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처님 오신 날 준비로 절이 휘황찬란하다.
'벌써 부처님 오신 날이 다 되었구나......'
나에겐 부처님 오신 날만 되면 생각이 나는 친구가 있다.
거짓말처럼 나의 곁을 떠나버린 친구.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에는 감정이 조금은 복잡하다.
마음이 넉넉해지다가도, 문득 쓸쓸해지는 그런 오묘한 기분.
햇수를 세어보니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다.
다른 친구의 결혼식 날, 겹쳐진 친구의 발인식.
결혼하는 친구에게는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의 죽음.
발인식 때문에 친구들을 대신해서 홀로 가야만 했던 결혼식.
결혼식장으로 가면서도 눈물이 쏟아져 수차례 세수를 하고서 만난 신랑과 신부.
친구들이 오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던 친구에게 차마 전할 수 없었던 사실...
그게 벌써 십 년 전의 일이구나...
그로부터 얼마뒤 죽은 친구의 어머님도 친구의 곁으로 떠났단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이 아렸다.
세월이 흘러 많이 무뎌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처님 오신 날이면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 친구를 그리워한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다른 친구들의 동네를 지나고,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갔다고 한다.
산에 있는 우리 가게는 일부러 오지 않는 이상 지나갈 수 없는 곳.
친구는 우연히라도 나와 마주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때 내가 지나가는 친구를 봤다면... 지금쯤 예전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으며 떠들 수 있었을까?...
상상해본들 부질없는 일이다.
난 아직도 무엇이 이유였는지 모른다.
친구들인 우리가 곁에서 보기엔,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집이었기에.
언젠가 그 친구를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한대 줘 패줘야지. 겨우 그깟 일로 그랬냐고.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삶 앞에선 모든 심각하고 중요한 일들이라 생각되는 것들도 한갓이고 그깟인 일일뿐이다.
이제 40대 중반. 그러고 보니 친구를 만날 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다.
흔히들 100세 시대라곤 하지만, 주위에 100살이나 먹은 사람은 아직 내 주위엔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 같다.
100세 시대란 말은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표현이 아닐까?
물론 과학이 발달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니 예전보다 오래 살 수는 있겠지만, 장비에 의지해 골골거리며 누워 있는 분들의 나이를 통합해 평균수명으로 보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
조금 빨리 돌아가시는 분은 60대쯤에 돌아가시는 것 같고, 보통 70에서 80대에 돌아가시는 것 같으며, 오래 사시는 분들은 90대에 돌아가시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짧으면 20년, 길어도 40년 정도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30대까지만 해도 나의 마음은 늘 조급했던 것 같다.
빨리 뭘 해야 하고, 어서 성과를 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워야 하고....
늘 고등어처럼 팔딱 팔딱 거렸던 것 같다. 침착하지 못하고...
욕심이 있기에 발전을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런 욕심이 때때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바심이 났었더라면, 이제는 조금씩 비워내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삶이란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비우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지닌 것을 비우는 과정.
너무 많은 것들로 채우려 하지 말고, 채운 것들을 하나하나 비워나가면 어떨까?
그럼 삶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