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셀프 인테리어,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

직접 만드는 내 삶의 공간

by Sanna


앞서 '반셀프 인테리어 중에 만난 벽'들을 연달아 소개했지만, 사실 내가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건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기도 했다.

뜨거웠던 여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새벽부터 나와서 꼼꼼히 작업해주시던 분들이 참 고마웠다.

이미 마감된 부분이 거친 공정에 망가져 마음이 무너지던 날에도,

SOS를 보내면 금세 다시 찾아와 문제를 뚝딱 해결해주시던 분들 덕에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언성을 높이며 항의를 듣던 날에는, 옆에서 역성을 들어주며 내 손을 꼭 잡아주시던 이웃 어르신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간 우리집엔 우리의 고민과 선택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어떤 공간이든 집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집에는 그 모든 과정을 함께 겪은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힘들었던 경험만 실컷 나열해놓고 이런 말을 하려니 모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반셀프 인테리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소소한 고민까지 녹아든 우리만의 공간


반셀프 인테리어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 하나하나를 직접 기획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공간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이 집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는 걸레받이가 없다.


"걸레받이를 안한다구요?"


마루 시공 기사님은 놀라며 물었지만, 나는 단호했다.

부모님 집에 살면서 먼지가 쌓여 청소도 어려운 걸레받이가 왜 있어야 하는지 늘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말로는 목공 면처리를 해야 걸레받이 없이 깔끔하게 마감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집 벽면이 충분히 반듯했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덕분에 우리 집에는 가구를 놓을 때 벽 끝까지 붙여두어도 걸리는 부분이 없고, 걸레받이 윗면에 쌓이는 먼지를 따로 청소할 필요도 없다.


남들에겐 사소한 것들도, 나에게는 하나하나 이유있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이 집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를 위한, 우리만의 공간이 되었다.




가성비보다 중요한, 디테일


반셀프 인테리어를 하면 비용이 줄어들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다보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져서, 결과적으로 전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반셀프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그 모든 선택과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샷시를 교체할 때도, 단순히 시공업체가 추천하는 사양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충분히 알아보고, 비교하고, 고민한 끝에 결정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제품을 골랐을지라도, 그 선택을 이해하고 납득한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확실히 달랐다.


무엇보다 내가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업자에게 디테일한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설명이 아니라 “꼼꼼히 잘 부탁드려요”라는 집주인의 말은, 단순한 클레임이 아니라 이 집에 살 사람의 애정 어린 부탁으로 전해졌다.

작은 크랙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작업자도 자연스럽게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내 집에 대한 애정과 관찰이 결국 디테일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우리 집'을 스스로 완성했다는 성취감


완성된 집을 마주한 순간, 그동안의 모든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구석에서 뭉클하게 올라왔다.

큰 돈을 들이고, 시간을 쏟고, 마음고생도 했지만, 그만큼 완성된 집을 대하는 애정의 깊이는 다르다.

이 집의 모든 선택은 누군가 대신해준 게 아니라, 우리가 고민하고 결정한 결과였다.


그래서일까.

주방 견적을 받겠다고 기획서까지 쓰고 업체들을 찾아보던 나와, 책상 위치를 정한다고 이틀을 고민하던 남편의 모습이,

그리고 고급 페인트면 다 된다고 현관문을 빈티지로 만들어버렸던 바보같은 경험마저도 우리만의 웃음 버튼이자 추억이 되었다.


이 집은 단지 예쁜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 고생하고 고민한 그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그렇게 완성한 이 집은 우리 인생의 첫 챕터이자 시작점이 되었다.





사실 이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내 인생에서 흔치 않을 대형 프로젝트였기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일이 시작되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선택과 판단의 연속 속에 기록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 모든 과정을 되짚어 기록해본다.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닌 것에 집착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이라 더 진심이었고, 무작정 열정을 쏟았던 그 시절의 우리에게 감사하다.


아침마다 예쁜 창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침실에서 눈을 뜨고, 내 취향에 꼭 맞는 주방에서 작은 루틴이 생기고, 퇴근 후 도란도란 거실에 앉아 서로의 하루를 듣는다.

아직도 우리는 이 공간을 조금씩 채워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혹시 인테리어를 고민 중이라면 조심스레 묻고 싶다.


당신의 삶이 시작될 공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여곡절이 쌓여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 된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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