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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Apr 29. 2022

부부의 라이브커머스

그립 - 아침엔대구탕 / 네이버쇼핑라이브 - 낙지한마리대구탕

"대표님! 매출 괜찮아요??!!"


그립에서 방송을 하시는 그리퍼 한분이 저녁시간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4월의 월말 기간. 그립에서 봄 클리어런스(?)라는 쿠폰을 4일 동안 발행하고 있는 기간이다.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송을 하면서 그립에서 쿠폰을 지원해주는 기간에 방송을 켜고 단 하나의 판매도 일어나지 않은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무려 이틀 동안이나.


뿐만 아니라, 그립에서 한 달에 한 번. 특정 판매자에게 하루 종일 쿠폰을 지급해주는 원데이 특가 판매를 진행하면 상당한 판매가 일어났는데, 얼마 전에는 하루 종일 방송을 하고도 딱 하나 판매를 했다고 한다. 본인뿐만이 아니라, 지금 다른 식품 판매자들도 매출이 모두 반토막 났다고 이러다 식품 판매하는 그리퍼들 모두 다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물론, 나도 매출이 줄긴 줄었다. 


4월. 4월은 다른 때보다 매출이 줄어드는 시기이다.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르겠지만, 나름 분석을 한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면 3월 입학 시즌, 개학시즌에 지출이 많았고, 앞으로 다가올 5월의 지출에 대비해 4월의 지출이 자연스럽게 줄었다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의 달에 돈 나갈 날들이 널렸다.


5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이 날들은 대표적으로 지출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대표적인 날들.


거기에다가 5월 2일은 오리데이 이자 오이데이,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면서 동시에 오겹데이, 매월 14일마다 있는 날인 5월 14일에는 로즈데이, 16일은 성년의 날!


물론 5월에는 차의 날도 있고, 부부의 날도 있고, 바다의 날도 있고, 다른 날들도 많다. 


5월에 지출될 것들을 생각하면 4월에 아끼고 또 아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제 코로나가 끝났다. 물론 끝나지 않았지만, 끝났다. 이상한 말이지만.


모임 인원의 제한이 없어졌고, 영업시간의 제한도 없어졌다. 다음 주부터는 야외에서는 마스크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벚꽃이 만개하고, 사람들이 나들이를 가면서 지역 소상인들의 매출이나, 온라인 매출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이렇게 나들이객들이 많으면, 해당 관광지역의 업체들은 특수를 누리게 된다.


내가 아는 분도 삼랑진에서 식당을 하시는데, 벚꽃이 만개했을 때 주말 동안 너무 바빠서 손님들 절반은 못 받고 다 돌려보내고, 하루 종일 고생을 해서 몸살이 났다고 하셨다.


매출이 줄어든 곳이 있으면, 또 늘어난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마 온라인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매출이 줄어들 시기인지도 모른다.


전화를 주신 그리퍼님은 매출이 제법 되어서 체감을 크게 하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난 아침에 잠깐 방송을 켜서 그리 매출이 많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줄어든 금액에 대한 체감을 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녁시간 매장에 손님이 있어서 길게 통화를 하지는 못하고 끊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에 정답일지는 알지 못한다. 누군가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내가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그리고 나의 경우를 되돌아봐도 운9 기1이다.


특히나 사업은 더욱더 그렇다. 누군가 성공한 사람은 본인이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듯 말하고, 실패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것 하나 예상하지 못했나는 식으로 말을 하지만, 또 다른 시기에 다시 그들을 보면 입장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에게 절친한 친구가 있다. 선박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고려인 아저씨를 만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따로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벌었다. 친구는 말했다. 정말 사업은 운인 것 같다고. 친구는 고려인 아저씨를 만나 회사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작년에 친구가 엄청난 건수를 물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업을 하면서 가장 큰 규모의 선박수리를 수주했다는 것. 수리비용의 선금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이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을 만졌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나머지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다. 친구가 주로 하는 선박수리는 러시아 배였고, 그 배 역시 러시아 선박이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대금 역시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액수의 큰돈이다.

친구는 또 말했다. 정말 사업은 운인 것 같다고.


러시아에서 상당히 큰 선박사업을 하는 회사라 친구도 언젠가 금액을 다 회수는 할 것이다. 그리고 늘 사업은 운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까지 일구기 위해 친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잘안다. 그런데, 노력을 아무리 한다고 해서 지구 저편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그리고 그 전쟁이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코로나가 오기 전, 일회용 관련업을 하시는 분들은 울상이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부지런히 발빠르게 사업전환을 한 사람들은........ 돈을 벌 기회를 날려버렸다. 더디게 머물렀던 일회용품 판매 회사들은 결국 엄청난 돈을 벌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일회용품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어지며.......


어떤 사람은 코로나가 오기 직전에 마스크 공장을 처분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는 기회를 날렸지만, 그의 공장을 인수한 사람은 엄청난 기회를 잡았고, 돈도 벌었다.


이런 일들을 인간이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는가.......


경제학자 중에서는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의 말은 단지 콜드리딩에 지나지 않나 생각한다.


무언가가 잘 되었을 때, 거기에 사과나무가 있다면 사과나무가 있었기에 잘 된 것이고, 무언가가 잘못되었을 때 거기에 사과나무가 있다면, 거기에 사과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세상은 안개다. 모두가 안개의 산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안개가 걷히지 전에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영원히 그 안갯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빠르지 않더라도, 어린아이의 아장거리는 걸음이라도,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언젠가 나를 둘러싼 안개를 벗어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 이용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구매자도 많이 늘어나지만, 판매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공급자가 늘어난다면, 이익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일 좋아한다. 누군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보려고 한다. 같은 고기를 파는 사람이라도, 새로운 누군가 판매를 하면 그 사람의 제품을 한 번 사본다. 당연히 기존의 판매자에게 살 수 있는 기회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기존의 판매자는 새로운 판매자로 인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장은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음식은 기존에 먹었던 맛. 그리고 오랫동안 입에 익숙한 맛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겐 추억이 되는 바로 그맛. 


전에도 말했었지만, 빨간 소시지가 지금은 마트 진열대에 많이 진열되어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는 진열된 빨간 소시지의 숫자가 지금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 맛있게 먹었던 그것이, 지금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텁텁하고, 밀가루 맛 밖에 안 나는데?"


물론, 이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이미 고기 함유량이 훨씬 높은 제품들에 익숙해져 있다. 고기가 귀한 시절 밀가루를 잔뜩 넣어 만든 소시지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아주 맛있는 소시지가 아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성숙기이다. 라이브커머스에는 몇십 년 된 맛집(?)은 아직 없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몇십 년 동안 꾸준히 방송을 한 맛집이라는 라이브커머스 전통 맛집이 생길 것이다. 그곳에서는 누가 먼저 원조라고 다툴 필요도 없다. 지난 방송 내역이 다 말해줄 테니까.


그냥 지금 이 순간 매일매일의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 그 진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전화를 주신 그리퍼님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방송을 하시는 분이기에 언젠가는 지금과 같은 불안한 마음도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성실함을 뛰어넘을 재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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