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정신승리 같은 것을 했다

#비정기산문집 #서점의기쁨과슬픔

by 서점원

1월

01


기분 좋은 일요일, 일요일은 서점원이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다.

어릴 때는 일요일 아침마다 디즈니 만화 동산을 봤고, 지금은 아주 고요한 서점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다음날이 휴무인 것 또한 중요). 그러나 서점의 겨울은 일요일의 즐거움마저 앗아간다.


작년 4월 서점을 시작했으니, 계절로 따지면 서점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겨울이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정확히는 학생들이 종강하면서부터 차디찬 냉정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니, 여전히 느끼는 중이다.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긴 했는데 옆집 카페 사장님도 방학이 언제 끝나는지, 3월은 언제 오는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 그래도 옆집 카페는 꽤 인기가 많아 내가 보기엔 항상 손님이 가득한데 카페 사장님마저 곡소리를 낸다는 건 우리 서점은 정말 정말 혹한기라는 뜻이다.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 서점을 찾는 손님이 없다는 건 그런 거다. 할 말이 많지만, 서점의 기쁨이 아닌 서점의 슬픔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슬픔이 없으면 기쁨도 없으니(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교훈) 그 슬픔을 기억해 두기로 한다.


12월과 1월은 가혹했다. 겨울방학의 시작, 활기찬 새해맞이 따위는 안중에 없이 매출 0원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겪었고, 책을 팔아야 책을 살 수 있는데 책을 팔지 못해 장바구니에 몇 번이나 책을 담았다 뺐다 하는 애잔함을 겪고 있다. 서점원이 되면 책만큼은 마음껏 구입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서점원이 되었다고 해서 책을 쌓아두고 사는 적독러의 꿈을 모두가 이루는 건 아닌가 보다.


1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맞이하는 오늘, 마음을 바꿔 먹기로 한다.

서점원은 서점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작은 작업실에 출근하는 거고, 가끔 누군가 찾아오기도 하는 공간에 앉아 있는 거다. 서점을 채우는 음악도 바꿔본다. 보통 가사 없는 재즈나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곤 했는데 손님 하나 없는 공간에, 나뿐인 공간에 나만을 위한 음악이라도 들어야겠다는 작은 반항심이 들어 나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나만 아는 작은 변화. 이른바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마인드로 살기로 한다. 스트레스라도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자 발악이라고나 할까.


오늘은 조금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요일이고, 손님은 없지만 바깥이 보이는 유리문을 마주하고 있고,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나만의 책상이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니 괜찮다. 이곳이 서점이 아니라 작업실이라면 괜찮은 거다. 오늘 하루는 서점 고민은 접어두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2026년 1월 25일 일요일

작고 귀여운 작업실이 생겨 버린 서점원




서점원의 문장과 책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켰다. 새하얀 양파를 춘장에 찍다가 이 장면을 책에 써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불쑥, 무릎처럼 튀어나온다. 이를테면 춘장의 춘 자는 봄 춘(春)이란 것. 자세히 보면 춘장은 빛나고 있다는 것.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지음, 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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