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찾기보다 힘든 사람 구하기
나의 철저한 기획력과, 내 집을 향한 열정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래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벽을 만났다.
난생처음 겪는 상황 앞에 눈앞이 깜깜해지던 마음의 벽 말이다.
한 달 남짓한 인테리어 기간 동안 우리는 매일이 도전이었다.
체력은 바닥났고, 멘탈은 흔들렸다.
독립의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인테리어였는데, 그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 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크고 작은 선택들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과 감당하며 나아가는 힘을 배워갔다.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진짜 독립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가 마주쳤던 세 가지 ‘벽’을 차례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사람 구하기'였다.
공정을 따라 일정만 잘 짜면 될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철거, 설비, 샷시, 전기, 목공, 타일, 욕실, 마루, 도배, 가구 ...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직접 각 공정마다 전문가를 찾고, 일정을 조율하고 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확인해야 한다.
어쩌면 나는 전문가들을 마치 테트리스처럼 캘린더에 배치만 하면 알아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시작해보니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벌써 몇 달치 스케줄이 꽉 찬 작업자들과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었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낯선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추천하는 일잘러도 나의 소통방식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였고, 공정마다 다른 작업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내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무려 20명이 넘는 작업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10명이 넘는 작업자들과 일을 하면서 울고 웃는 다이나믹한 경험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를 유형별로 소개해본다.
너무 인기가 많은 작업자였던걸까?
전화 연락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웹 페이지에 원하는 일정과 요청사항을 남기라고 했다.
그래서 내용에 원하는 일정과 요청하는 작업, 그리고 그렇게 진행할 경우의 비용을 문의했다.
그랬더니 비용산정은 현장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말해줄 수 없단다.
그러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럼 비용은 나중에 논의할테니 일정은 가능하신지 재차 문의를 남겼지만,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지만... 소비자가 비용을 물어봤다고 차단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뭔 잘못을 했나? 혼자 괜히 죄지은 기분에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자부심이 대단한 작업자도 있었다.
본인 일에 자부심이 있는 만큼 일에 열심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할만했지만, 다른 공정의 작업자도 모두 본인 기준에 맞춰주길 원했다.
물론 앞 공정이 제대로 되어야 뒷 공정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인정할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일정을 확인하려고 전화했을 뿐인데...
다른 공정 작업자를 확인하고 컨펌까지 하려드는 건 부담스러웠다.
각 공정별로 누구랑 예약해야할지 하나하나 코칭을 받다보니, 전화기가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그 상황을 겪고 있자니 점점 내가 누구의 집을 인테리어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말씀해주셔서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결국, 그와 일하지 않기로 했다.
건축주가 비전문가이다 보니 요구사항이 무시당하는 경우는 빈번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내 집에 투자하는 만큼 유튜브나 카페에서 정보를 알아보고,
틈이 날 때마다 도면을 그리며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정리한 요구사항인데,
돌아오는 말이 "그건 불편해요, 그렇게는 안 해요"였다.
분명히 내가 살 집인데, 내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물론 작업 방식에 대한 전문가의 경험은 존중하지만, 이 반셀프 인테리어의 결과물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