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
감나무밭에 가지치기를 하러 갔다가 감나무밭 한쪽 곁에 서있는 대추나무에 칡이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간 모습을 보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칡을 잘라 대추나무에서 뜯어 내었다. 그러다 문득 칡이 여기저기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귀한 식물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칡은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자신을 내어준 나무를 죄어 죽인다고 했는데, 그냥 그렇게 생존하게 되어 있는 식물일 뿐인데, 단지 존재 자체가 다른 존재에게 폐가 되는 것일까?
누군가 감옥에서의 여름은 존재만으로도 서로를 숨 막히게 한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 옆사람이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만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사는 게 막막하고, 밤새 잠을 뒤척이다가 마침내 아침이 밝아올 때,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지도록 무섭고 두려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내가 어쩌면 주위에 피해만 끼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감옥에도 여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을 때 서로의 체온은 더 이상 숨 막히는 불편함이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꼭 필요한 온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를 곳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발 태양이 뜨지 않기를, 하루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도 여지없이 새벽은 밝아오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처럼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의 모든 일들은 훗날엔 과거가 되고,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