 그릇 정리하고 유산균 먹고 아침거리 준비) 오늘은 글쓰기 모임 운영 업무 가볍게 처리했다. 영상편집하고 아침으로 요거트 먹고 간만에 운동 다녀왔다.

짐Gym에서 올라오는 길에 한인잡 합격 연락을 받았다. 근데 퇴근시간이나 트레이닝 혹은 트라이얼 기간이라든가 이런 거 하나도 말 안 해주고 출근시간은 몇 시며 드레스코드는 검은색이라고만 했다. 원래 써리라는 지역이 치안부터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아서 (환승역인 컬럼비아 스테이션도 지저분, 써리는 인도인 많아서 어깨빵 기본이고 인구밀도 높음. 캐나다에서 살인사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통계 있음.) 합격해도 안 가려 했는데 일단 다녀보고 결정해봐야겠다. 자기 전에는 구글맵으로 해당 레스토랑 메뉴판을 찾아서 공부를 조금 해보았다.


5/27(월)


첫 출근했다. 열심히 일했다. 퇴근하고 그만둔다고 했는데 최대 2주간, 사람 구해질 때까지 도와달라는 말로 붙잡혔다. 일머리도 좋은 편이고 사람 대하는 것도 즐긴다. 그러니 역시 첫 출근한 사람이래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인력이 없으니 너무 바쁘다. 할 게 너무 많다. 한국에서 별 일 다 해봤는데 그것들 중 가장 바쁜 난이도와 맞먹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로컬잡도 어느 정도는 똑같겠다만 그래도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따라잡을 수 없을 거다.



아무튼 여기 사람들은 음식을 꽤나 많이 '손도 안 대고' 남긴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덕분에 내가 롤을 조금 포장해올 수 있었다. 되게 맛있었다. 그리고 이 스시 레스토랑이 좋은 게 일회용 젓가락 하나도 더러워지면 손님한테 안 나가고 직원이 쓰려고 한다. 재활용? 당연히 없다.

캐나다는 스텝밀(직원 식사)이 의무가 아니라던데 여기는 대부분의 한인잡이 그렇듯이 식사를 제공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바로 보내는 게 아니라 밥 먹고 가라고 하셨다. 이건 참 좋다. 물가 비싼 캐나다에서 한 끼라도 밖에서 먹으니 식비가 조금이나마 절감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주 4일 나가고, 매니저님께서 계속 아쉽다며 있어달라고 해주신 덕에 생각을 바꿨다. 한동안 적응하며 출근할 것 같은데 다행히 이날이 가장 바쁜 날이었다. 그리고 손님도 나머지 날들은 전부 나이스했다. 이 날만 딱 두 팀이 겉으로 진상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죄송합니다. 오늘이 제 첫날입니다."라고 말했는데도 내가 본인들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으니까 (당연하지! 그 메뉴를 내가 어떻게 알아! 여기 시스템을 내가 어떻게 알아!)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약간 애매한 얼굴로 기분 상한 티를 낸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전자인 백인 중년 여자분은 매니저님이 나를 불러서 일을 알려주는데 본인 때문에 혼나는 줄 알았는지, 내가 미소를 지어보이니까 그때부터는 나이스해졌다. 후자인 아랍계 남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대할 때 수동공격으로 대처해서 거참 쪼잔하네 싶었다.

이력서에 스시 레스토랑을 우선 추가했다. 그리고 서버잡이 쓰는 영어를 유튜브로 공부했다. 너무 피곤한데도 해질녘 쯤 집에서 바깥 풍경 내다보니까 예뻐서 좋았다.


5/28(화)


오늘의 NEW

1. 버나비도서관 기준 대여한 책을 연장하려면 책을 직접 가져갈 필요 없이 도서관 기계에서 'Renew' 버튼을 누르면 된댔다.

2. 티디뱅크 계좌 잔액이 마이너스가 되면 마통으로 쓸 수 있도록 PODE FEE가 자동으로 5달러 나간다.



퇴근하고 오늘은 화요일 무비데이라서 Cineplex VIP Cinemas Brentwood로 영화 보러 갔다. 일부러 일반관 말고 VIP관으로 골라갔다. 근데 이후 3타임까지 좌석이 모두 차있어서 어쩔 수 없이 메트로타운 일반관으로 찾아갔다. 씨네플렉스 어플 가입하면 몇 좌석 남았는지 볼 수 있는데 온라인 예약은 수수료 3불 더 든다. 오프라인이 더 싸다. 한국은 그런 거 없는데 말이다.

캐나다 씨네플렉스 영화관은 음료수컵 받으면 무한리필 가능하고 음료수 종류가 100+다. 팝콘 토핑이라고 버터향미유를 원하는 만큼 뿌릴 수 있었다.

퓨리오사를 봤다. 간단한 문장은 다 알아들었다. 줄거리는 90% 정도 이해했다. 영화관에 오래 갇혀있었더니 두통 생겼는데 나가서 좋은 공기 쐬고 집 와서 샤워하니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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