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도서관 04

by 산너머

책을 빌리는 걸 대출이라 한다. 2주일간 책을 볼 수 있다.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는 기간을 반납날짜라 한다. 2주일 동안 못 보면 일주일 연장이 가능하다. 이걸 반납연장이라고 한다. 대출할 때 그 자리에선 바로 안 되고, 2주일 안에 책을 못 보면 전화로만 연장을 할 수 있다.

깜빡하고 반납연장을 못 하거나, 반납날짜에 반납을 안 하면 연체가 돼 책을 못 빌린다. 즉 5권을 대출했을 때 하루만 늦게 반납해도 5일 동안 책을 빌릴 수가 없다.


도서관 업무 중 전화를 받는 것도 중요한 업무인데, 반납연장을 해 주는 것과 자료실에 책이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 그리하여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납연장을 하려면 동명이인이 많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알려줘야 한다. 이름은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전화를 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받는 처지에선 한번 못 알아들으면 몇 번씩 되묻게 된다, 그러면 목소리가 커지는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크다고 항의를 한다.

반납날짜가 지났으면 연장을 할 수가 없다. 도서관 업무시스템은 연체라고 뜨면서 반납연장 불가가 된다. 이용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대면서 해 달라고 사정을 한다. 벌금을 낸다 해도 안된다.

책 다섯 권을 같은 날 대출이 되었을 경우, 하루만 늦어도 5일 동안 대출이 안 된다고 하면 하루만 대출이 안 돼야지 왜 5일이냐고 도서관 이용 규칙이 잘못된 게 아니냐며 마구 따지고 수긍하지 않는다. 전화는 안 끊고, 대출하려는 이용자는 앞에서 기다리고, 참으로 곤란해 식은땀이 난다. 성격 지랄 같은 사람은 참지 않고, 성격 급한 사람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대출하면서 반납날짜를 알려줘야 하고, 반납할 때 책이 남아 있으면 무슨 무슨 책이 남아 있다고 알려주는데도 책을 보던 이용자들이 시끄럽다고 한다. 업무적으로 직원과 얘기를 해도 도서관 홈페이지에 몇 날 몇 시에 어떤 머리를 한 직원이 떠들었다고 교육을 제대로 하라는 민원이 올라온다.


책이 필요해 서가를 왔다 갔다 해도 발소리 난다고 인상을 쓴다. 책을 꽂을 때 탁탁 선반에 부딪히는 소리에도 예민한 이용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독서를 할 때 흐름이 깨진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면서 일을 한다,


이용자 책 보는 자리와 자료실 업무 보는 곳이랑 분류가 되면 서로 불편하지 않겠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여건상 그런 도서관은 거의 없다. 자료실 데스크 앞에 가벽을 설치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여건상 어렵다. 그게 안 된다면, 도서관 총괄운영팀에서

<종합자료실은 업무도 같이 보는 곳이니 약간의 소음은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문구라도 크게 붙여 줬으면 좋겠지만 십오 년 넘게 일했지만, 직원들을 배려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음식, 음료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이용자 자리에서는 물론, 업무를 보는 우리도 데스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 밀폐된 용기에 물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책을 보다가 오염물질을 묻히면 똑같은 책을 본인이 사 와야 한다. 물을 쏟아도 훼손이 돼(말려도 꾸깃꾸깃 뒤틀리기 때문) 물도 쏟으면 안 된다. 책을 가지고 오다 갑자기 비가 내려 빗물이 조금만 묻어도 일단 얼른 닦아 내고 반납처리를 한다. 물과 기름이 상극이지만 물과 책도 상극이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아 그렇지만, 물과 책은 너무 잘 섞여서 훼손 도서가 되기 때문이다.

장마철엔 빗물 때문에 이용자들은 억울하다. 헌책을 빌려 갔는데 새 책을 사 와야 하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여름엔 도서관도 짜증이 나는 계절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서지이고, 공부하는 사람은 에어컨 돌아가는 자리가 공짜라 아침부터 밤까지 자료실 의자는 만원이다. 디지털 자료실과 열람실도 인기가 급상승을 탄다. 여름날 도서관은 시장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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