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건우 Mar 25. 2022

부부의 라이브 커머스

그립 - 아침엔 대구탕 / 네이버쇼핑라이브 - 낙지한마리대구탕

에효........

며칠 전 아침 방송에서 또 실수를 해버렸다.

닉네임을 잘못 읽어버렸는데, 기분이 나쁘셨는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립에서는 들어오는 사람들의 닉네임은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이렇게 표시가 되어서 알 수가 있는데, 퇴장할 때는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아서, 아직 내 방송에 머물러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글을 빨리 읽다 보니 가끔 이런 실수를 하긴 한다. 닉네임을 잘못 읽는 경우. 이렇게 잘못 읽었을 때에도 내가 빨리 알아채면 되는데, 다른 분들이 알려줘서 아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들어오신 분의 닉네임은 포털오픈이라는 닉네임이었는데, 내가 코털오픈이라고 읽어버렸다. 그리고는 코털을 오픈하면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다고 했다. 그것도 눈치 없이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언급했다.


다른 분들이 포털오픈님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정말 아닌데, 기분이 나쁘셨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방송을 보다가 나가버린 것 같았다.


방송을 보시는 분들께, 혹시 다른 라이브 방송에서 만나게 된다면 내가 상당히 미안해 하고 있다고 말씀 전달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아무도 포털오픈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방송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했나? 하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경우들.


방송을 하면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1인 방송에서는 나 혼자 말을 해야 하니까,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안 해도 될 말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씰~때 없는 소리를 마구 하게 될 때도 있다.


한 시간 방송을 하는데, 한 시간 내내 유익한 말만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좋으련만, 난 그런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그래서 마구 말을 던지다가 가끔 농담을 삼키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이렇게까지 말하면 진짜 기분 나빠하겠지?'


'그냥 참자...... 신고를 할 수도 있으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많은 분들이 방에 들어와 주시고, 또 채팅창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신다는 거다.

그 글들만 계속해서 읽어도 1시간은 훌쩍 가버리니 지금은 그리 큰 부담은 없다.


방송을 처음 할 때는 매번 시작할 때마다 1시간을 도대체 어떤 말을 하면서 채울까? 늘 고민이었다. 

방송을 하다 보면 중간에 말이 뚝 끊길 때도 있었다. 머릿속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혼자 괜히 오늘은 무슨 날인지 달력에 나와 있는 걸 보며 읊기도 하고, 뉴스를 틀어 놓고서, 뉴스에 어떤 기사가 나오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일기예보가 나오면, 방송을 보시는 분들께 전국의 기상캐스터가 되셔서 직접 지금 날씨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글을 남겨주시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감사함의 한가운데에서 이런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실수를 하고 나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경양식 가게를 할 때였는데, 가게로 전화도 많이 왔고, 매장에 손님도 붐벼서 제법 바쁜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으러 뛰어가려는데, 손님이 테이블 벨을 눌렀다. 


- 띵동!! 띵동!!


화면에 나타난 번호를 보니, 내가 막 지나가고 있는 곳의 옆자리였다. 전화벨이 울려서 급한 마음에 전화를 먼저 받으려다가, 지나치고 있는 곳이다 보니 먼저 주문을 받고 지나가자는 마음이 들어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불쑥 들어서며 외쳤다.


"여보세요?"


순간 손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쳐다봤고, 나도 놀란 마음에 눈을 번쩍 뜨고 손님들의 얼굴을 두리번거렸다. 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손님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당시엔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일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들을 방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수를 많이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하더라도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지 않을 실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의 라이브 커머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