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들어있어요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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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서점 동절기 영업시간 변경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마감을 오후 일곱시에서 오후 여섯시로 변경한 것. 해가 짧아진 만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번화가가 아닌 동네 안 작은 서점이라 체감이 빠르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이불 밖은 언제나 위험하니까.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손님 한 분이 책 추천을 부탁했다. 대학원생이었는데 자신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건네준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여러 책을 추천하다가 적당한 책이 나오지 않아 ‘누군가’에 관한 힌트를 추가로 요청했다. ‘누군가’가 쓴 문자를 본 순간 단번에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마치 탐정이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것처럼 나 역시 그 사람에 관한 단서를 발견한 거다. 대학원생은 내가 추천한 책을 잠시 읽어보더니 자신이 선물해 주려는 그 분이 쓴 책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범인 발견!


어릴 적 본 만화책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쫄보였던 나는 범인 실루엣이 까맣고 눈만 새하얗게 표현되어 있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김전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속 주인공이 범인을 가리키며 범인은 당신이야,라고 외칠 때의 쾌감이 이런 것일 테다.

내가 생각해도 문자 속 문장의 결과 책 속 문장의 결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결이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는 결의 책을 찾아줄 수 있을 정도로 서점원으로서 조금은 성장한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해졌다. 대학원생은 책을 선물한 후 그분의 반응을 알려주러 오겠다며 서점을 나섰다.


그리고 며칠 후 대학원생이 방긋 웃으며 서점을 찾았다. 대학원생의 말을 빌리자면 책을 받으신 분이 너무너무너무 좋아했다고. 책방 이름과 위치도 물어봤다고 한다. 책 추천을 통해 두 사람, 아니 나까지 세 사람이 행복하다니 대성공이다.


책 선물엔 사랑, 정성 그리고 상대를 생각하는 섬세한 마음이 들어있다.

나 역시 책을 읽다가 이 책은 00이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아, 00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반대로 대상을 먼저 정한 후 책을 고를 때는 00은 이 문장을 좋아할까, 이런 주제는 어떨까, 하고 책과 상대방을 매치해 본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이 책을 선택했는지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둘만 알고, 둘만 느낄 수 있는 그 마음이 바로 책 선물의 묘미다.


2025년 12월 9일 화요일

책 선물은 이렇게나 정성을 쏟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서점원의 문장과 책

손님 여기에 있는 책 전부 다 읽으셨어요?

직원 아니요. 다 읽진 않았어요.

손님 그러면 책방 직원으로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현암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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