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서점 밖으로 나서는 일 - 완료 편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11월

03


오전 11시, 캠퍼스 도착.

아, 좋다-

이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는 날씨와 위치 선정이 주요했다. 늦가을답지 않은 따스한 가을볕 그리고 그 볕이 쏟아져 내리는 초록의 잔디밭이 보이는 뷰에 서점 부스 테이블을 마련해주셨기 때문.

총학생회 학생으로 보이는 몇 명은 바람을 넣어 완성하는 빈백을 만들기 위해 연을 날리듯 빈백을 들고 이리저리 달린다. 의자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젊은이들 덕분에 캠퍼스는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게 맞으니까. 캠퍼스에 들어선 순간부터 오늘 하루 서점 밖으로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


옆 테이블에는 강북구 서점 ‘시행과 착오’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사장님은 처음 뵙는지라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스몰토크를 나눈다. 서점 테이블을 어느 정도 세팅하고 옆 테이블을 봤는데 ‘시행과 착오’의 메인 컬러가 무슨 색인지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잘 준비해 오셨다. 쨍한 주황색의 향연. 상큼한 색상이 뭔가 사장님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첫 외부 행사에 나서는 겁쟁이 서점원을 위해 함께해 준 서점원의 언니에게 말하자, 우리 서점의 컬러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다 아, 나도 메인컬러 정해야 했나, 라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답만 남긴다.


오전 11시에 세팅을 시작해 11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의 일정이다. 12시가 다가오자, 학생들이 하나둘 잔디밭에 모습을 드러낸다. 점심도 먹고, 수업도 듣기 위해서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

중앙도서관과 총학생회가 준비한 부스는 성황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여 이벤트를 준비한 게 느껴진다. 행사 오픈 전에 나도 부스를 기웃기웃했는데 기획이 아주 촘촘하고 공을 많이 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재 고민이나 걱정을 적어 작은 유리병에 담는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서점의 슬픔을 잘 이겨내 보자는 메시지를 적어 병에 담았다. 담당 학생은 병을 닫기 전 병 안에 좋은 향을 뿌려주기도 했다. 서점 화이팅!


이곳에 오기 전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이 하나 있다.

수룡이.

수룡이는 대학의 마스코트인데 이 아이는 장말 귀엽다. 근데 마침 중앙도서관 부스에서 이벤트로 수룡이 띠부띠부실을 주는 것이 아닌가. 욕망의 서점원(중앙도서관 부스는 책을 대출해야 해서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어 보였다)은 솟아나는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총학생회 학생에게 은밀하게 부탁(바빠서 잊을까 봐 두 번이나 말함)을 했고, 결국 쟁취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로! 산책하는 수룡이, 공부하는 수룡이, 영화보는 수룡이 등 정말 귀여운 띠부띠부실의 대향연. 이건 매우 큰 성과다!


물론 서점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책이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부스를 구경하고 나면 마지막에 서점 부스가 나온다. 정말 착한 학생들은 우리 테이블에도 눈길을 보내준다. 블라인드북 앞에 쓴 문장을 하나하나 읽으며 마음이 가는 책을 선택해 주는 착한 학생들. 덕분에 이른 시간 개시에 성공한다(진짜 학생들 고마워요).

사실 한 권도 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점원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준비한 책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블라인드 북도 고루 선택받고, 동네서점 한정판 시집도 많이 판매되었다. 소소한 뽑기 이벤트도 기대하며 뽑아줘서 고마웠다.


한참 많은 학생이 다녀갔을 때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이전에 서점에 책을 입고한 필름 사진 동아리 ‘찬빛’ 학생들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을 보고 일부러 들러주었다고. 서점에서만 보다가 학교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다. 그렇다. 서점을 오픈하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생각보다 많이 학생들과 가까워져 있었다.

학생이 주고 간 빵을 먹으며 마지막까지 힘을 낸다. 사실 학생들이 다가와 책의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떤 표정으로 있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상태로 있곤 했다. 그런 내가 어색해서 또 어색해지길 반복했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책에 관해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긴장이 풀려 덜 어색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조금 익숙해지려고 하니 오후 4시가 되어 도서전이 마무리되었다.


무겁게 들고 간 책들이 가뿐한 두 손이 되어 마음이 평온해진다. 총학생회 학생들에게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자 학생들은 책이 잘 팔렸는지 묻는다.

“학생들이 책을 좋아해줘서 잘 해냈어요. 고마워요.”

서로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를 마지막으로 캠퍼스를 나선다. 멋진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함께한 도서전, 내년에도 만날 수 있기를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유진목: 아무튼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하자고요.

이슬아: 맞아요.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깨끗한 존경』 이슬아 인터뷰집, 헤엄 출판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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