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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Oct 28. 2024

구름

바람에 흐르는 구름

국민배우 김수미 씨의 사망소식은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물론, 홈쇼핑에서 어눌한 말투와 김치를 잘 찢지 못하는 모습 등을 보이며 건강이상설이 돌긴 했었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우리의 곁을 떠날 거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지병이 있으셔서 병원의 응급실과 입원실을 오가며 입, 퇴원을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 추석을 이틀 앞둔 날.


아버님의 통증이 너무 심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향할 때만 해도, 응급 처치 이후 퇴원을 하실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다시 돌아올 거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버님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옮겨졌고, 입원실에서 곧 호스피스 병동으로 또 옮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호스피스 병동의 이름인 햇살병동에서 마지막 임종이 다가올 무렵 옮기는 방인 햇살방.


우리 딸의 태명인 '햇살'이라는 이름이 가득한 곳에서 아버님은 그렇게 햇살이 사그라들듯 떠나셨다.


아버님은 지금 이곳을 떠나, 다른 어느 곳에서 누군가의 '햇살'로 다시 태어나시겠지?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런데, 그 순간 천국이나 지옥이나 이런 것보다는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다시 또 탄생하지 않을까..... 새로운 생명으로...



며칠 전 아침.


가게로 출근을 하다가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다.


보정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사진이 참 잘 나왔다.


아름다운 구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구름은 바람이 빚은 걸까? 신이 빚은 걸까? 만약 신이 빚은 거라면 왜 오늘의 구름은 평소와는 다르게 저토록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갑작스러운 죽음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이미 신에게는 계획되어 있는 것이었을까?


지난날엔,


좋은 일엔 마냥 좋았고, 나쁜 일엔 한없이 우울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좋은 일도 그리 좋아하기만 할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그리 우울할 일만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지난날엔,


내가 잘했다고 생각한 일엔 우쭐했고,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한 일엔 자책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잘한 것이 내가 잘해서 잘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실수한 것이 자책만 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일도, 저 일도 결국엔 일어날 일이라는 것.


내가 할 일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뿐.


그리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진부한 말이다.


그토록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기에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기뻐도 기뻐할 일이 아니고, 슬퍼도 슬퍼할 일이 아니며, 좋은 일도 나의 덕이 아니고, 나쁜 일도 나의 탓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웃었다면 그것으로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내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나의 하루에 충실했다면, 그 하루들이 모여 이루는 평생에도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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