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도 시절이 있다.
오늘 아침 방송을 하고 있는데, 낯선 닉네임이 입장을 했다.
'처음 보는 분이네?'
방송을 할 때, 누군가 입장을 하면 잠시 인사를 하고, 그쪽에서 나의 인사에 맞인사를 하면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지만, 아무런 말이 없으면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말없이 구경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아니면,
'미끄러져서 잘못 입장하셨구나.'
생각하면서.
이렇게 낯선 닉네임들은 대부분 처음 나의 방송에 오는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들과 대화가 이어지면 곧 아침 방송의 가족이 된다.
물론, 이렇게 처음 찾는 사람이 있으면 떠나가는 사람도 있다.
나의 아침방송에 늘 들어오는 가족이 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다른 누군가의 방송에선 떠난 사람이 된 것이다.
매장 손님도 마찬가지다.
가끔 단골손님이 뜸할 때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나?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나? 다른 맛집을 찾으셨나?'
혼자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다.
매장을 자주 찾는 고객 한분이 올해 한 번도 오시질 않아,
'진짜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매장을 찾아 주셨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으며 들어오시는 손님.
'아, 별일 없었구나. 다행이다...'
손님도 나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반갑게 서로를 맞이한다.
"이 친구가 저 앞에 국수만 계~~ 속 묵자 캐가지고...... 에라이~ 뭔 놈의 국수만 맨날 먹노?!!"
솔직하게 털어놓어 놓고, 왁자지껄 웃는다.
좋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우리 가게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가게의 새로운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것이고, 우리 가게의 새로운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것은, 다른 가게에서 사라진 손님이 된다는 의미다.
시절인연.
학창 시절 영원할 것 같았던 친구들도 지금 내 주위엔 몇이나 남아 있는가?
지난날엔 사라지는 인연들이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만큼이나 반가운 새로운 인연들이 나타난다.
일용직 아저씨, 음식물 수거업체 사장님, 박스공장 대표님, 정수기 아주머니, 마트직원들, 프라이팬 생산공장 직원들, 추모공원 직원들, 학교 선생님들, 대학교 교수님들, 학습지 선생님들, 보험회사 영업사원......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시절인연을 만나게 될까?
추석연휴가 끝난 오늘.
오랜만에 매장 오픈 준비를 하며 오늘 또 새롭게 만날 인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