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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Feb 12. 2022

부부의 라이브 커머스

그립 - 아침엔대구탕  / 네이버 쇼핑 라이브 - 낙지한마리대구탕 

 나의 일과는 아침 7시 30분에서 40분 사이, 그립이라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 대구탕을 먹으며 시작한다. 그리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에서 아침을 먹는 평범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침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시간에 대구탕을 먹기 시작한 지가 오늘로 196일째가 되는 날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 그동안 나에겐 제법 많은 변화가 생겼다.


 2021년 7월 29일. 처음으로 아침에 대구탕을 먹는 방송을 했다. 물론, 그전에도 아침에 대구탕을 먹긴 했지만, 그냥 혼자 먹기만 했었고 내가 밥을 먹는 걸 방송은 하지 않았었다. 먹는 방송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누군가가 밥을 먹는다는 게, 그게 뭐 그리 남들이 볼만한 거라고 먹방을 찍을까?'


이것이 대구탕 먹방을 하기 전까지 솔직한 나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유튜브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왜 저런 걸 보고 있나 의아해하곤 했었다.


 이런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내가 지역의 한 여성지원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난 이후였다. 온라인 판매 관련 교육을 들으러 갔었는데,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우리는 여기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팔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아내가 교육을 듣고 와서 인터넷 사이트에 바로바로 접목을 하니까 교육을 듣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듯했다. 물론, 교육을 듣는 것을 접목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물건이 잘 팔리는 건 아니었지만, 느낌적인 느낌? 기분적인 기분?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여겨졌다.


 강사님께서는 판매하는 제품의 키워드 찾는 법과 나의 제품이 타제품보다 조금이라도 상위에 노출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아내가 들으러 간 강의가 이런 인터넷 판매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 말고 다른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도 그것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도,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사님께서 아내를 비롯한 수강생들에게 그립 Grip이라는 곳에서 직접 방송을 하는 모습을 강의 시간에 보여주셨다. 자신의 방송채널에 방송을 켜고, 어떻게 진행을 하는 것인지 보여도 주셨고, 현재 그립에서 활동하시는 몇몇 분을 초청해 그분들의 강의를 듣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강생들 한 명씩 각자 자신이 판매할 물건을 들고 와서, 직접 방송에서 판매를 해보는 경험을 갖는 시간을 수업시간에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그립이라는 곳이 너무 생소한 곳이라서, 그런 곳도 있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아내가 수업을 들으며 실습도 하고 있으니, 나도 그립 앱을 스마트폰에 깔게 되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나서, 방송을 둘러보니 다양한 분들이 재밌게 물건들을 판매하고 계셨다. 고기를 파시는 분, 생선을 판매하시는 분, 옷, 양말, 그릇 등등. 


처음엔 그냥 그렇게 구경만 했는데, 강사님이 수강을 듣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물건을 한 번 팔아보라고 했고, 아내는 어떤 물건을 팔아볼까 고민을 하다가 냉장고 잠옷이라고 불리는 제품을 도매로 조금 받아서 판매자로써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첫 방송은 냉장고 잠옷을 판매하는 아내와의 방송이 되었다. 이때도 부끄럽고 민망해서 서로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는 방송으로 잠옷을 판매했다. 우선 라이브 커머스를 경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가격 책정을 하지 않아, 냉장고 잠옷 판매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다 보니, 제품이 제법 잘 팔렸다. 경험이 없어서 방송을 조금 하다가 껐는데, 상품이 얼마 남아 있지가 않아서 쉽게 생각했다.


'금방 다 팔리겠네?'


굳이 방송을 계속하지 않아도,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금방 다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동일한 제품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당연히 잘 팔리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당연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나 역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방송을 켜지 않았을 때는 제품이 전혀 판매가 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당시엔 매일 방송을 하지 않았는데, 방송을 하는 동안에는 금세 팔릴 것 같던 냉장고 잠옷이, 방송을 끄고 나니 전혀 팔리지가 않았다. 방송을 하지 않더라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냉장고 잠옷을, 사람들은 다른 셀러가 더욱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하더라도, 라이브 방송을 하는 셀러의 방으로 가서 구입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이때,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싹텄고, 사람들이 꼭 합리적인 소비로만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경험 삼아 시작해봤던 방송은 오래 하지는 못했다. 내가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물건을 가져와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기에, 몇 번의 경험으로 만족하고 그만 끝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지원 사업으로 온라인 판매 진출 지원 사업에 선정이 되어 가게에서 판매하는 대구탕을 즉석조리식품으로 만들게 되었다. 


그전에 밀키트로 만들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대구살 따로, 야채 따로, 육수 따로, 이렇게 구성을 해서 시험 삼아 만들어 봤는데, 호응이 미미했다.


이런 밀키트의 경우에는 이걸 구매해서 조리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렇게 조리를 각자 했을 때, 일정한 맛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굳이 구매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마트에서 재료 다 사서 해 먹겠다."


가장 친한 친구는 힘들 때도 욕하는 친구라는 말처럼, 솔직하게 뼈 때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줬다.


그들의 말을 경청(?) 해가며 여러 차례 개선을 반복해보다가, 정부지원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교수님의 컨설팅을 받아 새로운 형태의 대구탕을 만들어 보았다. 


밀키트 형식의 대구탕이 아닌, 즉석조리식품의 대구탕!!


밀키트처럼 재료를 넣어 각자 집에서 끓여 먹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모든 재료를 다 넣어 끓여서 파우치에 넣어 얼려보았다. 


그렇게 24시간 냉동을 시켜 파우치 속에 든 냉동 대구탕을 만들었다. 먹기 전에 해동 후, 뜯어서 바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즉석조리식품. 그럼 좀 덜 귀찮지 않을까?


이번에는 또 어떤 혹평이 쏟아질까? 콩나물과 대파 등의 야채를 다 넣고 냉동을 시켰으니, 식감이 떨어진다, 냉동이라 먹기가 불편하다 등등 그런 말들을 하지는 않을까? 나름 걱정을 하며 주위에 보내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특히, 컨설팅을 진행해주신 교수님은 주위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돌려가면서 반응을 알아봐 주셨고, 즉석판매제조업 등록을 진행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렇게 컨설팅을 진행해주신 교수님과, 여성지원센터 강사님의 도움이 시의적절! 절묘하게 융합하여 나와 아내의 라이브 커머스 진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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