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옆방 물고문 사건)
옆방은 1층 네 가구 중 방이 제일 넓었고, 수도가 있는 부엌이 따로 있었다. 어린 자식들과 젊은 부부가 살았다. 변학골 시장통 점포에서 부부는 건어물 장사를 했다. 남자는 마르고 피부가 까맸는데 나를 봐도 웃지 않고 싸늘했다. 여자에 대한 기억은 평범했지만 엄마와 이모들보다 밝지 않았다. 큰 이모는 수더분하고 인심이 좋았다. 거렁뱅이가 밥을 얻으러 오면 따뜻한 밥에 반찬을 골고루 줬다. 거지는 바가지에 받아서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었다. 갓 지은 밥에 우리가 먹는 반찬을 줬으니 얼마나 맛있고 고마웠을까.
작은 이모도 월급을 받는 날엔 전기통닭을 사 왔다. 항상 예쁘게 입고 다니던 작은 이모는 내가 봐서는 제일 예뻤다. 살기 고단하고 가난해도 엄마나 이모는 나를 보고 웃었다.
부부가 자주 싸워 옆방 아이들은 어두웠다. 남자는 여자를 자주 때렸다. 방에서 때리다가 부엌으로 도망치면 부엌 바닥에 놓고 때렸다. 엄마와 이모가 말리면 남자는 눈을 부라리며 참견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뒤부터 울부짖어도 참견을 안 했다.
언제나 방에서 그것도 밤에 싸움이 들불처럼 일어나 화라락 태우는 소리가 났다. 너무 심한 괴성이 나서 우리는 그 집 부엌에 난 작은 창으로 들여다봤다.
남자는 여자를 물을 받아 논 깊고 넓은 함지박에 쳐 넣았다가 뺐다가 했다. 여자는 허우적거렸지만, 남자의 힘으로 물속에 잠겨 나오지 못했다. 죽일 것 같았다. 나는 너무너무 끔찍해서 입을 막으며 주저 앉았다. 물고문을 당한 여자는 부엌 바닥에 널브러졌다. 헹구다 만 빨래 같았다.
그 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힘없이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여진 옷과 살림도 헹구다 만 빨래 같았다. 옷 색깔도 하나같이 우중충했다.
그러더니 경찰이 왔다.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엄마는 옆방 남자가 해코지할까 봐 모호하게 대답을 했다.
“안보인지 며칠이나 됐나요?”
“한 며칠 되었나….”
“부부싸움이 심했나요? 폭력이 심했습니까?”
“누구나 싸우지여 뭐….”
“그날 수상한 소리는 안 났었나요?”
“난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여.”
쓰레기가 언덕을 이룬 장소가 우리 집에서 가까웠다. 그곳엔 온갖 쓰레기가 다 모였다. 배추 이파리, 생선 찌꺼기, 뭔지 모를 뼈다귀, 뭔지 모를 국물이 한데 모여 그게 썩으면 황새기 젓갈 같았다.
건어물 점포는 온갖 말린 생선과 갖가지 젓갈을 팔았다. 그게 썩으면 여기 쓰레기장에 쏟아부었다. 그게 뭔 동물의 살점인지 아무도 모른다,
옆방 여자는 그날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얇게 저며 젓갈을 담아 쓰레기장에 버리지 않았을까? 상상을 했다. 그 방 부엌 함지박을 슬쩍슬쩍 봤다. 저 함지박에 소금을 잔뜩 뿌려 젓갈을 만들어 버리지 않았을까? 나 혼자 징그럽고 끔찍한 소설을 썼다.
물론 경찰서엔 신고도 하지 않았고, 수상하다고 언질도 주지 않았다.
진짜 죽여 남자가 시체를 없앴는지, 못 견뎌 여자가 도망을 갔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옆 방 남자만 알 것이다.
1970년대는 폭력이 난무했다. 부부싸움 한다고 경찰에 신고도 안 했고, 경찰들도 수사가 미비했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과 배경은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