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도서관 03

by 산너머

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십 년째하고 있으면서 십 년째 복수하지 않았다. 터무니없이 무시하는 이용자나 직원이 없기도 하지만 무엇 보다 살인을 못 하는 이유가 있다. 사방에 CCTV가 너무 많아졌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듯이 십 년 사이에 승용차도 너무 많아졌고 승용차만큼 CCTV가 눈을 퍼렇게 부라리고 있다.


방송에서 그러는데 요즘 연쇄 살인자가 없는 건 범인이 금방 잡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아파트 입구와 계단, 공원 틈마다, 골목마다, 정거장마다 CCTV가 깔려있다. 눈 큰 애가 그 큰 눈알로 노려보고 있어서 에이…. 사생활을 보고 있다니 끔찍하다.

시꺼먼 눈이 심해 깊은 곳에 사는 심해어 같다. 심해어는 장님이라는데, CCTV는 시력이 1.5는 되는 것 같다.

살인 욕구가 강한 사람들도 바로 감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연쇄살인이 없어졌다고 하니, 에이…. 뉴스 보는 재미가 없다. 뉴스를 보면 맨날 정치 얘기뿐이다. 관심 없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없고 무시하는 사람도 없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지만 복수는 하지 못했다,

망치도 얼마 전에 버렸다. 망치를 보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망치가 CCTV 눈알 같기도 했다. 기분 나빠서 분리수거하는 날 버렸다.


십 년 동안 내 주변은 변화가 많았다.

큰아들은 본부장이 되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와 동거 중이다. 두 번째 동거다. 월급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외제 차를 끌고 다닌다. 다달이 용돈을 주지 않지만, 가전제품이 망가지거나 큰살림이 필요하면 사준다.

막내아들은 직급이 높아졌다. 미술선생이랑 결혼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다. 며느리는 미술학원 원장이다. 착한 편이다. 부부가 벌어서 큰 집도 사고 미술학원도 며느리 이름으로 샀다. 막내아들은 워낙 구두쇠라 돈을 잘 안 쓴다. 생일과 명절에 용돈 주는 게 다다.

딸은 손녀를 데리고 이혼을 했다. 번역작가로 이름이 나 있다. 베스트셀러를 몇 권 번역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회사 상호나 작가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자식은 죄가 없으니 알려고 하지 말길! 맞잖는가? 죄는 내가 혼자 지었다. 아니지 아니지, 정당방위지 죄는 아님. 어찌 되었든 자식들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나의 살인은 철저하게 숨겨서 누구도 눈치챌 수가 없다.


자식에게 잔소리도 안 하고 쓸데없는 걱정도 하지 않는 편이다. 오면 좋고 오지 않는다고 전화해서 징징거리지 않는다. 사람이다 보니 실수한 게 있고 부모로서 부족한 게 많아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나도 자식들도 각각의 인격체일 뿐이다. 시간 맞으면 만나서 자연을 보고 카페 가고 산책을 즐긴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죽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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