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 다른 방으로 이사

by 산너머

7. 같은 집 다른 방으로 이사)


큰 이모가 결혼했다. 고향 가는 버스에서 남자답게 잘생긴 군인 아저씨가 이모에게 부대 주소를 적어 줬고 그 뒤 일주일이 멀다 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안녕하세요~또 만났군요~”

편지 앞머리에 쓴 가요 가사를 이모는 내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읽어줬다.

붙임성 좋고 적극적인 이모가 먼저 결혼하자고 매달렸다고 한다. 군인 아저씨는 갓 제대해서 직업이 없었다. 방 얻을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한다고 했더니 이모 본인이 방을 얻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시장통 큰 도로를 건너 언덕배기 골목을 숨이 차도록 올라가야 도달하는 산꼭대기 방이 신혼 방이었다. 보증금도 월세도 더 쌌다. 다섯 단 서랍장에 무지개색 광복 이불이 화려했다. 마당에서 변학골 전경이 사방으로 보였다.


큰 이모가 분가한 덕분에 큰 동생 송찬이와 작은 동생 송국이를 외갓집에서 서울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온 가족이 처음으로 모여 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같은 집 다른 방으로 이사를 했다. 1층 입구 엉덩이를 돌려 앉은 듯한 방은 저번 방보다 한쪽 팔 만큼 넓었고 부엌이 따로 붙어있었다. 수도는 없었지만 옴팍 들어간 연탄아궁이 옆에 한 사람이 앉을 크기의 부뚜막이 있었다. 황토로 만든 부뚜막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그 자리에 고양이처럼 앉아서 엄마가 밥을 짓거나 반찬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잔심부름을 했다. 부뚜막에서 파와 마늘을 다듬고 수돗가에 가서 씻어 왔고 설거지를 해서 부뚜막 맞은편 선반에 올려놓았다.


작은 이모랑 남동생들이랑 살게 된 방에 낮은 책상이 생겨 이불이 올려져 있는 선반 아래에 놓였다. 그곳에 책이 꽂혔고 학용품을 넣은 서랍이 있었다. 저번에 살던 방보다 조금 넓어졌지만, 동생들이 있어 좁은 건 매한가지였지만 모여 살 수 있어 엄마는 울먹이며 말했다.

“가슴팍에 항상 묵직한 돌 두 개가 흐윽…. 얹어져 있었는데, 흑.”

나도 동생들이 불쌍했지만, 책상을 서로 쓰려고 할 땐 외갓집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싶기도 했다.

화, 목, 일 연재
이전 06화옆방 물고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