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안녕 2025 안녕 2026

#비정기산문집 #서점의기쁨과슬픔

by 서점원

12월

03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는 보통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거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하거나. 오늘은 전자에 해당한다. 서점을 오픈한 해이기도 하니 2025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5년 3월 28일 계약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고, 유동 인구가 많은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 그럼에도 층고가 높고, 꽃집 자리였기에 크게 손 볼 것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예산에 맞는 공간은 한정적(예산만 따지면 극소수)이었기에 그 안에서는 괜찮다고 여겼다.

근처 대학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내가 다니던 길 말고 반대편 길로 가니 도보 5분 거리에 대학 정문이 나타났다. 물론 학생들은 정문을 나와 바로 번화가로 향하거나 후문을 더 많이 이용해서 서점 골목을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5년 4월 26일 서점 오픈

오픈 예정일은 따로 없었다. 그저 책장에 책만 꽂혀 있으면 일단 서점으로서 준비는 완료한 것이 아닌가 싶어 가장 빨리 다가오는 날을 오픈일로 정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 책장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가구 맞춤은 항상 여유를 갖고 미리미리 해야 한다. 목수는 언제나 바쁘고 일정은 언제나 가득 차 있다.

그렇게 한 달이나 준비기간(비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을 보내고 책장과 책이 준비되는 가장 이른 주말인 토요일 서점을 열기로 한다.


떡집에서 예약한 팥시루떡을 들고 서점 문을 연다. 아이패드에 돼지 얼굴을 띄우고 선물 받은 와인을 옆에 두고 그럭저럭 구색을 갖춘 우당탕 고사 지내기.

많지 않은 지인들에게 매우 급박하게 알린 개업식 날짜(서프라이즈 파티 초대처럼 진짜 며칠 전에 말해줬다)임에도 많이들 축하해주러 서점을 찾았다. 사실 그날은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작은 서점에 사람이 너무 많이 올까 봐 걱정한 서점원(케어 가능한 인원은 한정적이므로)은 많지 않은 인원(서점원 기준 역대 최고 인원을 만났다)이 방문했음에도 힘들었다.


*2025년 6월 4일 ‘무엇이든 쓰는 밤’ 시작

서점을 준비하면서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하자고 마음먹은 것 하나가 바로 글쓰기 모임이다. 동네서점이라면 쓰는 사람을 위한 공간 하나쯤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나의 생각이었으므로.

덕분에 무엇이든 쓰는 밤(이하 무밤)을 큰 고민 없이 시작했다. 다른 것은 엄청난 고민을 거쳤을 테지만, 무밤만큼은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몇 명이 신청하는가는 다른 문제(언제나 사람을 모으는 일은 어렵다)였다. 다행히 조그만 동네서점을 알아봐 주고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준 무밤 동료들이 있어서 무수한 수요일 밤을 외롭지 않게 보냈다. 무밤은 앞으로도 계속될 서점원의 약속.


*2025년 12월 31일 8개월 차 서점원

시간이 빠르다는 말, 진짜 맞다. 이곳에서 함께한 지 벌써 8개월이 흘렀다. 8개월이란 시간을 쪼개려고 하니 무언가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안다. 나의 기억 속엔 없지만 매 순간 무엇이든 시도했던 하루하루들. 그 시간이 모여 지금의 8개월을 완성했음을.


1년 차 서점원의 우당탕 서점 운영기, 서점의 기쁨과 슬픔.

2025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5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주 토요일 연재한 브런치 총 39개.

아직 한 번도 펑크낸 적이 없다. 제법 성실할지도?



서점원의 문장과 책

한 해 동안의 높고 낮은 톤도, 멈추지 않는 발산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그냥 오늘에 수렴되고 있다. 나도 오늘에 수렴되고 있다. 작고 조용한 날에.


날짜 없는 일기 1 『내가 없는 쓰기』 이수명, 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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