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12월
02
서점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서점에서 이런 거 해보면 어때?”
분명 애정이 담긴 조언이지만, 나는 안다. 쉽사리 해낼 수 없다는걸.
1인 사업자로서 느낀 점, 모든 것은 나의 일이다.
출근해서 도어록 번호를 누르고 서점에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것은 서점원의 손을 거친다. 입간판 내놓는 것, 블라인드 올리는 일, 바닥 청소, 식물 물 주기까지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두 가지 모두 놓쳐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손님을 서점으로 이끌어낼 기획도 생각하고, 책도 많이 읽고, 소개 글도 잔뜩 써놓고 싶은데 어쭙잖은 완벽주의 병이 도져서 ‘이왕 할 거라면 기획을 완벽하게 끝내고 깔끔하게 진행하고 싶은 마음’을 핑계로 애초에 시작을 못하는 거다. 허허.
사실 조금씩 시도해 보고 수정을 거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맞음에도 그 시도란 것이 서점원의 눈에는 거대한 눈덩이처럼 부풀어져서 불현듯 두려움까지 동반된다.
하루는 서점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인 [무엇이든 쓰는 밤]의 오랜 멤버 k 님의 친구가 서점을 방문했다. 2주 전쯤 한 번 오셨는데 오늘은 예약한 책을 구입하러 오셨다. 선물을 위한 책이었고, 그날 필요한 책이었음에도 굳이 이곳에서 책을 예약해 구입한 이유는 동네서점이기 때문이었다. 동네서점이 오랫동안 잘 버텼으면 좋겠는 마음.
심지어 그분은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하는 이것, 브런치까지 읽고 계셨다(여전히 읽고 계신가요?). 잘 버텼으면 좋겠다는 말은 아마도 브런치 글을 읽을수록 서점 운영의 힘듦이 느껴져 서점원이 짠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기쁨 한 조각, 슬픔 한 조각. 나름 균형을 맞춰 업로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슬픔이 압도적으로 많이 느껴졌나 보다. 서점의 기쁨과 슬픔을 다루고 있는 브런치 글을 살피면 서점의 기쁨은 다채롭지만, 슬픔은 꽤나 명확하다. 아무도 책을 사러 오지 않고, 책이 팔리지 않아 무력하고 책을 살 수 없는 그런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뿐이기 때문.
덧붙여서 아주 조심스레 아이디어를 던져주셨는데 하나는 책방에 어떤 책들이 입고되어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 두 번째는 서점원의 브런치에서 지난 에피소드(성인소설을 구입하고 싶은 중년의 남성분)를 읽은 후 든 생각인데 서적의 카테고리를 넓혀보라는 것. 이 동네 어딘가에 BL 같은 특정 분야의 책을 다루는 서점이 있는데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저것 조언을 들으며 맞지, 맞지. 이것도 저것도 하면 좋겠지란 생각과 동시에 이걸 또 어디서부터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견적부터 내는 서점원이 나란 인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해야지.
큰일이다. 손님이 없다. 대책 필요!
그렇지 않아도 서점 노트에 이렇게 써 놓은 참이어서 우리 서점을 생각하면 나 포함 모두가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그분의 결론은 이것이다. 서점이 오래 남아주길 바란다는 것. 그러니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나는 ‘기꺼이 부딪치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으니까.
비록 과정과 결괏값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과를 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모든 동네 서점원들을 절로 응원하게 된다(우리 모두 힘내봐요).
무엇보다 서점원의 브런치 글을 완독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브런치는 온라인에 올리는 글이니까 누가 읽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드디어 만난 거다, 서점원의 첫 번째 독자.
그래서 물었다. 이 글, 읽을만한가요?
다행히(내가 앞에 있으니 그러셨을 수도 있으나) 재미나게 읽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서점도 브런치도 박치기 공룡처럼 계속 부딪치러 갈 것.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1인 사업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랑 상의하는지 궁금한 1인 서점원
서점원의 문장과 책
: 피아노 조율 작업에는 무언가 소소한 것을 차츰차츰 나아지게 하는 기쁨이 있다.
그 ‘나아짐’이 소리로 곧장 느껴진다.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CA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