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셀프 인테리어 중에 만난 벽 – 1

'일잘러' 찾기보다 힘든 사람 구하기

by Sanna


나의 철저한 기획력과, 내 집을 향한 열정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래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벽을 만났다.

난생처음 겪는 상황 앞에 눈앞이 깜깜해지던 마음의 벽 말이다.

한 달 남짓한 인테리어 기간 동안 우리는 매일이 도전이었다.

체력은 바닥났고, 멘탈은 흔들렸다.

독립의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인테리어였는데, 그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 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크고 작은 선택들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과 감당하며 나아가는 힘을 배워갔다.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진짜 독립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가 마주쳤던 세 가지 ‘벽’을 차례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 번째 벽. '일잘러' 찾기보다 힘든 사람 구하기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사람 구하기'였다.

공정을 따라 일정만 잘 짜면 될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철거, 설비, 샷시, 전기, 목공, 타일, 욕실, 마루, 도배, 가구 ...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직접 각 공정마다 전문가를 찾고, 일정을 조율하고 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확인해야 한다.

어쩌면 나는 전문가들을 마치 테트리스처럼 캘린더에 배치만 하면 알아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시작해보니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벌써 몇 달치 스케줄이 꽉 찬 작업자들과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었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낯선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추천하는 일잘러도 나의 소통방식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였고, 공정마다 다른 작업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내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무려 20명이 넘는 작업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10명이 넘는 작업자들과 일을 하면서 울고 웃는 다이나믹한 경험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를 유형별로 소개해본다.




① 찍히면 차단러


너무 인기가 많은 작업자였던걸까?

전화 연락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웹 페이지에 원하는 일정과 요청사항을 남기라고 했다.

그래서 내용에 원하는 일정과 요청하는 작업, 그리고 그렇게 진행할 경우의 비용을 문의했다.

그랬더니 비용산정은 현장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말해줄 수 없단다.

그러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럼 비용은 나중에 논의할테니 일정은 가능하신지 재차 문의를 남겼지만,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지만... 소비자가 비용을 물어봤다고 차단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뭔 잘못을 했나? 혼자 괜히 죄지은 기분에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일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소통 태도는 더 중요하단 걸 알게 되었던 경험이었다.



② 올인원 강요러


자부심이 대단한 작업자도 있었다.

본인 일에 자부심이 있는 만큼 일에 열심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할만했지만, 다른 공정의 작업자도 모두 본인 기준에 맞춰주길 원했다.

물론 앞 공정이 제대로 되어야 뒷 공정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인정할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일정을 확인하려고 전화했을 뿐인데...

다른 공정 작업자를 확인하고 컨펌까지 하려드는 건 부담스러웠다.


각 공정별로 누구랑 예약해야할지 하나하나 코칭을 받다보니, 전화기가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그 상황을 겪고 있자니 점점 내가 누구의 집을 인테리어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말씀해주셔서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결국, 그와 일하지 않기로 했다.


주도권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③ 내 방식 고집러


건축주가 비전문가이다 보니 요구사항이 무시당하는 경우는 빈번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내 집에 투자하는 만큼 유튜브나 카페에서 정보를 알아보고,

틈이 날 때마다 도면을 그리며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정리한 요구사항인데,

돌아오는 말이 "그건 불편해요, 그렇게는 안 해요"였다.

분명히 내가 살 집인데, 내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물론 작업 방식에 대한 전문가의 경험은 존중하지만, 이 반셀프 인테리어의 결과물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태도였다.


건식 욕실을 할거라고, 그렇게 벽배관을 해달라고 했건만... 결국 작업자 고집대로 바닥배관도 유지되어 버렸다.




일정만 잘 짜면 되는 줄 알았던 반셀프 인테리어는, 결국 '사람'이 가장 큰 변수였다.

‘일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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