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박 노점상

by 산너머

5. 함지박 노점상)


시장은 싱싱하고 요란하게 살아 있지만 더러웠다. 바닥은 축축하고 질펀했다. 군데군데 두엄처럼 쓰레기가 모여있거나 흩어져 있었다. 내 고향 뒤꼍 두엄엔 온갖 풀과 동물 똥과 쌀겨를 섞어 봄부터 가을까지 거름을 만들었다. 쇠스랑으로 한 번씩 뒤집어가면서 물을 뿌렸다.


시장 안 쓰레기는 물을 뿌리지 않았고 뒤적이지 않아도 썩어가면서 파리가 꼬였다. 똥파리가 많아 ‘변’ 학골이었다. 시장통은 큰 트럭이 지나갈 정도로 넓었고, 양쪽으로 가게가 쭉 붙어있고 가게 앞으로 노점 매대가 놓여있다. 매대 사이에 함지박만 놓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이 바글바글했다. 시장통 중간중간에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모퉁이와 시장 이 끝과 저 끝엔 리어카가 몇 겹으로 옆구리를 맞대고 장사를 했다. 없는 것 없이 다 팔았다.

엄마가 이곳에 월세방을 얻은 이유는 시장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서다.


땟국물로 꺼멓게 뻗어나간 시장통 저쪽 끝은 큰 도로와 닿아있다. 4차선 도로엔 사방으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온다. 엄마도 이모들도 여기서 버스를 탔고 나도 초록색 만원 버스를 타고 흔들거리며 중학교에 갔다. 발만 겨우 디민 몸은 역삼각형처럼 기울었다. 운전기사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버스를 한번 뒤흔들었다. 그럼 비스듬히 끼어있던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가지런해진다.


엄마는 빌딩 청소를 하다가 이상한 종교에 발을 디뎠다. 며칠씩 들어오지 않다가 사라졌다. 청소부 일은커녕 소식도 몰랐다. 두 달 만에 나타난 엄마는 나에게 사탄이 들었다고 눕혀놓고 외계어 기도를 하면서 눈을 허여멀겋게 까집으며 나를 마구 때렸다. 신들린 엄마가 낯설고 무서웠다. 가운데 손가락에 있던 금반지도 없어졌다. 이모가 그러는데 그곳에 갖다 바쳤다고 했다. 그렇게 몇 개월 없어졌다가 나타나더니 잘못되었다는 걸 안 것 같았다. 무서웠던 엄마는 차츰 제정신이 돌아오더니 변학골 시장통에서 함지박을 놓고 노점상을 시작했다. 함지박엔 제철 과일도 있고, 감자도 있고, 민물새우도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물품이 달라졌다.

이때부터 엄마는 노점을 하면서 나와 동생들을 키웠다.

땟국물 흐르는 시장통은 우리 가족 삶의 터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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