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고나 Jun 19. 2022

부부의 라이브커머스

그립 - 아침엔대구탕 / 네이버쇼핑라이브 - 낙지한마리대구탕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쓰려고 보니, 마지막 글이 4월이다. 지금이 6월 19일이니 두 달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이래저래 두 달..... 아니,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나오긴 했다.


매장은 매장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그리고 또 다른 여러 가지 변수들.


지금은 내가 그립에서 아침 먹는 방송을 하고, 네이버 쇼핑 라이브로 넘어가서 차를 마시며 소통 방송을 한다.

아내는 일이 있어서 당분간 방송을 쉬어간다.


조금 쉬어가고 싶은 마음인데, 억지로 해라고 부추기고 싶진 않다. 어떤 일이든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순리대로 가야 하는 것이지, 억지로 하려다가는 탈이 나는 법이니까.


확실히 네이버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 정확하게는 소통 방송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냥 제품 설명만 한다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단지 제품에 대해서 계속 말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소통 방송을 하려면 상대가 있어야만 하는데, 그립에서는 늘 오시던 분들이 찾아오기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말을 주고받다가 보면 방송 시간이 훌쩍 지나가지만, 네이버쇼핑라이브에서는 많은 분들이 방송을 보지만 글은 거의 남기지 않는다. 물론, 몇몇 그립에서 와주신 분들이 네이버에서도 말을 걸어주고, 인사도 해주시지만 아주 드문드문 있는 일이다.


과연 이제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그립 Grip이 어떻게 다른 라이브 방송채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까? 물론 코로나라는 변수 덕분에 사람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래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다른 많은 채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립이 이토록 성공적으로 성장해서 카카오에 거액을 받고 EXIT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인 쇼퍼테인먼트에 가장 잘 집중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라이브 방송은 방송에 들어오는 구독자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이 판매하는 제품에만 몰두해서 제품의 설명에만 집중했다. 이 제품이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맛이 있는지, 가격이 저렴한지, 유용한 것인지 등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고, 방송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방송은 판매하는 방송에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방송일 수 있다. 판매의 측면에만 봤을 때는.


하지만, 그립에서는 쇼퍼들이 방송을 보러 와서 단지 물건만 구입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울려서 놀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만들어 주었다.


방송 중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 선착순 게임, 초성게임, 추첨 등. 그리고 잘 모르는 사이라도 방송을 도와줄 수 있는 매니저라는 시스템까지. 게다가 그립데이 주간, 원데이 특가, 원데이 셀러 등등 다양한 이벤트를 많이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을 찾는 사람들이 방송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방송에서 서로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끼리 언니, 동생, 오빠 등의 호칭으로 서로의 사생활까지 흉금 없이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가 지식인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타인에게 정보를 주는 역할을 네이버에서 하지 않더라도,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지식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그립에서 멍석을 깔아주고, 일명 그리퍼라는 판매자들이 스스로 쇼퍼테인먼트에 충실하게 다양한 놀이들을 제공한다.


그립에서는 팔로워 500명 이벤트!! 1,000명 이벤트!! 1주년 이벤트!! ~ 생일 이벤트!! 등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물론 이런 이벤트에는 그립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전혀 없다. 모두 판매자가 스스로 이벤트 상품을 준비하고, 영상을 준비하고, 어떤 놀이를 할 것인지 준비를 한다. 그립이라는 문화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립과 네이버 둘 중에서 어떤 곳의 방식이 더 좋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다. 소통을 하러 왔는지, 물건만 사러 왔는지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립의 공간이 편리할 것이지만, 판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썰렁한 아재 개그, 이상한 말장난 등등을 많이 하는 편인데, 물건을 사러 온 사람에게는 짜증이 날 수도 있는 방식의 방송일 수 있다. 계속 이렇게 방송을 하다 보니 가끔 제품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이 말을 꺼낼 때 조심스러워 


-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이라며 제품에 대해서 물어볼 때도 많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제품을 설명하기에는 좋다. 댓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그립에서 방송을 하시던 분들이 네이버에서 방송을 하실 때 가끔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립에서는 댓글을 꾸준히 읽으면서 방송을 하면 되는데, 네이버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혼자서 계속 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서 떠들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한다.


'지금 나 혼자 뭐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제품, 나의 상품에 대해서 마음껏 설명을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과거엔 대형마트가 단지 쇼핑을 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뀐 것처럼, 네이버도 단지 쇼핑만 하는 곳 보다는, 다양한 쇼퍼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결국 사람은 흥이 나고, 재미가 나는 곳을 찾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의 라이브커머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