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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Feb 16. 2022

부부의 라이브 커머스

그립 - 아침엔 대구탕 / 네이버 쇼핑 라이브 - 낙지 한 마리 대구탕

컨설팅을 진행해주신 교수님과 아내가 들었던 여성지원센터 강좌의 강사님 도움으로 시작된 라이브 커머스.


처음엔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경남 김해에서 해운대 시원한 대구탕이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야컨트리클럽, 가야랜드, 가야테마파크, 김해천문대, 달빛야영장 등 유원지가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출퇴근을 하느라 지나다니는 차량은 많지만, 거주하는 인구는 거의 없는 곳. 


조금 외곽지역이라 코로나의 여파가 덜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방역수칙으로 모임의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등이 있다 보니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매장에서의 판매에 제한이 있다 보니, 배달을 활성화해보려 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까지. 우리도 배달어플에 가입을 하고 판매를 진행했지만, 판매가 잘되고, 안되고는 둘째 치고, 배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달 정액으로 배달업체에 7만 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야 했고, 라이더 호출 비용은 거리에 따라 달라졌는데, 골프장 근처의 산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가까운 곳도 5천 원, 조금 거리가 먼 곳은 1만 원 가까이 나왔다. 평균 7, 8천 원의 배달 비용을 내고 배달을 해야 했는데,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배달 비용은 고작해야 2천 원에서 3천 원이었다.


3천 원의 배달비도 비싸다고, 무슨 배달비가 3천 원이나 하냐는 고객들의 불만도 많았다. 3천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5천 원 정도를 우리 매장에서 부담을 한다고 말씀을 드려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매장에서 지불하는 5천 원의 비용보다는 본인이 내야 하는 3천 원이 더 중요했고, 거기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게다가 쿠팡이츠의 경우에는 배달기사님을 우리가 불러서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고, 쿠팡이츠 앱을 통한 주문이 들어오면, 쿠팡이츠에 라이더로 등록한 기사님만 배송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 쿠팡이츠 배송기사님이 존재해야 배송을 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곳 산속에 배송기사로 등록하신 분은 아무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우리 부부가 쿠팡이츠라이더 앱을 깔고, 등록을 해봤는데, 어떻게 주문을 받아서 배달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것도 포기를 했다.


결국 우리는 배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라이더 앱도 지우고, 그냥 배달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고만 생각하고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만 기다리자니 마음이 갑갑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명이 이용할 수도 없는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있으니 문을 빨리 닫아야 하는 식당. 

산속에 있으니,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날씨가 궂으면 발길이 뜸한 식당. 


아~ 우리 부부의 식당은 이런 식당이었지...... 하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산속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아내가 수강을 들으러 갔던 강좌의 강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또 컨설팅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교수님과 함께 만든 즉석조리식품인 대구탕은, 강사님이 판매를 하고 계시는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를 하기에 적합한 제품이었다.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


 사실 당시에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더운 여름이었기에 추운 겨울에 잘 팔리는 대구탕이 한여름에 팔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 경험이 전무하다 싶은 내가 라이브 방송으로 무언가를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대구탕 파우치를 어떻게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현재 활동을 하고 계신 셀러나, 강의를 해주신 강사님께 부탁을 드려서 팔아보자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 대구탕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판매를 한다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라이브 방송을 가만히 살펴보니, 셀러들이 들고 나오는 제품들은 제법 알려진 제품들이거나, 포장이라던가, 디자인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제대로 된 제품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만든 대구탕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디자인이 썩 예쁜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어떤 셀러에게 부탁을 했을 때 과연 누가 팔아주기나 할까? 좋다. 누군가 팔아준다고 했을 때, 과연 누군가 사 주기는 할까?'


팔아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았고, 사 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에게는 다른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뭐라도 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는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 말고 다른 건 보이지가 않았다.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그럼 과연 어떤 방송을 어떻게,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엄청나게 손님이 많은 가게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에는 제법 바빴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설거지와 재료 손질 및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이 따로 없기에, 중간중간 때를 놓친 손님들을 맞이하기도 해야만 했기에 다른 시간에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아침에 하자! 그리고 밥을 먹는 먹방을 하자!'


나는 아침을 꼭 챙겨 먹는 편이다. 난, 내가 아침을 먹어야 태양이 떠오른다고 생각하는 놈이다. 그렇기에 방송을 하지 않을 때에도 아침밥은 먹고, 가게 청소를 하고 영업 준비를 했기에, 이왕 먹는 아침밥. 그 아침밥을 먹으면서 방송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냥 밥을 먹으면 방송을 하면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먹고, 다 먹고 나서 영업 준비를 하겠지만, 평소보다 조금만 더 일찍 나가면 방송도 하고, 아침밥도 챙겨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차 저차 해서 그립에 아침엔 대구탕이라는 먹방을 켠 첫날!!


........어색함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는 화면에서 혼자서 말을 하려니 너무나 뻘쭘해서 뉴스를 틀어놓고 뉴스를 보며 밥을 먹으면서, 간간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수줍게 인사를 하는 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말은 되고, 어떤 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머리가 하얘져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첫 방송이 끝나버렸다.


첫 방송이 끝나고 나서 나의 생각은 오직 하나.


'젠장! 도대체 내일은 어떻게 방송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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