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주일에 한두 명씩 묻는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들이 보기에 도서관은 우아한 백조로 보이기 때문이다. 틀린 모습은 아니다.
도서관 서가 사이사이를 운동 삼아 걷다가 제목이 맘에 들면 그 자리에서 몇 장 읽어보고 대출을 하는 마음은 갖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구입한 부자의 마음일까. 부자가 아니라 모르지만.
가슴이 답답하면 5분 정도 밖으로 나온다. 올려다본 종합자료실 2층은 호박색으로 빛나 아늑해 보인다. 아빠, 엄마,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있는 마음일까. 나의 가정은 흩어져서 모르지만.
아이들이 어릴 땐 이런 저녁 시간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곳에 따스함과 다정함만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뒤죽박죽이었다.
겉으론 우아한 백조처럼 유연하게 떠다니지만 두 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도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는 책이 행복하게 해 줬고, 일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 책을 만지고 있을 때는 나쁜 생각 속에 나를 두지 않았다. 행복과 불행은 손바닥과 손등 차이 정도라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뒤집히는 변덕 앞에 누구 탓을 하리….
도서관 일은 남들이 보기에 지적으로 보여 무시하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 직업이다. 건의 사항에 불평불만을 써도 무시해서 그런 건 아니다. 도리어 부럽고, 시기해서 그러는 경우도 많다.
여긴 혼자 도는 바람개비 같다. 여럿이 있으면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만 각자 제자리에 꽂혀서 마주 오는 바람을 혼자 맞이한다.
출근하는 시간과 퇴근하는 시간이 정확하다. 월급이 정확하게 나오고, 사대보험이 보장된다. 연금보험도 대준다. 일 년에 여러 날 연가를 준다. 아프면 병가를 낼 수 있고, 장기간 치료를 요구하면 일 년 동안 쉬어도 된다. 월급이 100%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나온다. 유급휴가. 참 좋은 제도다. 만 60세까지 일하고, 퇴직금도 꽤 나온다.
일하기 힘들다고 하면 배가 부른 투정이란 걸 나도 안다. 제일 힘든 건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의 갈등이다. 여자들 여럿이 같이 일하는 곳이라 안 싸우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에 취업이 되거나 발령은 받으면 관장이 두 가지를 부탁한다. 하나는 민원 안 들어오게 해 달라는 것과 싸우지 좀 말라는 것이다. 심하게 싸우면 멀고 힘든 도서관으로 발령을 보낸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싸운다고 자르진 못한다. 정규직의 좋은 점이다. 본인 스스로가 나가지 않으면 강제로 퇴직을 시킬 수 없다.
도서관 다니는 엄마, 자식, 아내를 둔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우리 엄마 도서관 다녀. 이러면 친구들이 와우! 너의 엄마 멋지다 한단다. 자식들이 자랑스러워해서 동료들이 무시하고 따돌려도 견딜 수 있었다.
사방에 꽂혀 있는 책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복잡하고, 예민하고, 꼼꼼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기도 하다. 동료들은 책에 질린다고 하는데, 책이 좋다. 커피와 빵을 좋아하는데, 그 옆에 책을 두고 있으면 더 맛있다. 빵만 양식이 아니고 책도 양식이 되어 배가 부르다.
한 달 살 수 있는 돈을 주고, 저축할 수 있는 돈이 모이고, 노후대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층이 많아 노인 자살률 높다.
그건 본인이 어리석어서 그렇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맹목적인 희생정신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내가 먹을 돈은 모아놓고, 남겨 놓아야 한다. 내가 누울 집을 자식이 필요하다고 주거나, 대출 잡혀서는 안 된다.
나의 엄마는 헌신적이었다. 아들한테만.
땅 한 뙈기는커녕 논농사를 지어도 쌀 한 톨 딸들에겐 주지 않더니 살아있을 때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만 줬다. 세상에 없다고 키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상노인네가 된 엄마를 미워했다. 엄마는 그 마을에서, 면에서, 군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 아들과 한집에 살고, 한 부엌을 썼지만, 밥을 따로 해 먹었다. 아들, 며느리, 손주가 다 먹고 나면 엄마는 부엌에 나와 새우젓과 김칫국만 차려 먹는데도 거지 보듯 객식구 보듯 꼴 보기 싫은 티를 여실하게 드러냈다.
오빠는 혼자만 재산을 다 가지고 놀더니 그 자식들이 다 해 처먹었다.
엄마는 어리석었고, 아들은 몹쓸 인간이고, 그 손주들은 놈팡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