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이야기지만 정말 지키기 어려운 일
지난주 단톡방에 글이 올라왔다.
필리핀에서 알고 지내던 형들과 동생이 함께 이용하는 단톡방인데 인천에 계시는 형의 아들이 군입대를 한다고 했다.
'현우가 벌써........'
글을 보고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우를 처음 필리핀에서 만났을 때가 네, 다섯 살 때쯤. 그 어린아이가 벌써 군에 갈 나이가 되었다니.......
인천에 사는 형은 현우가 해병대 입대를 해서 포항에 내려올 거라고, 간 김에 김해 들러서 얼굴을 보고 올라가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형을 만난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뜬 기분이 들었고, 2년 만에 드디어 형을 만났다.
고깃집에서 1차를 마시고, 근처 술집에서 2차를 마셨다.
그만 헤어지려고 했는데, 못내 아쉬워 형이 방을 잡아 놓은 호텔에 가서 3차까지 마시고서야 헤어졌다.
취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형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음껏 웃고 떠들던 숱한 이국의 밤들.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의 세월.
'15년.......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살았고, 형은 또 어떻게 살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생활은 그 시절의 내 생활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이래저래 이어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하루하루.
변화를 꿈꾸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일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금의 이 생활을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물을 벗어난 물고기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도심 속에서는 멀리 산을 보면 크고 작은 빌딩 숲 사이로 작은 산들이 보인다. 반대로 산속에서 도심을 보면 끝없이 펼쳐진 숲 사이에 자그맣게 자리 잡은 도시가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넓고 넓은 땅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렇게 작은 도시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우리는 그 일이 당장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라 여기며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현재를 누리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걱정과 불안 한가득 안고 일과 업무에 자신을 파묻는다. 그들의 논리는 대부분 이렇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생의 승자는
인생의 매 순간 많이 웃고 산 사람이다.
언제나 빨간 등만 들어오는 신호등은 없다.
기다리다 보면 곧 초록 등이 켜진다.
초록 등은 또 시간이 지나면 빨간 등으로 바뀌고, 신호등은 계속 그렇게 불빛을 바꾼다.
인생에 때때로 빨간등이 들어왔을 때, 초록 등으로 바뀔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기다릴지는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