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빨간 고무장갑)
엄마는 일요일은 장사를 안 하고 교회에 갔다. 엄마와 온종일 같이 있어서 일요일이 좋았다. 엄마를 따라 교회에 갔다. 중학교만큼 컸다. 변학골 사람들이 이리로 다 모이는 것 같았다.
교회는 중세시대 건물같이 생겼다. 쇠창살로 된 커다란 문을 통과하면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정사각형 작은 돌이 가지런하게 깔려 있었다. 실내는 일자형 나무 의자가 줄 맞춰 빼곡하게 놓여있고, 천장이 하늘만큼 높았다. 벽엔 직사각형 창문이 뚫려 있고 미숫가루 색 얇은 아사면 커튼이 바람결에 날렸다. 목사님이 설교하는 앞쪽 유리는 조각조각 끼운 색유리였다.
예배당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숙연해졌다.
내 바탕은 슬픔이 돌처럼 무겁게 깔려 있다가 그 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모계에서 내려온 유전이다. 외할머니가 그랬고 엄마가 그랬다. 가난이 싫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받아들였지만, 앞날에 대해 걱정을 하다 보니 슬픔이 묵직할 때가 많았다.
좁다랗고 딱딱한 긴 의자에 앉아 높은 천장을 보고, 햇살이 스며드는 색유리를 보면 잠시지만 슬픔은 냇물의 돌처럼 씻겨져 깔끔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교회에 새로운 신도가 등록하면 신방을 온다. 어른들도 신방을 다니지만 주일 학교 친구들이 신방을 올 때가 있다. 사실 친구들이 신방을 올진 몰랐다.
나는 반찬은 못 했지만, 밥을 하거나 설거지는 했다.
그날은 봄과 여름 사이였다. 다다미방은 이때가 제일 살기가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늦봄의 날씨. 여느 때처럼 설거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회 선생님과 친구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쳤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도 있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더니 한꺼번에 웃었다.
‘고무장갑 끼고 있는 모습이 웃긴 건가?’
그 뒤부터 교회를 나가면 친구들이 나를 따돌렸다. 선생님도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래서 교회가 싫었다. 당연히 교회를 안 갔다. 엄마는 왜 안 가냐고 다그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빨리빨리 흘러 이 골목 이 방에서 이사하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