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장사, 생선 장사

by 산너머

22. 수건 장사, 생선 장사)


3층 주인집 부부는 서로 노점상이었다. 아저씨는 수건, 아줌마는 생선. 품목은 전혀 달랐지만, 덩치나 목소리가 남매 같았다. 피부가 붉었고 번들거렸다. 목소리가 거칠고 칙칙했다.


우리 방 창문에서 주인집 부부의 노점이 제일 가까이 내려다보였다. 색색의 수건 위치가 항상 같았고 그 옆에서 깔개를 깔고 펼쳐진 생선도 항상 같은 위치였다. 수건은 말라 있어서 뽀송했지만, 생선은 젖어 있어서 축축했다. 대조적인 장사를 하지만 서로 봐줄 수 있어 짬짬이 건물 계단을 올라와 쉬었다가 내려갔다.

엄마 처지에서 봤을 때 부러웠을 것 같다. 엄마는 항상 혼자 장사를 하러 갔고 누가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 부부가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보는 관점에서 그랬다.

새벽부터 장사하러 가는 거나 밤늦게 장사를 접는 거나 우리 엄마와 별다를 게 없어 보였고 특히 아줌마는 생선을 다뤄서 그런지 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온몸에서 비린내가 났고 머리도 부스스했고 계단 오르는 것도 숨이 찼다. 수건을 파는 아저씨 신세가 아줌마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마른 수건을 한꺼번에 챙겨서 올려놓으면 그 자리에 앉아서 팔면 되는 거라 깨끗하고 썩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없으니 신경 쓸게 없어 보였다.

아줌마 장사는 반대였다. 하루만 되면 상한다. 매일 똑같은 생선을 떼와서 창자를 빼내고 토막을 치고 그날 다 팔아야 한다. 여름엔 비린내 풀풀 나고, 겨울엔 땡땡 언 생선을 바닥에 패대기치는 모습을 3층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힘들어 보였다. 물컹거리는 촉감, 피 터지는 내장, 나 뒹구는 머리와 생선 눈알, 큰 칼로 끝없이 토막을 내야 하는 일. 달콤한 과일 위주로 파는 엄마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의외로 부부는 싸우지 않았다. 다만 자식들이 싸웠다. 특히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싸웠고 형과 싸웠고 여동생을 죽어라 팼다.

부부는 싸우지 않았지만, 어두웠다. 둘이 벌어도 돈이 없는 것 같았다. 집안 살림도 우리 집보다 나은 것도 없었다. 뒤틀린 살림살이, 찌든 때가 낀 이부자리, 생선 냄새가 밴 부엌 식기, 찌그러진 탄 냄비. 맨날 생선 반찬. 찌그러진 냄비에 팔다 남은 생선이 연탄아궁이에서 매일같이 끓었다. 그나마 식성이 좋은가보다. 다들 한 덩치 했고 한솥 끓인 생선 냄비가 싹싹 비워져 개수대에 올려져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은 꿈틀거리는 꼼장어를 구워 연탄아궁이 그 자리에서 게걸스럽게 먹었다. 나는 한 번도 꼼장어를 먹어 보지 못했지만, 껍질 깐 뱀 닮아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딸이 툭하면 학교에 안 갔다. 그러면 둘째 오빠가 학교에 왜 안 가냐고 두들겨 팼다. 여동생은 맞다가 계단으로 도망치면 쫓아가 계단 모서리에서 지지 밟았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돼 학교에 갈 수가 없어서 악순환은 쇠사슬처럼 이어졌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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