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을 챙겨 지하철 도서관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여긴 지하철 정거장 밑에 마련된 임시 도서관이다. 재개발되면서 이 동네 도서관이 헐리고 조립식 건물로 이사를 했다. 이 지역에서 제일 안 바쁜 도서관이라 여기로 가겠다고 신청을 한 것이다.
지하철역이랑 한솥밥을 먹고 있어서 교통이 좋았다. 다만 김밥 닮은 지하철이 지나갈 때는 철컥 철커덩 후다다닥닥 어휴~정신 산만하다. 괜찮다. 허름한 주택을 싹 밀어버리고 신식 아파트가 생길 예정이라, 사방 뺑뺑 돌아 공사 중이라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 않아도 돼 괜찮다. 이용자는 소리를 지르며 물어보고 사서 선생들도 소리를 냅다 지르며 대답을 하는 곳이다.
지하 서고, 1층 종합자료실+어린이 자료실, 2층 사무실과 수서실 땡. 없다. 열람실도 디지털 자료실도 이용자 휴게실도 없다. 없어.
책도 요만큼밖에 없다. 열 발만 걸으면 뒷문이다. 열 번만 걸으면 창가다. 열 다섯 걸음만 걸으면 도서관 입구다. 일이 단순하고 이용자도 제일 적게 드나든다고 해서 이 도서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정년퇴직자는 원하는 도서관으로 무조건 발령해 줬다. 땡잡았다.
강순희 그동안 고생 많았다.
챙겨 온 여행 보따리를 풀었다. 여행 온 듯 가볍다. 여행 온 듯 기대에 차 있다.
자료실 책상 옆에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창고 겸 휴게실이 리넨 커튼으로 분리돼 있었다. 한 평 반, 두 평 정도 되려나. 원목 직사각형 탁자가 벽 쪽에 붙어있고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가 두 개 앉아있다. 뒤로는 스케치북만 한 창문이 뚫어져 있다. 도화지 조명이 탁자 방향으로 하얗게 쏟아졌다.
철로 된 무거운 뒷문을 열면 협소하고 지저분한 화단이 벽을 따라 일자로 놓여있다. 벽돌로 대충 기댄 흙이 있고, 흙 위엔 잡초 흔적만 남아있는 3월이다. 나는 여기다 꽃동산을 만들게 된다.
마지막 도서관은 각가지 꽃과 함께 마무리할 예정이다. 스스로 꽃다발을 만들어 자축하는 의미는 전혀 없었는데, 그렇게 된다. 자, 이제부터 여기 도서관 이야기를 시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