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글.
벌써 2023년이 시작된 지도 2주나 흘렀다.
어렸을 적,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보고 들었던, 언제까지나 오지 않을 것 같던, 2022년이 지나버리고 2023년이 찾아왔다.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일들의 9할 이상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물론 이태원 참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큰 일들을 겪긴 했지만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정도의 일은 아니므로) 그렇게 흘러갔다.
매해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커다란 변화가 있기를 꿈꾸지만, 대부분의 한 해가 그리 큰 변화 없이 흘러갔던 것 같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20년도 흘렀다.
난 여전히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산기슭에 위치한 가게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도 새벽에 나와 일을 하다가 잠시 앉아 글을 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20년 전 내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았을까를 상상해 본다. 물론, 지금의 이 일상이 후회되거나 싫어서가 아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하루하루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만약이라는 상상을 펼치듯 나 역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현재를 아는 지금,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짜릿하고 흥미롭다. 비록 상상에서 그칠 뿐이라도.
그러다 문득 20년 후의 미래에는 지금이 20년 전의 내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바라는 건 뭘까?'
현재를 아는 과거와 미래를 모르는 현재는 달라서 선뜻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 내가 겪은 경험으로는 무언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하루 온종일 나의 시간을 뺏거나, 부담을 주는 것이면 안된다. 하루 중에서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시간이어야 하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우면 어느새 일상의 루틴이 되고, 나에게 활력을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에게 커다란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온다.
나도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꾸준하게 하고 싶어서 했던 것과, 부담감 속에서 해야만 했던 것을 함께 해왔다.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은 지금도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고,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 부담감으로 다가온 것은 조금 급하게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중간 마무리이기도 해서 어제 1부를 종결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하기도 하다.
지난 화요일. 쉬는 날이라 아내와 함께 도서관에 잠시 들렀는데, 이런 글귀가 있었다.
매일매일을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흐트러짐이 있을까?
당연히 일 년 내내 이런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순 없다. 사람이기에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풀어진 마음, 이미 한 실수라는 자포자기한 마음보다는, 비록 이번엔 이랬지만 이제부터는 이라던가, 다시 한번 이라던가 하는 희망과 긍정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다짐을 한다면 나에게도 조금씩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내 주위의 환경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내 주위의 환경이, 내 주변 사람들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내가 바뀌는 첫걸음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2주나 지났다는 생각 속으로 아직 구정도 안 지났네? 하는 안도감이 드는 건 왜일까??
1월 1일 아침 찬물로 세수를 하며 먹은 첫 마음을 매일 아침 새기며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자. 아직 우리의 설날이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20년 후의 내가 바라는 20년 전의 내가 되어보자. 미래의 나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