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신혼집 보는 거야? 내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 이 집 조금만 손봐서 살면 나중에 정말 잘 샀다 싶을거야.
공인중개사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을 보던 날, 홀린 듯이 가계약금을 넣었다.
그 때는 집값이 자고 나면 천만 원씩 오르던 시기였다.
부동산은 늘 문전성시라 예산이 빠듯한 우리는 제대로 상대조차 받기 어려웠다.
마음이 쪼그라들다 못해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처럼 예산에 맞는 집이 나왔다.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결혼을 1년 미루는 것쯤이야 상관없었다.
‘한 번 보기나 하자’ 싶어서 찾아간 그 집에서, 나는 거실 창 너머로 펼쳐진 탁 트인 뷰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고 발품 팔던 집들은 계약하고 싶다고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는데...
집도 운명적인 만남이란 것이 있는지, 어쩌다 찾아간 집이 우리 집이 되었다.
가계약금을 넣고 나니 부동산 대출을 알아보느라 바빴고, 계약부터 잔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부동산 등기까지 하고 나니 새삼 우리가 집을 샀다는 걸 실감했고, 난생처음 억 단위의 소비에 겁이 덜컥 났다.
'우리가 집을 제대로 샀을까?'
집을 소유하고 나니 그제서야 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공간을 어떻게 꾸밀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번 집을 보러 갔다.
다급함이 사라지자, 비로소 집 상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세입자만 수차례 바뀐 스무 살 아파트는 임시방편이 덧대어진 채로 겨우 유지만 되었던 듯했다.
찬바람이 스며드는 섀시에는 틈막이 스펀지가 잔뜩 붙어 있었고, 그 외에도 덧댄 장판, 부서진 채로 붙어만 있던 붙박이장 등 상태가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 날, 집 상태를 보고 돌아 나오며 우리 집 마련이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늘 독립이 꿈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밥도 빨래도 해주는 부모님 집이 제일 편하다고. 하지만 나는 내 취향대로, 내 손으로 꾸민 공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곳 하나 멀쩡한 데 없는 이 집을 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차라리 잘 됐네. 싹 다 바꿀 수 있겠다.'
그렇게, 진짜 내 공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설렘이 찾아왔다. 그날부터 나는 컴퓨터 도면에 위에서 우리 집 인테리어를 했다.
'이렇게도 할 수 있을까?' 싶은 건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서 찾아보면 답이 있었다. 세상에는 나만큼, 아니 나보다 열정 넘치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마침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었던 만큼 인테리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었다.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 만큼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고, 그 비용은 턴키 방식의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