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졸업과 입학 사이에서

#비정기산문집 #서점의기쁨과슬픔

by 서점원

2월

01


2월은 오묘한 달이다. 이미 1월이라는 시작점을 지났으니 한 발 앞으로 뻗은 느낌이어야 하는데 3월의 입학을 앞두고 졸업이라는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다시 끝맺음을 짓게 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간 것도 마무리를 지은 것도 아닌 애매한 그런 나날. 마치 서점의 상태를 닮은 그런 나날.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은 들떠있다. 그 애매한 상태가 약간의 긴장감을 부여하기에.

졸업을 앞둔 근처 중학교 학생들(이전에 교환 독서용 책을 사러 왔던 소녀들)도 그러했다. 며칠 후면 중학생에서 고등학교 준비생쯤으로 변모할 그들은 방송반 친구들이었는데 후배들을 위해 책을 선물하겠다며 서점을 방문했다. 선배미 뿜뿜.


네 명 중 세 명이 같은 학교에 나머지 한 명은 다른 학교에 배정받았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던 학생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선배미를 뿜어내던 학생은 사라지고 어느새 귀여운 열다섯 살로 돌아왔다.

그들은 하소연을 했는데 1순위도, 2순위도 심지어 3순위도 떨어져 4순위의 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하소연할 만한 소식에 서점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청이 너무하긴 했네(교육청 소관인지 확실하진 않음, 일단 누군가를 탓해본다).


그중에서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했을뿐더러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 그 학생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해야 할 고등학교 생활을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낯선 환경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니까. 밖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어 기어코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으니까.

혼자라는 소외감은 자꾸 커지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겐 학업 다음으로 혹은 그보다 앞서 우선순위로 두는 인생 최대의 고민일지도 모르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처음 서점을 찾은 날. 교환 독서용 책 추천을 부탁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여름은 고작 계절』을 손에 쥐여주었다.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당도한 낯선 땅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제니의 이야기. 십 대 학생들에게 친구라는 세계는 너무도 커다랗고 연약해서 너무도 쉽게 펑 하고 터져버리곤 한다.


어른이 된(아닐 수도 있으나 일단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서점원은 그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 모두가 귀엽게만 여겨졌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을 관계들이 그 당시 그들에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그래서 이 책을 쥐여주며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알았으면 했다. 여름은 고작 계절이니까.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이 책을 떠올리며 그때 그랬었지. 혼자 다른 학교에 가서 불안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야 해서 두려워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2026년 2월 4일 수요일

졸업식 날을 겨냥해 꽃다발 대신 책다발을 떠올리는 서점원



서점원의 문장과 책

내 자리는 어디에서나 불안정했다. 아무도 내 곁으로 모이지 않았고, 나는 쉴 새 없이 꽃 사이를 맴도는 벌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혼자 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아이들은 다들 별 고민 없이 자리를 탐색하고 금방 자기에게 꼭 맞는 주소를 찾았을까? 어떻게 그렇게 다들 자연스러웠을까.


『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토요일 연재
이전 10화40 정신승리 같은 것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