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동 여행기-3 개천(開天)

개천(開天)

by 웅프로


대학교 시절 경당과 검, 무예도보통지와 전통적인 것에 한참 푹 빠져 있을 즈음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는 당시에는 경당 사범이었던 최모 사범님의 홈페이지 게시판 글에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 닉네임이 겨울토끼...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그 당시에는 블로그나 SNS보다 개인 홈페이지가 강세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그 분과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는데 그 분이 바로 현재까지 인연이 이어진 회랑형이었다.


겨울토끼, 여름토끼, 회자수, 회랑이라는 닉네임을 쓰셨는데 내 무술여행기에 있어서 은인 같은 분이라서 언급을 안 할수가 없다. 뭐 은둔하시는 분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어쨌든 회랑형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요즘은 디엠이나 톡을 쓰지만 당시에는 이메일이 대세였다...) 무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검력은 회랑형의 발톱의 때만큼도 안될 실력이었을텐데 회랑형은 그런 내 철없는 소리를 받아주고 내 말 중에 맞는 것은 긍정해주며 응원해 주셨다. 그러한 모습이 지금 나에게도 많이 삶의 지침이 되고 있다.


어쨌든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형이 하는 검술 중 하나가 의령 여씨 가문의 세법이라는 검술이라고 알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무예도보통지에서 편찬 도우미 중 여씨 가문의 누구더라...가 있던게 기억나서 혹시 형이 하는 검술이 무예도보통지 군영 검술이 가전검술화 된 것이 아닐까, 이거 배워보면 무예도보통지를 재현할 수 있는게 아닐까, 혹시 나도 배워서 제대로 이어진 전통의 계승자 포지션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회랑형을 만나게 되었다.


2004년 10월 3일 개천절 오후쯤 순천향 대학교. 회랑형을 처음 보고 목검을 들고 대검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1합만에 형이 하는 키리오토시에 목검을 떨궈버렸다. 그야말로 어이없이 당해버렸는데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회랑형은 대한검도회의 검도 역시 오래 했고 나처럼 인터넷 상으로나 정보를 접하면서 '호흡수련과 병행하면 본국검 같은 검법도 상승검법이 되냐' 는 질문이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당시에 수소문을 통해 전국에 검술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다니며 칼수련을 한 진짜 칼잡이였으니...


충격을 받았지만 다음날이 입대라서(-_-;) 훈련소로 가서 구르고 한동안 군복무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말년즘 되어 검을 다시 잡아봤지만 이미 어설프게 가지고 있던 열정이라는 껍데기에 크게 한방을 먹은 후라 그런지 예전같은 흥(?)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당시에 서브로 하고 있던 택견으로 본격 전환을 시작했다.


회랑형과의 만남은 나에게 있어서는 하늘이 열리고 개벽이 되는 순간의 하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설프게 검을 대하던 나에게 큰 경종을 울리던 사건이었고 어찌보면 하늘이 준 기회 중 하나였다. 동아리 내에서 나름 열정적으로 운동하고 연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현장을 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우물 안 개구리였음에도 내가 뭔가 공격당하면 펄쩍 뛰던 애송이 시절의 과거...


e239724121bf48129cb143f9351c1c93.jpg


위 짤처럼 확실히 몽둥이...즉 실제적체험과 망신살이 약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경에서도 보면 악마가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한 뒤 한방 먹고 퇴장한 것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노리며 물러갔다는 말처럼....나도 회랑형과 만남으로 인생이 한번 전환되었지만 관성과 習이라는 것이 있어서 뒷날 택견에서 또 한번 비슷한 일을 하고 마니......


역시 인생은 계속 정신 차리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수련하듯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아는 것을 넘어서 깨닫게 되었다.

F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운동 여행기-2. 칼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