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동 여행기-1. 동경(憧憬)

1. 동경(憧憬)

by 웅프로

내 어린 시절, 나는 공무원이신 부모님 슬하에서 문과적 인간으로 자라났다. 어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장난하고 뛰어다니며 놀던 때에 나는 책을 보고 있었으니 일찌감치 문과적 인간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소룡 영화를 보고 쌍절곤을 휘두르기도 하고 쉬는시간이면 캐치볼을 하러 튀어나가고, 점심시간이 되면 반 친구들과 축구하러 운동장으로 나간 것을 보면 100% 문과적 인간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집안 어르신에게 듣기로는 우리 조상 중 한분이 충무공 휘하에서 공을 세워 땅도 하사받았었다니 어쩌면 그런 유전자가 나에게 발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김형구-한산대첩(이순신)-1975s.jpg 한산도 대첩 기록화 - 어쩌면 이 중에 조상님께서...


어쨌든 부모님은 내가 문과적 인간으로 자라나 고시를 패스해서 고위공무원이 되기를 바라셨고 어린 시절 나는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듯이 뭣도 모르고 그 뜻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식이 문무겸비하기를 바라셨는지 어머니가 6학년 때 나를 태권도장에 보내셨다. 처음 해 본 태권도는 굉장히 즐거웠고 태권도를 하는 동안은 공부를 해서 높은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태권도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하고 성적이 한단계 떨어지자마자 태권도 도장은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2학년 무렵, 초등학교 시절에는 최상위권에서 놀던 내 성적이 밑빠진 독처럼 곤두박질을 치고 이유없는 학교폭력도 한번 당해 스트레스가 쌓여가던 어느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뜬금없이 갑자기 해동검도 도장에 다니게 되었다. 아마 당시 어머니들 사이에서 돌던 '검도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라는 괴소문(?)을 들으셨던게 아닌가 싶다. 지금 생각하면 그 검도는 해동검도가 아니고 대한검도였을 것 같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공부와 좀 다른 영역이지만......어쨌든 해동검도 도장을 또 다니게 되었는데 역시 성적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10개월 쯤 다니게 된 뒤 그만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도장의 관장님이 열심히 운동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집에서 배운거 꾸준히 하고 가끔씩 도장 놀러와서 그냥 운동을 하라고 하셔서 시대를 앞선 홈트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해동검도에서 배운 기마자세나 몸을 쓰는 여러 체조들을 꾸준히 해서 그래도 어디 크게 아픈데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그렇게 홈트라도 꾸준하게 하다보니 점점 운동에 대한 동경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지금 생각하면 운동의 길이 오히려 평범하게 공부해서 취직하고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겠지만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폭력을 당했던 나에게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고...




그러던 어느날 도장에서 무예도보통지 관련 책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해동검도에서 유단자가 되어야 배울 수 있는 예도와 본국검법이 실려 있었다. 당시 개봉했던 귀천도라는 영화에서 우운검 김민종이 본국검법의 달인이라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것도 생각나며 '와 배우고 싶다. 근데 난 돈이 없잖아.' 하며 언젠가 이거 꼭 배워야지 하는 야망만 품었다.




그때 그 무예보통지 관련 책이 경당의 임동규 선생님이 쓴 책이었는데 그래서 나중에 내가 대학교를 가톨릭대학교로 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여하튼 초등학교 때는 전교 2등 아래로 떨어져본 적이 없던 나는 중고딩 시절에는 탱자탱자 놀며 반에서 10등 정도 수준만 유지했고 답답해 하던 부모님은 나를 재수를 시키거나 군대를 해병대로 보내서 정신교육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으시던 고2 중순 무렵, 재수를 하거나 해병대를 가기 싫었던지 난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약 1년 후 결과적으로 수능 성적을 100점 이상 끌어올려 인서울 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가 생생하게 생각나며 웃긴데 어느날 평소라면 깨워도 안 일어나던 내가 새벽 6시경에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때 아침을 하러 나오시던 어머니는 내가 또 불켜 놓고 잔 줄 아시고 문을 벌컥 열었으나 내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 굉장히 뻘쯤해 하셨다고...




바로 그 주 토요일에 '캠퍼스 영상가요' 라는 프로그램을 하는 걸 저녁 먹으며 보고 있었는데 그때 나온 대학교가 바로 가톨릭 대학교였다. 그 프로그램은 엠씨가 대학교를 찾아가 여러 게임을 하기도 하는 학교 홍보프로그램이었는데 마지막 하이라이트 총집합 영상에서 경당 동아리가 시연하는 모습이 나왔고 그걸 본 나는 가대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뻥 같지만 진짜다. 어쨌든 목표를 그렇게 정하고 결국 가대를 갔으니 성공한 셈이다.




고 3 초에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가톨릭 대학교를 가겠다고 하니 담임쌤이 기가 찬듯 보시더니 여기 근처 지역대학교에 갈 성적 가지고 뭔 서울권 대학교냐고 그러셨지만 뭐...졸업할 때는 씩 웃으면서 독한녀석이라고 해주신 기억이 난다.




어쨌든 부모님은 나의 약진(?) 을 보시고 기특해하시며 가톨릭대는 거쳐갈 뿐, 서강대로의 편입과 고시를 보길 바라시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계셨지만......정작 나는 이런 맘을 가지고 간 대학교였으니 내가 공부를 했을리가 없다. 당시 내 목표는 경당 들어가서 본국검법 배우는 거였으니까...




어쨌든 어린시절을 졸업하고 이젠 부모님의 굴레에서 벗어나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대학교 시절이 시작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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