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셀프 인테리어 중에 만난 벽 – 3

그 누구도 막지 못한 나 자신

by Sanna


세상 어렵던 사람 상대도 해냈는데, 마지막 벽은 뜻밖에도 나 자신이었다.

내가 만든 기준에 갇혀, 욕심이 욕심인 줄도 모르고 밀어붙이던 오만함.

그 대가는 결국 멍청비용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벽. 그 누구도 막지 못한 나 자신


반푼수가 사람 잡는다


어릴 적 아빠가 종종 하시던 말이다.

요즘 우리집 셀프 도장 현관문과 타일을 보고 있자면 새삼 그 말씀이 생각이 난다.


셀프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파고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좀 알아봤거든' 병에 걸렸었나보다.

진짜 전문가였다면 어디에 힘을 줘야하고, 어디는 가볍게 진행해야 할지 감이 있었겠지만,

난 그 '진짜'에는 한참 못 미치는 반푼수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당시엔 내가 반푼수인줄도 몰랐다는 거다.


인테리어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알게되는 제품 정보들이 많아졌고, 기왕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는데 고오급 자재를 쓰고 싶은 욕심이 나를 잠식해갔다.

그리고 논현동 자재 거리를 헤집고 다닐 때는 이미 반셀프 인테리어를 해서 절약을 하겠다는 초심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페인트를 사러 나섰을 땐 이미 유명 외산 브랜드에 꽂혀서 다른 가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고급 페인트는 발색이 다르다고 했다.

무광이니, 에그쉘광이니... 샘플은 많았지만 솔직히 그 차이를 이해할 만큼 예민한 감각은 없었다.

그래도 명품이라니 왠지 좋아보였다.


그래도 우리도 뭔가 손을 보탠 흔적은 남기고 싶어서, 남편이랑 함께 현관문과 방화문을 칠했다.

그 결과 나중에 집들이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봐주었다.


"이 문은... 니가 칠했냐?"


밑작업 하나 없이 명품 페인트를 덮어봤자 티는 나는 법이다.

그저 고급 자재만 쓰면 다 될 줄 알았던 내가 바보였다.

덕분에 소원대로 모두가 알아보는 셀프 인테리어의 흔적이 되긴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움으로 남은 건 타일이었다.

현관과 베란다에 깔 타일을 골라야 했는데, 남들과 다른 고급진 타일을 깔고 싶었다.

사실 비슷한 타일이 여기 저기 많은데, 길가에 있는 매장부터 고급진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는 곳까지 비용 차이가 좀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굳이 비싼 매장에서 샀다고 체감될 부분은 크지 않았다.

결국 인테리어의 완성도는 자재보다, 예리하게 각맞춰 반듯하게 깔아주는 시공자의 손끝에서 갈린다.


그런데 당시의 난, 내 눈에만 보이는 그 미세한 무늬에 집착을 했다.

그렇게 꽂혀서 고른 타일은 표면이 거칠어 관리가 까다로웠다.

결국, 그 위에 매트를 깔고 산다.


누구를 위한 고집이었을까. 비싼 자재가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고급 페인트칠을 한 방화문은 고양이 낚시대 보관함으로, 심혈을 기울여 골랐던 현관 타일은 커다란 매트로 잘 가려두고 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비싼 건,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하는 멍청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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