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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나무 Jul 29. 2024

1. 그날 밤의 초조함

- 잘 떠나보내고, 덜 후회하며 살아가기 위하여 

      

모든 호스피스 병원이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우리가 입원했던 곳은 한밤중에도 정원의 조명을 끄지 않았다. 언젠가는 수녀님께 너무 밝아서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좀 끄면 안 되냐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돌아온 답변은 환자와 보호자가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답답하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어야하므로 끌 수 없다는 것. 그 때만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가 겨우 잠들면 나도 옆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그날은 유난히 병실 천장이 밝았다. 아마도 정원의 불빛에 달빛이 더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불현듯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도 미래의 내가 그때의 내게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뭘까,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왜 이렇게 초초하고 불안한 걸까.                

그날부터 채 2주가 지나지 않아 그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 1년 반이 되어가지만, 그 밤, 그 천장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그날, 뭔가 직감이 이상하다고 계속 경고하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도 없이 기원했다. 아니 그가 떠나기 단 하루 전날이라도, 단 몇 시간, 단 몇 분 전이라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1년 반이 흐르고야 어리석었다고 자학하고 자책했던 그 모든 행동에 나름 이유가 있었다는 걸 조금은 인정하게 되었다.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다시 한 번 보고 만지고 싶어서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리석었다는 게 달라지진 않는다. 

왜 어디서도, 사랑하는 이를 잘 간병하고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걸까.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죽음을 함께 준비해야하는 이가 어떤 마음과 태도여야 하는지 왜 미리 공부하지 않았을까.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로 가슴이 타들어가다니. 분명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들을 했을 텐데, 왜 이걸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니면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 나만 몰랐던 걸까.       

       

누군가 말해줬다. 글로 쓰면 좀 나아질 거라고. 어차피 쓸 거라면 내가 몰라서 못했던 것들을 써보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내야할지 모르는, 어쩌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는 - 내가 그랬듯이 - 이들과 함께 나눠보자. 잘 간병해서 잘 떠나보내고, 그러고 나면 가슴을 멍들게 하는 후회를 약간이라도 덜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질지도. 


어쩌면..., 나중에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언제나 나와 사람들의 평온을 바랬던 그가 잘했다고 살포시 안아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평온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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